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의 음악편지 (25)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종민의 음악편지]기도하는 마음으로 듣는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며칠 전 페트시티(PET-CT) 검진을 받았습니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고 학교에서 의료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어서 따른 것입니다. 별것 아니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는데, 주사를 맞고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좁은 침대 같은 곳에서 묘한 기계음을 들으며 누워 있는 20여분 동안 별별 생각이 다 스쳐갔습니다. 결과가 나오는 1주일 후면 내 처지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일 핑계로 거의 매일 술로 몸을 혹사했으니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요. 평소 건전하게 생활하고 그때그때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이번에 다행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진짜 건실하게 살아가야지. 금방 팽개칠 다짐까지 합니다. 저절로 기도하는 심정이 된 것입니다. 다급하면 절실해진다던가요? 혹사당한 우리 몸.. [이종민의 음악편지]한옥의 고즈넉한 처마선 같은 선율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ㆍ원장현의 ‘날개’ 전주한옥마을이 ‘2010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었습니다. 남이섬, 순천만, 하회마을 등 굴지의 명소들을 제치고 당당히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 인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꿈꾸어온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네티즌들의 인기투표만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꼼꼼한 심사를 거친 결과라니, 여간 뿌듯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또 무슨 방정일까요? 며느리 못미더워하는 시어머니 심보일까? 사실 걱정은 작년 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200만명이 넘어섰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곳 한옥마을은 무슨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 아.. [이종민의 음악편지]슬퍼도 비탄에 잠기지 않는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ㆍ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벌써 1주년! 작년 이맘때쯤 동학농민혁명 기념 고등학생 백일장을 치르다가 접한 청천벽력, 부엉이 바위의 비보. 노란 바람이 거침없이 불어닥치던 2002년, 거리를 뒤덮던 붉은 함성이 요즘 다시 울려퍼지고 있는데 혼자 차가운 흙 속에서 분권민주주의의 거름됨을 자부하고 있을까? 조작된 북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민초들의 가슴 저린 승리 소식을 전해 듣기는 한 것일까? 그래도 “운명이다!” 되뇌고 있을 것인가? 탱탱하게 익은 매실 수확이 뿌듯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 응어리가 영 풀리지 않습니다. 매실주 홀짝이며 접하는 남아공 월드컵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안타까운 탄식도 잠깐, 가시지 않는 허전함이 숙취 뒤끝처럼 끈질기기만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 [이종민의 음악편지] “그렇게 살고 싶다”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ㆍ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또 귀한 시집 하나 얻었습니다. “한국 현대시의 정점, 그 도저한 시의 매혹!” 그 첫번째 시집 이 시인의 친필 사인과 함께 배달된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에 선뜻 인사를 드리지 못합니다. 그냥 ‘고맙습니다!’ 하기는 그렇고 뭔가 울림이 있는 한마디를 덧붙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큰스님 앞 동자승이 되어 전화기만 되작거립니다. 30년 넘어 모셔온 스승이지만 언제나 그랬습니다. 전주 나들이를 좋아하셔서 매년 한 차례 이상 뵙는데도 부부가 쌍으로 주눅이 들어 안도현 시인의 부조만 애타게 기다립니다. 술의 도움이 있으면 나아지려나, 밤 되기를 기다려보지만 시면 시, 음악이면 음악, 루벤스에서 피카소로 넘나드는 그림에 관한 고담(高談), 심지어 일상.. [이종민의 음악편지]흑백다방의 추억 한 자락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ㆍ앙드레 가뇽의 ‘미완성 전주곡’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슬픔과 하나의 고독도 함께 깊어져야 한다.” 김병종 화백이 진해 흑백다방과 그 주인장, “허명(虛名)에 허기진 적 없던” 자유인 유택렬 화백을 기리며 맺은 말입니다. 요즘 천안함 침몰 여파 때문인지 진해 시절의 모습들이 소용돌이로 떠오르곤 합니다. 그 중심에 ‘진해 문화의 등대’ 흑백다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55년 출생연도가 같아서일까, 폴 매카트니의 ‘흑과 백’(Ebony and Ivory)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과는 상관없이 고전음악만 들려주던 그곳이 그런 음악에 아직 익숙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도 정겨웠습니다. 고전음악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곳은 만남과 휴식의 장소였습.. [이종민의 음악편지]그리움은 춤과 노래로 피어나고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ㆍ일본 노동요 ‘시라가와와지마’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 전통문화의 봄바람이 제법 훈훈합니다. 우리 대표적인 전통문화의 일상화, 세계화, 산업화를 주도할 한스타일진흥원이 꽃샘추위의 심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공의 깃발을 힘차게 날리더니, 아시아·태평양 무형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중심(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전당도 산수유와 매화의 산뜻하고 진한 축하를 받으며 가상한 출범의 북소리를 울렸습니다. 전통문화가 ‘오래된 미래’임을 웅변해줄 한스타일연구개발본부가 들어선 것만도 반가운 일인데, 국내 유일의 국제기구가 될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이 전주 한옥마을 언저리에 들어서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를 마음껏 시위하게 되었으니 한 모퉁이에서 이를 거들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수.. [이종민의 음악편지]3월의 눈발속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ㆍ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 ㆍ‘숙명가야금연주단’ 강은일·고지연 편곡·연주 때 아니게 눈과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바람도 무섭게 불어댑니다. 한여름 태풍이나 장마를 방불케 합니다. 세상 덮을 게 그렇게 많고, 쓸어낼 것이 또 그렇게 지천이란 뜻인지. 생뚱맞은 3월의 눈(그 느닷없음이 얼마나 상쾌한지!), 그 눈발 흩날리는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추스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봄으로 넘어오면서 왜 바람이 이처럼 성가시게 불어대는 것일까? 겨우내 굳어버린 나무줄기를 뒤흔들어 막힌 물길을 터주기 위한 것인가? 이 봄, 바람이 이처럼 유난을 떠는 것도 그만큼 나뭇가지들이 굳어있다는, 물줄기가 그만큼 막혀있다는 징표는 아닐까? 우리들 사랑의 마음도 그럴 것입니다. 하루하루 사랑의 행위.. [이종민의 음악편지]때로 위안이 되는, 그 처연한 아름다움 이종민 전북대 교수·영문학 ㆍ‘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작곡 이준호·연주 정수년 다시 ‘과시용’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름에는 지리산 종주, 겨울에는 덕유산 종주.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 그 험하고 먼 눈길을 또 걸었습니다. 게을러 평소 산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제에 산 즐겨 타는 사람들도 꺼리는 험한 길을 겁 없이 택했습니다. 이것 무사히 마치면 그간 술에 시달린 몸에 대한 걱정 한꺼번에 떨칠 수 있겠지, 종합검진 받는 심정으로 감행한 것입니다. 산행과정은 예상보다 더 참담했습니다. 작년 산행에서 너무나 큰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렸기에, 이보다 더 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멋대로 짐작하고 준비를 소홀히 한 탓에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번에는 다리 힘 기른다고 아파트 15층을..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