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에 대하여 (6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낮은 목소리로]오솔길 위의 묵상 함민복 | 시인 요즘 들판길을 걷다보면 사람도 없는데 라디오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새를 쫓으려고 논에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은 것이다. 농부들이 들판에 소리허수아비를 켜 놓은 것이다. 또 공갈대포 소리가 꽝! 하고 들려 놀라 걸음을 멈추게도 된다. 사람의 형상을 닮은 허수아비를 보고 있자면 사람 모양으로 만든 과자나 초콜릿이 떠올라 쓸쓸해지기도 한다. 길들은 어떻게 길을 갈까. 길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이나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빌려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길 중에는 이런 발들을 버리고 길이 아니었던 원시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는 길도 많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길의 발은 빗방울도 될 수 있고 방향 없이 난삽하게 부는 왜바람 한 소절도 될 수 있다. 길은 발이 많아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움.. 한국사회, 사회계약 다시 쓰자 손제민·김다슬·심혜리·백인성·황경상 기자 jeje17@kyunghyang.comㆍ창간 65주년 경향신문의 8대 제안 사람들은 시장의 정글에 던져진 채 무한 경쟁의 늪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발버둥친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노동하지만 가장 적게 자고 쉰다.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노인은 가난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그리고 서민들의 저금을 횡령·불법대출한 것으로 드러난 저축은행 비리, 고액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을 빚더미에 빠뜨리는 참담한 현실, 굶주려 우유와 빵 하나를 훔치는 풍요 속의 빈곤, 20년 전보다 네 배 늘어난 50대 남성의 자살률이란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 관련기사 4·5·6면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사회일까. 적색 경보등을 켠 각종 사회·경제 지표는 살 만한 세상이 아.. [김제동의 똑똑똑](36) 영화 ‘도가니’ 원작소설 쓴 공지영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ㆍ“한줌도 안되는 권력층 횡포에 분노… 나도 영화보며 울었다” 공지영(48)이란 이름은 당대의 보통명사다. 이 시대에 그의 이름 앞에서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될까. 그의 날카로운 펜끝에서 생산된 소설과 영화, 에세이가 독자와 관객을 울고 웃게 한다. 나에게 공지영은 예쁘고 글 잘쓰지만, 술 마시면 한 얘기를 또 하는 ‘동네누나’였다. 적어도 며칠 전 누나의 초대로 영화 의 시사회에 가서 펑펑 울기 전까지는 그랬다. 몇년 전 지방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졌던 성폭행 사건을 다룬 공지영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 때문에 지영이 누나의 트위터는 불이 났다. 수많은 멘션이 밀려들고, 누나 역시 그 사건과 관련된 각종.. [낮은 목소리로]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9월6일까지 6만8000원 하던 나락값이 하루 만에 1만원 떨어졌습니다. 9월7일 정부는 2009년산 나락 5만t을 긴급 공매했습니다. 5만원에 구입한 나락을 2만3500원에 팔았습니다. 시중에 20㎏ 쌀 한 포대에 2만5000원 하는, 특별 한정판매라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쌀이 2009년산입니다. 정부는 수입쌀 80㎏을 6만원에 팝니다. 원가 11만원짜리입니다. 2009년산과 수입쌀을 섞어 팔면 금상첨화이지요.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싼 정부미와 수입미를 부자들은 먹지 않습니다. 그게 가슴 아픕니다.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농산물이 공개 수배되고 농민들은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쌀이 본보기로 당하고 있습니다. 농민이 일갈하기에 조금 부담스럽지만, 물가를 잡는 .. [리뷰]샤넬과 스트라빈스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ㆍ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본 예술과 불륜의 경계 영화 의 초반 20분은 20세기 전반 예술계 최대의 스캔들 혹은 혁명이 벌어진 장소로 관객을 안내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이 초연된 1913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 지휘자는 “멜로디는 잊고 리듬을 타.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스트라우스는 잊어. 전에 들은 음악은 다 지워버려”라고 악단을 독려하지만, 광폭한 불협화음과 기괴한 춤사위에 놀란 ‘점잖은’ 관객들은 공연 시작 3분도 안돼 야유를 보내며 퇴장한다. 기대에 차있던 러시아 출신 망명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그의 아내는 절망한다. 그러나 난장판이 된 객석에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보던 한 여성이 있다.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시대의 아이콘.. [광주일보 월요광장]느림의 미학과 지리산학교 2011년 08월 01일(월) 00:00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만든 ‘지리산학교’가 어느새 7기 종강을 하고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지리산학교를 벤치마킹한 한라산학교가 2년 전에 만들어졌고, 경남 울주군에선 백무산 시인과 김수환씨 등이 ‘소호마을문화학교’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최근 지리산권의 ‘구례 지리산사랑학교’와 ‘지리산학교 남원·함양’이 개교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광주의 무등산학교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리산학교를 모태로 한 파급효과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독립적인 형태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지리산학교는 여전히 실험 중이었지만, 지난 3년 동안 성과에 비해 실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다소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것도 사실이다. .. [광주일보 월요광장]귀농·귀촌의 자화상 2011년 07월 04일(월) 00:00요즘 들어 부쩍 지리산의 빈집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마땅한 집이 없어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21세기 문명사적인 ‘터닝 포인트’요, 아름다운 일이다. ‘녹색성장’이나 ‘4대강 살리기’ 혹은 ‘서민중심’이라는 항간의 독점적 언어 폭력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이 꿈꾸는 생태적인 삶과 귀농·귀촌·귀향이 다 옳은 것만도 아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귀농·귀촌을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멋진 집을 짓고픈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먼저 풍수지리를 공부하게 되고, 마을에서 적당히 떨어진 자연풍광이 뛰어난 곳에 땅을 사고 포클레인으로 터를 만든 뒤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어한다. 생태건축의 양식이든 아니든 그 가상한 꿈을 나무랄.. [광주일보 월요광장]고향의 슬픈 세계화 2011년 06월 06일(월) 00:00우리 시대의 농촌은 이제 더 이상 고향이 아니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태어나서 자란 곳’ 혹은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곳’이니, 말 그대로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고향은 대개 농촌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고향으로서의 농촌은 급격하게 붕괴되고 말았다. 눈빛과 피부색이 다른 이국의 여인들과 그의 2세들이 장터에 나와 국밥을 먹는다. 가난의 대물림이 국경을 넘어 우리 고향의 빈자리를 소외와 반인권으로 메우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황구나 똥개는 애완견들로 대체됐다. 도시의 자식들이 키우다가 늙고 병들자 고향으로 보내온 애완견들이 마을 마을을 누비고 다닌다. 고향의 부모님들이 국적도 알 수 없는 불우한 애완견들의 보모이자 호스피스..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