이주향|수원대 교수·철학
ㆍ귀스타브 모로의 ‘오르페우스’
유디트의 손에 들려있었던 남자의 목은 참담하기만 했는데, 이름 모를 저 여인이 안고 있는 남자의 목은 침묵 속에서 고요하지요?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거 같습니다. 몸의 일부처럼 늘 지니고 다니며 연주했던 리라 속에 안치되어 있는 저 남자, 그 유명한 오르페우스입니다. 이상하지요? 나는 왜 ‘너를 위해’를 부르고, ‘여러분’을 부르는 임재범씨를 이 시대의 오르페우스라 느끼고 있는 걸까요?
오르페우스가 누군가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비탄에 잠겨 비탄의 노래만 부르다 마침내 슬픔 자체가 된 남자 아닙니까? 유리디케 없는 세상엔 슬픔밖에 없다는 듯 그는 슬픔의 노래 속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눈치 채셨습니까? ‘너를 위해’를 부르는 임재범씨를.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실 겁니다. 왕년에 비해 그의 가창력은 살짝 떨어졌다는 걸. 그렇지만 감동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요? 그가 바로 온몸으로 노래하는 이 시대의 오르페우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눈빛은 상처 입은 표범의 눈빛이었고, ‘여러분’과 함께 무릎을 꺾는 그는 차라리 운명이었습니다. 소화되지 못한 과거가 체증으로 걸려있는 게 아니라 노래로 터져 올라오고 있는 이 시대의 오르페우스를 보며 내 속에서도 속울음이 터졌습니다. 그런 그가 친구가 없다네요. 진짜로 거칠고 고독한 생을 살아왔나 봅니다. 인생의 한 고개를 넘어야 할 나이에 격려해주고 울어주고 웃어주는 친구 하나 없다는 건 잘못 살아왔다는 증거라기보다는 독특한 운명의 증거겠습니다. 저런 남자라면 친구해주고 싶지요?
유디트의 손에 들려있었던 남자의 목은 참담하기만 했는데, 이름 모를 저 여인이 안고 있는 남자의 목은 침묵 속에서 고요하지요?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거 같습니다. 몸의 일부처럼 늘 지니고 다니며 연주했던 리라 속에 안치되어 있는 저 남자, 그 유명한 오르페우스입니다. 이상하지요? 나는 왜 ‘너를 위해’를 부르고, ‘여러분’을 부르는 임재범씨를 이 시대의 오르페우스라 느끼고 있는 걸까요?
오르페우스가 누군가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비탄에 잠겨 비탄의 노래만 부르다 마침내 슬픔 자체가 된 남자 아닙니까? 유리디케 없는 세상엔 슬픔밖에 없다는 듯 그는 슬픔의 노래 속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눈치 채셨습니까? ‘너를 위해’를 부르는 임재범씨를.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실 겁니다. 왕년에 비해 그의 가창력은 살짝 떨어졌다는 걸. 그렇지만 감동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요? 그가 바로 온몸으로 노래하는 이 시대의 오르페우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눈빛은 상처 입은 표범의 눈빛이었고, ‘여러분’과 함께 무릎을 꺾는 그는 차라리 운명이었습니다. 소화되지 못한 과거가 체증으로 걸려있는 게 아니라 노래로 터져 올라오고 있는 이 시대의 오르페우스를 보며 내 속에서도 속울음이 터졌습니다. 그런 그가 친구가 없다네요. 진짜로 거칠고 고독한 생을 살아왔나 봅니다. 인생의 한 고개를 넘어야 할 나이에 격려해주고 울어주고 웃어주는 친구 하나 없다는 건 잘못 살아왔다는 증거라기보다는 독특한 운명의 증거겠습니다. 저런 남자라면 친구해주고 싶지요?
귀스타브 모로 ‘오르페우스’, 1865년, 캔버스에 유채, 154×99.5㎝, 오르세 미술관, 파리
오르페우스의 사랑 유리디케는 들판에서 꽃을 꺾다 뱀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기쁘게 했던 존재가 세상에서 나를 제일 슬픈 존재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유리디케 없는 세상 그 자체로 지옥이었던 오르페우스는 그 지옥의 에너지로 진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러나 산 자가 어떻게 죽은 자의 땅을 밟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비탄의 음악이었습니다. 그의 절절한 노래에 영혼을 지하세계로 인도하는 헤르메스가 감동하고, 영혼이 건너야 하는 스틱스강의 뱃사공이 감동하고, 하데스의 여왕 페르세포네가 감동합니다. 마침내 페르세포네는 유리디케를 내줍니다. 유리디케가 뒤에서 따라갈 테니 어떤 일이 있어도 뒤돌아보지 말라,는 한 가지 금기사항을 걸고.
어떤 이야기에도 금기를 지키는 주인공은 없습니다. 살려달라는 유리디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오르페우스는 얼떨결에 뒤돌아보고, 그럼으로써 유리디케를 영원히 잃어버립니다. 완전히 희망을 잃은 오르페우스는 슬픔의 노래만 부르며 지냈습니다. 그 소리에 강이 울고, 들판이 울고, 나무들이 울고, 바람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인들이 울었습니다. 슬픔을 아는 남자의 향기에 취한 여인들은 슬픔 속에서 처연하게 아름다워진 오르페우스가 자신들을 봐주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홀로 슬픔을 누려야 했던 남자는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기대를 배반당한 여인들은 자기 슬픔이 모독당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오르페우스의 사지를 찢어죽이고 그의 리라와 함께 시신을 강물에 버립니다.
저 그림은 강물 위를 떠다니는 오르페우스를 건져 올려 신주단지처럼 안고 있는 여인의 그림입니다. 한 여인이 안고 있는 리라 속 오르페우스를 보면 오르페우스는 죽임을 당하면서도 죽는 걸 몰랐던 모양입니다. 죽어서도 죽지 않는 오르페우스의 매력입니다.
여인의 발치에 거북이 두 마리, 보이시나요? 갑자기 웬 거북일까요? 아십니까? 오르페우스가 평생 지니고 다닌 리라의 울림통이 바로 거북의 등판이었다는 사실을. 오르페우스, 그 천년의 소리의 비밀입니다.
그나저나 전쟁 같은 사랑이 별 건가요? 생을 걸었으면 전쟁 같은 사랑이지. 그리고 보니 별 거네요. 전쟁 같은 사랑 때문에 아픔을 삼키는 고단한 영혼이 아름답습니다. 아프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으면 차라리 침묵 속으로 침잠할 줄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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