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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의 음악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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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의 음악편지]‘아침’을 기다리며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그날 사고만 해도 그래. 네 덩치가 조금만 더 컸어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네 고운 옆구리에 생채기를 내지는 않았을 거야. 너를 탓하는 것이 아니야. 세상 그릇된 인심을 원망하고 있는 거야. 내용보다는 겉모습, 차 크기로 인품을 규정하려 하는, 작지만 아름다운, 아니 작아서 더 알찬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 청맹과니를 욕하고 싶은 거야. 이런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 대학교수가 왜 그렇게 근천을 떠는 것이냐고. 너무 가식적인 거 아니냐고. 10년이면 가식도 진정성을 얻게 되나? 이제 그런 입방아들은 잦아들었지만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차 무시 풍조는 오늘 아침까지도 현재진행형이었지! 네 덕에 그 분주한 회의일정 소화하고 주말이면 시골 어머..
[이종민의 음악편지]흐르는 것이 어디 물뿐이랴!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ㆍ김용택 시· 류장영 작곡 ‘섬진강 1’ 섬진강가 향가라는 곳에는 김용택 시인의 표현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매운탕집이 있습니다. 순창~남원 간 철로를 놓기 위해 일제가 만들다 만 교각(사진)과 굴이 이 음식점을 사이에 두고 몇 십 년 풍상을 함께 견디고 있습니다. 순창군에서는 이들을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궁리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 공공미술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섬진강 답사여행을 마련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답사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라도 말로 “내싸 둬!”였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래도 어설프게 손댔다가 풍광은 물론 강 자체도 망칠 수 있겠다는 짐작은 답사 전부터 할 수 있었습니다. “지저분한 개집이나 치우지!” 식사 후에 즐기곤 하던 산책로 주변도 쓰레..
[이종민의 음악편지]새날 새 세상을 위한 조상훈의 ‘비나리’ 이종민 전북대 교수·영문학 “칼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돈의 힘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부끄러운 성공보다 오히려/ 떳떳한 실패를 거두게 하시고/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 발 두 발 세 발/ 후회 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이현주님의 시 의 일부입니다. 연말연시의 마음가짐이 대개 이러하겠지만 평소에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공지영의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회지의 삶이 싫어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에 기대어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 이들은 가난하지만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며 소박하고 진솔하게 행복..
[이종민의 음악편지]‘꿈꾸는 예인’ 이창선의 천향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자주 흥얼거리곤 하는 노랫말입니다. 김성태님의 서정적 선율도 좋지만 김안서 시인이 매만진 황진이의 시가 더 마음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꿈속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임에 대한 안타까운 그리움을 손에 잡힐 듯, 되뇌기 좋게, 그려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때론 안타까움이나 그리움이 삶에 윤기를 보태주곤 합니다. 살면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힘겨운 상황들이 그것들로 승화되거나 연결되지 못하면 분노와 규탄만이 난무하게 됩니다. 그 그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 꿈입니다. 꿈이 없으면 삶이 삭막해진다거나 꿈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이종민의 음악편지]일상의 기적, 꽃별과 웅산을 만나다 이종민|경원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10-11-11 19:47:50ㅣ수정 : 2010-11-11 19:47:50“작은 돌멩이들이 산을 이루듯 빗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꼭 그렇게 어느 날 문득 변화가 시작됩니다. 당신과 나와 더불어 일상의 기적이 도처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일상의 기적들’ 노랫말입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는 곳에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에로스)은 생명의 원동력으로 모든 생성변화를 주재합니다. 하여 “흐르는 것이 어디 물뿐이랴!” 하는 것일 터. 그 사랑이 우리 모두의 가슴 안에 있지만 종종 깊은 곳에 숨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변화가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대학 교정도 나날이 기적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꽃비..
[이종민의 음악편지]베로나에서 만난 두 여인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입력 : 2010-10-21 21:30:48ㅣ수정 : 2010-10-21 21:30:55 이태리의 대표적인 역사유적 도시 베로나에서 운명의 두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덕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아름다운 도시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숙명과도 같은 사랑과 그로 인한 때 이른 죽음이라는 비극의 흡인력이 그만큼 강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랑과 죽음의 성격은 매우 다릅니다. 하나가 일편단심의 순정에 의한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사랑이란 법도 규칙도 모르는 길들지 않은 새와 같은 것이라며 괜한 사람을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 여인’의 바람기로 인한 것입니다. 우리들 삶과 마찬가지로 사랑에도 정도가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일까 그들을 기리는 방법도 판이..
[이종민의 음악편지]아싸오의 ‘진실로 사랑하리’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10-09-30 21:46:47ㅣ수정 : 2010-09-30 21:46:48 ㆍ닷새간의 잔치마당, 전주소리축제를 기다리며 “마침내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인가.” 김명인 시인이 “불붙은 가을 산”을 바라보며 되뇌는 말입니다. 시인도 아니고 아직 단풍도 불붙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월 탓이겠지요, 어쩌면. 언제냐 싶게 햇살은 부드러워졌고 바람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봄바람 같은 큰 아량’(春風大雅)과 ‘가을 맑은 물과 같은 문장’(秋水文章)! 분명 버거운 꿈이지요. 더구나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물난리에 이 꿈이 자기 꿈인 줄도 모르고 허둥댔으니 뒤돌아보는 뒤끝이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시월입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
[이종민의 음악편지]다양한 감성으로 충만한 음악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입력 : 2010-08-26 21:40:25ㅣ수정 : 2010-08-26 21:40:25 ㆍ볼프강 림의 ‘비문’ 저는 지금 모차르트의 고향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에 와 있습니다. 어제 빈을 거쳐 카라얀의 고향 아니프에 위치한 아담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창밖으로 영화 의 상징 산, 우리나라라면 틀림없이 ‘문필봉’으로 불렸을 삼각산이 푸른 풀밭의 배경으로 잡힐 듯 보입니다.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매우 한적하고, 새벽 산책에서 확인한 골목길이 아기자기한, 아름답고 정겨운 곳입니다. 지금 시내는 음악축제가 한창이라 호텔은 초만원. 이곳을 택한 것이 불가피한 일일 터인데 마치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이번 ‘유럽축제 기행’에 참여한 저희 부부를 위한 특별 배려인 것 같아 마냥 흐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