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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과의 대화
[고은과의 대화](19)어릴 적에 최치원의 시와 글 읽으며 문자와 친해졌지
소설가·평론가 김형수=식민지 시대 농사꾼의 존재란 논두렁에 내린 이슬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황새처럼 들에 나타나 역시 들에서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련만 어찌 루소를 만나고 고흐를 그리고 또 먼 대륙들을 꿈꾸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고은=누군가가 아시아 농업풍경을 함부로 왈가왈부한 적이 있어. 자바사람의 일거리는 1년에 65일뿐이고 한국의 농부는 100일만 일을 하고 일본인은 140일 일하고 인도 데칸에서는 다섯 달의 농한기가 보통이고 복합추수기 한 대로 중국 농촌의 한 마을 전체가 할 일을 해낸다는, 이 단정으로 보자면 아시아 농민들의 한가함과 나태함을 비아냥거리는 느낌도 없지 않지. 하지만 식민지 시기의 조선 농촌은 가난의 평등만이 평등의 의미가 있는 전천후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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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그림철학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4) 고흐 ‘선한 사마리아인’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ㆍ누가 이웃인가? 운명에는 목격자가 있고, 목격자의 운명이 있습니다. 혹 상처 입고 쓰러져 위기를 맞고 있는 누군가를 목격하신 적 없으신가요? 그 때 어떻게 하셨나요? 포대기에 쌓인 아기가 길가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기의 목숨이 위태롭기만 한데 한 사람, 두 사람…, 마침내 열일곱 번 째 사람이 그 아기를 지나칩니다.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는 사이 아기는 목숨 줄을 놓아버렸습니다. 얼마 전 중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입니다. 그 사건이 어찌 중국만의 문제겠습니까? 나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내가 이웃의 위기에 무디고 무딘 피폐한 영혼이고, 그럼으로써 나의 위기에도 아무에게도 손 내밀 수 없는 고립된 영혼인지도 모른다고. 그 상황에 떠오르는 그림이 바로 고흐의 ‘선한 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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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그림철학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벨라스케스 ‘거울을 보는 아프로디테’
이주향|수원대 교수·철학 ㆍ“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나?” 디에고 벨라스케스, , 1647~51년경, 캔버스에 유채, 122.5*177㎝, 내셔널 갤러리, 런던. 고흐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꿈을 꾸게 되지요? 벨라스케스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사는 게 좋습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세비아의 물장수’입니다. 신분의 관점에서 보면 물장수는 존재감이라곤 없는 천한 사람이지만, 삶의 관점에서 보면 그 물장수는 인생사 희로애락을 소화해낼 줄 아는 현자 같습니다. 기분 좋게 나이든 온화한 물장수가 주는 물 한잔을 받아 마시면 그것이 온 몸 구석구석을 돌며 생기를 실어 나를 것 같습니다. 벨라스케스는 출세한 화가입니다. 그가 그려준 초상화가 맘에 들어 특별히 왕이 곁에 둔, 궁정화가였으니까요.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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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사회학
[주거의 사회학](1부)뿌리없는 삶-② 가재울 사람들
특별취재팀 | 최민영·이주영·김기범·임아영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ㆍ‘원주민 내모는 뉴타운’ 1300만원에 19년 삶터 빼앗아 ㆍ세입자 30인의 그 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과 북가좌동에 걸쳐 있는 가재울은 서울의 4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모래내시장과 다가구·다세대주택에 2만1662가구의 서민을 품은 곳이었다. 그러나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이들이 터전을 떠나야 했다. 대가로 손에 쥔 것은 몇 푼 안 되는 보상비뿐이고,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법이 그렇다니 영세가옥주와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들은 마땅히 항의할 곳조차 없다. 2013년까지 10~15층 높이의 149개동, 2만541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나, 돈 없는 이들에게는 방 한 칸 허락되지 않는다. 누구를..
내가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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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이정희와 이정희
강광석|전농 강진군 정책실장다음(daum)에 ‘이정희’를 입력하면 많은 ‘이정희’가 나옵니다. 대학교수, 현대무용가, 연극인, 스포츠 선수, 기업인 등 다양합니다. 흔한 이름이죠. 제 인생에는 이정희가 두 명 있습니다. 학생시절 같은 과에 이정희 선배가 있었습니다. 1학년 때, 한 시대를 풍미한 민중가요 ‘가야 하네’를 처음 가르쳐준 선배입니다. 그는 모르는 노래가사가 없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가사를 불러주는, 말하자면 가사 도우미였습니다. 가사 도우미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노래의 흐름과 분위기,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상태까지 파악해 때론 축약하고, 때론 음률을 섞어가며 추임새처럼 넣는 고난도 기술의 소유자였습니다. 고향이 부산이었고 재수를 했던 것 같고 살집이 풍부하고 얼굴에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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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울리는 비료값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며칠 있으면 3월입니다. 벌써 한 해 농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추 모종은 하우스에서 잘 크고 있습니다. 논과 밭에 퇴비를 뿌리는 농민들도 있습니다. 보리를 간 농민들은 1차 웃거름을 주었습니다. 농기계 수리 센터에서 트랙터와 관리기를 손보는 농민들도 늘었습니다. 친환경 우렁이농법 신청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 겨울 뒤끝인지라 마을회관은 붐빕니다. 후보자들 자신이 직접 쓴 것 같지 않은, 출판기념회에 동원되었을 책들이 나뒹굴고 명함이 수북이 쌓여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보고 마냥 웃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곳 시골에도 거센 정치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 말하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이제는 과거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통합진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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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사람이 사람에게 복무하는 세상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아픔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사람관계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 인생이 칭찬도 배려도 위로도 없이 메마른 잎사귀처럼 나부끼다 누구의 눈물도 없이 진다는 것입니다. 올해도 수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식들 없이, 친·인척들의 무관심 속에 설을 보냈습니다. 전화는 왔는지, 제사비용이나 용돈은 받았는지, 매년 받던 내복은 도착했는지, 이것저것 걱정하며 까치설날 저녁 8시, 안방 불이 꺼져 있는 이웃의 집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동네 선배의 집이, 후배의 집이 홀로 계신 어머니의 찬 신음소리를 삼키며 정월 한풍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겨울밤은 잠들지 못했습니다. 한방에서 예닐곱명이 살던 시절, 싸래기 가래떡을 해서 서로 엉겨붙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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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시름’ 먹고 크는 한우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동네 앞 밭에서 배추는 한 해를 보내지 못하고 얼차려 받는 자세로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추파동에 놀란 정부가 한 포기 더 심기 운동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추를 심은 농민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파, 양파가 흙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가장 어영부영 돈을 까먹는 것이 소입니다. 하는 일 없이 팽팽 놀면서 주는 밥은 어찌 또 그렇게 잘 먹는지 모릅니다.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먹고 있습니다. 한우가 어찌된 일인지 양식만 먹습니다. 사료가 거의 100% 외국산입니다. 사료값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선물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만 30% 정도 올랐습니다. 내년 초 8% 인상될 요인도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