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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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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로]이정희와 이정희 강광석|전농 강진군 정책실장다음(daum)에 ‘이정희’를 입력하면 많은 ‘이정희’가 나옵니다. 대학교수, 현대무용가, 연극인, 스포츠 선수, 기업인 등 다양합니다. 흔한 이름이죠. 제 인생에는 이정희가 두 명 있습니다. 학생시절 같은 과에 이정희 선배가 있었습니다. 1학년 때, 한 시대를 풍미한 민중가요 ‘가야 하네’를 처음 가르쳐준 선배입니다. 그는 모르는 노래가사가 없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가사를 불러주는, 말하자면 가사 도우미였습니다. 가사 도우미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노래의 흐름과 분위기,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상태까지 파악해 때론 축약하고, 때론 음률을 섞어가며 추임새처럼 넣는 고난도 기술의 소유자였습니다. 고향이 부산이었고 재수를 했던 것 같고 살집이 풍부하고 얼굴에 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울리는 비료값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며칠 있으면 3월입니다. 벌써 한 해 농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추 모종은 하우스에서 잘 크고 있습니다. 논과 밭에 퇴비를 뿌리는 농민들도 있습니다. 보리를 간 농민들은 1차 웃거름을 주었습니다. 농기계 수리 센터에서 트랙터와 관리기를 손보는 농민들도 늘었습니다. 친환경 우렁이농법 신청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 겨울 뒤끝인지라 마을회관은 붐빕니다. 후보자들 자신이 직접 쓴 것 같지 않은, 출판기념회에 동원되었을 책들이 나뒹굴고 명함이 수북이 쌓여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보고 마냥 웃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곳 시골에도 거센 정치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 말하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이제는 과거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통합진보당 ..
[사설]가속화하는 농촌해체 어떻게 할 것인가 농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인구 10명 중 9명이 50세 이상이다. 그중에도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고, 농가 경영주도 3명 중 1명이 70세 이상이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201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 현재 농가인구는 296만2000명으로, 2010년 말 306만3000명에 비해 3.3%가 줄었다. 2002년 농가인구 400만명선이 붕괴되고, 지난해 300만명이 무너지면서 농촌 해체의 위기감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의 평균 가구원수는 2.55명이고, 2인가구가 전체 농가의 48.7%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인비율인 고령화율의 진행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5년간 농촌 면단위 다문화 가족의 출생인구 증가(7.5명)가 전국 평..
[육아카툰] 이럴려면 차라리 남편 되지 말아라 "예전보다 40대 노총각이 늘었고, 남자 초혼 연령도 높아졌다"는 뉴스 기사를 읽고…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이듭니다. 쳇!집에서 백일도 안되는 자식 새끼는 빽빽 울고 있는데 저 혼자 신나겠다고 주말마다 축구하러 가는 제 몸만 챙기는 남편이 될 바에는… 남편 혼자 벌면 힘들까봐 맞벌이하는 기특한 마누라, 그래서 아기 낳고도 꼴랑 3개월만 쉬고다리 후둘거리는걸 꾹~참고 출근하는 마누라를 위해 아기 기저귀 한번 갈아주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남편이 될 바에는… 자기입으로 처먹을 줄만 알았지 자기 손으로는 마누라와 새끼를 위해 밥상 한번 차려본 적 없는매정한 남편이 될 바에는… 처가집 장모님이 아기 키워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뻔뻔한 남편이 될 바에는... 같이... 회사에서 일하고 피곤해도명절 전날...
기생충학과 새누리당… 누가 먼저 없어질까?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 bbbenji@naver.com 전 국민이 회충 한 마리씩 몸에 지니는 게 예의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변을 볼 때 회충이 나오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었고, 그게 입으로 기어 나와도 조금 놀라는 정도였단다. 서울의대를 시작으로 전국의 의과대학에 기생충학과가 만들어진 건 그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기생충학의 태동은 학문연구보다는 당시 시급한 과제였던 전 국민 기생충 감염률을 낮추는 게 목표였다. 정부와 기생충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기생충은 서서히 박멸되기 시작했다. 1971년 84%에 달하던 기생충 감염률은 점점 떨어져 1990년대 초 선진국 수준인 3%대에 진입했고, 그 뒤로도 꾸준히 3%대의 감염률을 유지하고 있다. 당면과제가 해결되자 기생충학자들은 기생충을 이용..
[기고]울보 송경동을 떠올리며 심보선/ 시인 프린스의 노래 “때로는 4월에도 눈이 온다네”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트레이시는 언제나 사랑 때문에 울었어. 고통 때문에 운 게 아니었어… 트레이시처럼 우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야.” 난 이 노래를 들으면 송경동 시인이 생각난다. 그는 소문난 울보다. 내 앞에서도 두 번을 울었다. 그런데 두 번 모두 자기 연민이나 삶에 대한 회환 때문에 울지 않았다. 한 번은 시를 읽고 난 후 울었고 다른 한 번은 오래 전에 죽은 동료 생각 때문에 울었다. 그는 지금 감옥에 있다. 아마 그는 감방에서도 울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 때문에 울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오는 수많은 편지들을 읽으면서 울고 있을 것이고 답장을 쓰며 울고 있을 것이고 희망버스 이후에 여전..
[기고]부드러운 강철을 위하여 박남준 | 시인 춥다. 올겨울에 들어서 가장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 같다. 밤에는 수도꼭지가 얼지 않도록 조금씩 물을 틀어놓았는데 이 며칠은 낮에도 틀어놓고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며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장작불을 지피며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노숙자들은 어찌 견디고 있을까. 해고된 노동자들은, 강제 철거민들은, 제주도 강정마을은 밤새 무사할까. 힘없이 끌려간 사람들은, 감방에서 고생하는 시인 송경동은 목 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데, 부서진 뼈를 붙이기 위해 오른쪽 발뒤꿈치에 14개나 박아놓은 금속 핀도 제거해야 한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나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얻은 목 디스크로 몇 년을 고생했었다. 실족으로 떨어져 갈비뼈가 6개 부러진 경험이 있어서 몸의 고통이 정신을 얼마나 옥죄..
[낮은 목소리로]사람이 사람에게 복무하는 세상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아픔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사람관계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 인생이 칭찬도 배려도 위로도 없이 메마른 잎사귀처럼 나부끼다 누구의 눈물도 없이 진다는 것입니다. 올해도 수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식들 없이, 친·인척들의 무관심 속에 설을 보냈습니다. 전화는 왔는지, 제사비용이나 용돈은 받았는지, 매년 받던 내복은 도착했는지, 이것저것 걱정하며 까치설날 저녁 8시, 안방 불이 꺼져 있는 이웃의 집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동네 선배의 집이, 후배의 집이 홀로 계신 어머니의 찬 신음소리를 삼키며 정월 한풍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겨울밤은 잠들지 못했습니다. 한방에서 예닐곱명이 살던 시절, 싸래기 가래떡을 해서 서로 엉겨붙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