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의 음악편지 (25)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종민의 음악편지]8월의 질주 ‘어거스트 광시곡’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8월, 어디론가 질주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꼭 해변일 필요도 없고 굳이 산을 고집할 이유도 없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비 비 비, 이로 인한 산사태와 물난리에 씻겨간 허전함 채울 수만 있다면, 이 떨쳐버릴 수 없는 몸과 마음의 끈적거림 달랠 수만 있다면,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영화 를 다시 보았습니다. 도시의 소음조차 음악으로 듣는 주인공 에반(혹은 어거스트 러쉬), 바람 속에서 우주의 숨소리를 듣고 엄마 아빠의 부름을 확인하려 하는 그의 절실함, 그 진정성을 닮고 싶었습니다. 달에게 말을 걸고 그것에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미친 놈 취급받기 딱 좋은, 젊은 시절의 낭만, 영화 열심히 보면서 되.. [이종민의 음악편지]사랑과 자유를 위한 아다지오 -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아프리카에 다녀왔습니다. 세상 더럽고 어지러운 것들 모두 쓸어버리려는 듯 종말의 홍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날. 술의 신 바쿠스의 힘을 빈 것도 아니요, 어느 시인처럼 “보이지 않는 시의 날개”를 이용한 것도 아닙니다. 두려운 바깥세상과 담을 쌓으려는 듯 창문 모두 암막으로 가린 채 하얀 연기 요란한 기차를 타고 케냐의 커피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말을 타기도 했고 성능보다 겉모습이 멋스러운 지프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식민야욕에 점점 멍들어가고 있는 땅. 한때는 ‘지상낙원’이라 불리기도 했던 검은 대륙의 볼수록 다채로운 풍광들을 둘러보기 위해. 결국 노란 경비행기의 유혹에 이끌려 광활한 초원과 그 위를 뛰어다니는 물소들, 못지않게 널따란 물길 따라 힘찬 비상의 날갯짓을 .. [이종민의 음악편지]파격의 아름다움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님은 갔습니다. 제자들의 애원의 눈길도 외면한 채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생긴 양 서둘러 떠났습니다. 간절한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붙잡히면 큰일이라도 날까 싶은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갑게 술잔을 주고받던 제자들이 갑자기 저승사자라도 된 것일까? 2차로 노래방을 갈 분위기가 감지되자 불에 덴 듯 놀라 자리를 피한 것입니다. 종강 기념으로 한판 놀고 싶어 기회를 엿보던 제자들은 닭 쫓던 견공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번번이 그랬습니다. 개강 때에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번 취해 봅시다! 하면 사부님은 어느새 종적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개강이나 종강이나 그 중심에 사부님이 계셔야 제격인데 언제나 사라져 김을 빼는 것입니다. 종강할 때면, 제대로 예습 .. [이종민의 음악편지]호페의 ‘당신을 부르는 소리’ 이종민|전북대교수·영문학 어디선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구 온난화나 재앙으로 흘러내릴 4대강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이 아니라 극지방 빙산보다 더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이 땅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부름의 소리이기도 합니다. 다시, 당신을 찾는 목멘 외침이 있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이웃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잃어버린 공동체 그 소중한 온기를 회복하기 위해 점점 식어가는 마음의 난로를 다시 피워달라고 애타게 당신을 찾는 소리가, 어떤 여름을 몰고 오려고 이다지도 유난스러운지, 광기 어린 요즘의 바람을 뚫고 다시 들려옵니다. 행여 그 소리 듣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특별히 마이클 호페의 ‘당신을 부르는 소리’를 보.. [이종민의 음악편지]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 비탈리의 ‘샤콘느’ [이종민의 음악편지]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 비탈리의 ‘샤콘느’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날씨가 풀리자 비바람이 어지럽고 꽃 피자 황사가 부옇고. 나들이 하기에 좋겠다 싶으면 꽃가루 날리고 꽃구경 호시절은 꼭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고. 봄 오는 꼴이 꼭 이렇습니다. 게다가 방사능 공포까지. 그래서 홀로 사는 시인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버림받아 홀로 사는 사내의 입을 빌려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세상에 가장 강력한 것이 슬픔’이라더니 슬퍼할 일이 올 봄에도 지천입니다. 테러리즘에 맞선 오만방자한 또 다른 폭력, 방사능 공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 소통을 모르는 4대강 삽질. 새만금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목매는 전북이 슬프고.. [이종민의 음악편지]순수를 꿈꾸며 - 이니그마의 ‘순수로 돌아가기’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봄’의 계절 잘 보내고 계신지요? 창밖 화사한 벚꽃 훔쳐보다가 혹 부장님께 지청구를 듣지는 않았는지요? 요즘 달이 참 좋던데 그 달빛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혹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고 싶어 휴대전화 만지작거리거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혹 그런 전화 기다리며 매실주 홀짝이지는 않았는지, 괜히 궁금해지는 봄날 아침입니다. 매화 지면서 살구꽃 피고 진달래 교태 시샘하며 철쭉도 나들이 채비가 한창입니다. 볼 것이 지천인 이 ‘봄에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소서!’ 시인 흉내로 애를 써보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의 부침에 현혹되어 만물생성변화의 아름다움에는 마음 줄 여유를 잃어버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봄’의 계절이 왔는데도 보려고 하지 않는 것.. [이종민의 음악편지]낙원은 없다! - 반젤리스의 ‘낙원의 정복’ 이종민 전북대 교수·영문학 봄소식이 참담합니다. 재난영화에서보다 더 참혹한 지진·해일이, 좋아하는 영화나 연주실황 보겠다고 큰 마음먹고 장만한 대형 텔레비전 화면을 설치한 첫날부터 도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멀스멀 퍼지는 방사능 공포에 북아프리카에서 들려오는 밤낮없는 포성까지. 짜증스러운 꽃샘추위나 황사는 차라리 귀여운 응석입니다! 그 때문일까? 어느 해보다 혹독한 봄맞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내우외환? 때늦은 눈발, 굳은 어깨로 바라보려는데 겨우 돌아가기 시작한 목에 가시처럼 걸린 말입니다. 그런데 쓰나미나 방사능보다 목이 더 아프고 부르튼 입술이 더 보기 흉합니다. 리비아 민중의 아우성보다 아픈 침 삼키며 겨우 토하는 신음이 더 크게 울립니다. 수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집과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마당.. [이종민의 음악편지]창조적 혼융 - 이어러의 ‘신포니 데오’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또 다시 전주한옥마을이 ‘한건’을 올렸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한국관광 ‘으뜸명소’에 선정된 것입니다. 이제 흔한 일이 되어 데면데면할 수도 있겠지만 ‘2010 한국관광의 별’ 쾌거가 우연이 아니라는 게 입증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전국에서 민원이 가장 많은 곳’ ‘전주의 슬럼가’로 불리던 곳이 어떻게 이런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된 것일까? 고개가 갸웃해지곤 합니다. 운이 좋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기와 명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 무엇보다 큰 행운이라 하겠습니다. 때맞춰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 선언을 통해 각국의 고유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으며,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콘텐츠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21세기 문화의..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