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의 풍경엽서 (20)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진작가 류철님의 풍경 - 春泛若耶溪 幽意無斷絶(유의무단절) 그윽한 속마음 끝이 없어 此去隨所偶(차거수소우) 나에서 떠나면 만나는 대로 맡겨두라 晩風吹行舟(만풍취항주) 저녁 바람은 가는 배에 불어 花路入溪口(화노입계구) 배는 꽃길 따라 개울로 접어든다 際夜轉西壑(제야전서학) 밤이 되자 서쪽 골짜기를 돌아가 隔山望南斗(격산망남두) 산 저 너머로 남두성을 바라보네 潭煙飛溶溶(담연비용용) 못 속의 물안개 짙게 퍼지고 林月低向后(임월저향후) 숲 속 달은 낮게 뒤로 움직인다 生事且彌漫(생사차미만) 살아가는 일 장차 아득하니 愿爲持竿叟(원위지간수) 낚싯대 잡은 노인이 되고 싶어라 《춘범약야계(春泛若耶溪) 봄, 약야계에 배 띄우고/綦毋潛(기무잠, 唐나라)》 어제 鄭燮의 漢詩에 친구놈의 答詩를 들여다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젊은 작가분의 사진이 생각나 첨..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여덟번째 그 희고 눈부신 것을 온통 이마에 받쳐들고 측백나무 하나 부러질 듯 벌서고 있는 어린 뜰 대책도 마련 없는 이 그리움의 적설량 폭설 - 복효근 대책도 대안도 없던 그날의 폭설 그저 먼 산 보고 입 벌린 채 내리는 만큼의 눈을 맞으며 그대 있는 곳에도 눈이 내릴까 어찌보면 참 가엾기도 한 걱정 하나 한계령 _ 2011, 인제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일곱번째 진종일 눈 펑펑 맞고 돌아와 잠든 밤 꿈 속에서도 눈이 펑펑 내린다 참 이상하다 그리운 것은 그치지가 않는다 폭설내린 날 _ 2007, 담양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여섯번째 언젠가 어느 하늘 아래에서 기적 같은 첫눈이 그대의 어깨 위로 소담스레.. 소담스레.. 내릴 때면 첫눈을 함께 하자는 당신의 마지막 바람을 끝내 지켜주지 못해 늘 한없이 미안했던 내 오랜 마음이 전하는 선물이라 여기곤 먼 곳에서 그대.. 잠시 하늘 올려보고 서서 야윈 웃음으로 나를 그만 용서해 주기를 용서 _ 2005, 한계령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다섯번째 웃는지도 또는 우는지도 모르는 이 시간의 숨죽인 고요 당신이 내 가슴에 걸어 두고 간 이 길고 긴 침묵의 소리 가을, 우포에서 _ 2011, 창녕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네번째 앞산에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옆산에도 불이 옮겨 붙고 뒷산에도 불이 옮겨 붙고 급기야 먼 산 불구경하는 내 마음마저 온통 번졌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냥 이대로 서 있겠습니다 다 타고 하얀 재로 남을 때까지 다시 시린 바람에 날려 은빛 첫눈으로 내릴 때까지 가을 발화 _ 청양, 2010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세번째 이 길을 지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요 곡교천변의 오랜 은행나무들은 그 오년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조금은 더 성숙한 아름다움을 품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흘러가는 세월의 순리에 가장 추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인간인데 결국 가장 추해지는 것 또한 인간인 것 같습니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언제부턴가 막연하게 고민하게 되는.. 이제 저 역시 그런 나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하나, 둘 은행잎이 흩날리기 시작하는군요 곧 마른 가지 사이로 시린 별들이 걸리면 또 한 해가 지나갈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당신의 지난 세월속에도 어떤 아름다움이 새로..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두번째 밤새 마신 소주의 취기가 채 깨기도 전에 새벽 어느 저수지로 나가 서있습니다 지금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당신이 나를 떠난 건지, 내가 당신을 보낸 건지.. 그런 단순한 사실마저 도통 무지할 뿐 나는 단지 이 새벽의 풍경만이 눈물겹습니다 호주머니에 새벽 안개를 잔뜩 찔러 넣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뒤져보니 나오는 건 피우다 만 담배꽁초 서너 개 뿐 김서린 창가를 한참 멍하니 보다가 그제야 지난 새벽의 풍경마저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무지함을 알았습니다 그리운 것들은 늘 멀리로만 서 있습니다 유등지에서 _ 2011, 칠곡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