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마신 소주의 취기가 채 깨기도 전에
새벽 어느 저수지로 나가 서있습니다
지금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당신이 나를 떠난 건지, 내가 당신을 보낸 건지..
그런 단순한 사실마저 도통 무지할 뿐
나는 단지 이 새벽의 풍경만이 눈물겹습니다
호주머니에 새벽 안개를 잔뜩 찔러 넣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뒤져보니
나오는 건 피우다 만 담배꽁초 서너 개 뿐
김서린 창가를 한참 멍하니 보다가
그제야 지난 새벽의 풍경마저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무지함을 알았습니다
그리운 것들은 늘 멀리로만 서 있습니다
유등지에서 _ 2011, 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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