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행복학교 (35) 썸네일형 리스트형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_칠흑 같은 어둠 속에 톱질하는 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톱질하는 소리가…[매거진 esc]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톱질하는 소리가…그 신부님이 조용한 곳을 싫어하게 된 사연, 나이 드니 맘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와닿네 “왜 그렇게 얼굴이 밝아요?” 사람들이 요즘 가끔 내게 묻는다. 그렇게 묻는 그들은 대개는 친한 사이라서 흔히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듯, 책이 잘 나가니까, 라든가 근심이 없으니까,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까이에서 내가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고통들을 안고 산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니까 말이다. 가끔 거울을 보면 내가 봐도 요즘 얼굴이 밝다. 그리고 내 지인들처럼 가끔 나도 내게 묻는다. “왜 그렇게 얼굴이 밝아? 이 와중에.” 걱정의 80%는 일어나지 않을 일 무슨 와중인지는 내 ..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_낙장불입 시인 옆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옆 버들치 시인[매거진 esc]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낙장불입 시인 옆 버들치 시인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2편, 미국 버몬트에 타샤 튜더가 있다면 한국 지리산에는 내 친구들이 있다 지난번 지리산의 ‘낙장불입’ 시인의 이야기는 내가 시국이 엄청 흉흉할 때 혹시 위안이 될까 싶어서 아껴둔 것이었는데 -이제 시국이 이 이상 흉흉해지지 않아야 할 텐데 흑!-지난번 글이 실린 후 여러분이 그 시인의 삶 자체에서 위로를 얻으셨나 보다. 나는 친구를 잘 둔 덕에 인사도 많이 받았다. 인터넷판의 댓글도 훈훈했다. 이건 자랑인데, 나에게는 그런 비장의 친구가 몇 명 더 있다. 아마도 이 글의 원고료를 받고 나면 정말 한번 지리산에 내려가 따뜻한 술이라도 사야 할 텐데 밀린 원고는 많고 찾는 사..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_노고단 봉우리 향해 동요 실시! 노고단 봉우리 향해 동요 실시![매거진 esc]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노고단 봉우리 향해 동요 실시!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가을날에 더 보고 싶은 지리산 시인 친구…힘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그만의 비법 창밖으로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가을날이면 더욱 보고 싶은 친구가 있다. 십년 전쯤 지리산으로 들어가 이렇게 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그 친구는 편지에 그렇게 썼다. “깊은 밤 나뭇잎들이 떨어져 내린다. ‘낙장불입’ ‘낙장불입'.”(에구, 보시는 분들 중에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점잖은 분들이 계실 텐데…. 그런 분들은 네이버에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고도리'라고도 하는 민속놀이의 규율을 일컫는 용어 중 하나입니다. ) 순전히 내 개인적 취향으로 말하자면 나는 낙엽을 이렇게 탁..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32) 지리산 행복학교의 저녁풍경 공지영 | 소설가ㅣ경향신문 입력 : 2010-10-05-21:31:51ㅣ수정 : 2010-10-05 23:02:35 ㆍ“바람도 아닌 것에 뒤척이기 싫어서 나는 도시를 떠났다” 그렇게 학교가 시작된 이후 지리산 자락 마을엔 몇 가지 변화가 생겨났다. 우선 기타를 메고 다니는 사람은 숫자가 부쩍 늘어났고 꽃이 피거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강가나 산 어귀에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사람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카메라 비쌀 텐데 어떻게 구입했어?” 물으면 그들은 씩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기는 이들은 극빈자들이 아니라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을 물고 사는 도시의 삶을 거부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니 중고장터에서 나오는 것을 알음알음으로 싸게 사서 쓰는 모양이었다. 섬진강변 코스모스길 |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31) 학교종이 땡땡땡 공지영 | 소설가ㅣ경향신문입력 : 2010-09-28-21:46:46ㅣ수정 : 2010-09-28 23:48:16 ㆍ“뭣이라! 누가 와? 오라고 해, 내 본때를 보여줄 것이여” 젊었을 때 한시를 공부하러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스승은 공자와 노자, 장자를 비교하면서 원래 기후가 춥고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무엇이든 손을 보아야 하고 바로잡아야 하고 규율을 엄격히 해야 하는 사상이 발전하는 특징을 가졌고, 기후가 온난하고 들이 넓어 먹거리가 풍성한 남쪽 지역에서는 나무 그늘에 앉아 명상을 하거나 아니면 모든 것이 다 제대로 될 터이니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사상들이 발전해 온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스승이 이렇게 단순히 이야기하셨을 리야 없지만 어쨌든 자연과 인간이 서로 밀고 당기며 서로를 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30) ‘섬지사 동네밴드’ 결성 막전막후 공지영 | 소설가ㅣ경향신문 입력 : 2010-09-14-21:19:01ㅣ수정 : 2010-09-14 21:19:02 ㆍ“버시인 형이 기타는 무슨 기타… 형은 가사 쓰면 좋겠네” 이렇게 비가 내리는 계절에는 밭에 나가기도 그렇고 산에 가기도 그렇다. 아르피엠여사는 오늘 비가 오는데 오랜만에 남편과 정자에 누워 두두두두 울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보 당신은 노후 걱정 안 돼?” 낙시인이 대답했다. “뭐하러 그런 걱정을 해? 노후를 안 오게 하면 돼.” 그러자 아르피엠여사는 역시 남편 낙시인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옳은 말이 있다니. “여보 당신 전에 화개장터에 책방 하나 내고 싶다고 했지. 엄선된 30권만 놓고 파는 책방.” 낙시인은 빙그레 웃었다. 정말 그의 꿈은 딱 30권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29) 불교 3총사 ‘수경스님의 빈 자리’ 공지영 소설가ㅣ경향신문입력 : 2010-09-07-21:17:59ㅣ수정 : 2010-09-07 21:18:00 ㆍ“연관스님, 수경이 밉죠” “밉기는 뭘…” 고아르피엠 여사는 요즘 우울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고아르피엠을 닮아 천방지축이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려서 그녀가 미워하던 개 지화자가 새끼를 낳은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며칠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난다 했더니 이 녀석이 덜컥 새끼를 배버리고 다섯 마리나 되는 새끼를 낳았다. 올해 따라 비는 자주 내리고 열대야는 계속되는데 천방지축 지화자는 중년의 여인처럼 헉헉거리며 지쳐가고 있었다. 새끼들의 아버지로 의심되는 것은 아랫집의 진돗개 잡종인데 어떻게 확인해 볼 도리가 없었다. 냉동실에 석달이나 아껴두었던 소고기를 꺼내서 미역국..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28)지리산 노총각들의 ‘비가’ 공지영|소설가ㅣ경향신문 입력 : 2010-08-31-21:47:59ㅣ수정 : 2010-08-31 21:47:59 ㆍ“여자들은 참 이상해요, 만나면 대뜸 가진 게 뭐냐 물으니” 요즘 남도에 가면 심심치 않게 베트남이나 몽골 혹은 필리핀의 새댁들이 눈에 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이제 꽤 자라나고 있어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될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다민족 사회라는 것을 가장 실감할 수 없는 곳이 서울 한복판이지 싶다. 하지만 가끔 내게 드는 의문, 이렇게 많은 농촌의 총각들이 결혼을 못할 정도로 성비가 불균형하다는 말일까 싶은 것이다. 일전에 신영복 선생이 책에 쓰신 대로 가진 자들이 여러 여자를 소유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한 여자도 곁에 두지 못하는 비극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