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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의 음악편지

[이종민의 음악편지]호페의 ‘당신을 부르는 소리’

이종민|전북대교수·영문학

어디선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구 온난화나 재앙으로 흘러내릴 4대강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이 아니라 극지방 빙산보다 더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이 땅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부름의 소리이기도 합니다.

다시, 당신을 찾는 목멘 외침이 있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이웃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잃어버린 공동체 그 소중한 온기를 회복하기 위해 점점 식어가는 마음의 난로를 다시 피워달라고 애타게 당신을 찾는 소리가, 어떤 여름을 몰고 오려고 이다지도 유난스러운지, 광기 어린 요즘의 바람을 뚫고 다시 들려옵니다.

행여 그 소리 듣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특별히 마이클 호페의 ‘당신을 부르는 소리’를 보내드립니다. 1996년에 나온 음반 <바람의 노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이런 부름에 응하는 것, 마냥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도움이 될 만한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용기도 필요합니다. 아직 이런 봉사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곳에서는 주책없다는 지청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도움 줄 대상이나 일을 찾는 것도 간단치 않고. 그래서 또 하나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재능 나눔!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별도의 노력 없이 그 재능만으로 봉사할 수 있는, 그런 모임을 꾸려나가는 일. 이미 1차 준비 모임은 마친 상태입니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자신들을 위한 오롯한 한국음악 공연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연주자를 섭외하는 것도 어렵고 경비도 만만치 않아 많은 이들이 꿈만 꾸다 돌아갑니다. 이 꿈을 현실로 전문 역량을 갖춘 연주자들을 모아 일정한 수 이상의 내방객들에게 멋들어진 공연 하나 선사하려는 것입니다. 대신 연주자들에게는 유명 예술인들의 작품을 선물로 주고.

이를 위해서는 그 예술가들도 재능 나눔 회원으로 참여시켜야겠지요? 이 예술가들에게는 물론 충분치는 않지만 일정한 보상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이를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봉사자가 필요한데 이미 동의한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름 하여 나눔의 선순환구조!

전주한옥마을을 안내자 없이 둘러보는 일은 음향을 끄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 식견을 지닌 분도 안내봉사자로 초대할 것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문가나 전주나 전통문화에 대해 특강을 해줄 수 있는 분들도 모실 예정이고요. 봄가을로 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뜨락’ 모임도 마련할 것이고 이들 전문가들을 위한 서포터스도 조직해나갈 것입니다.

서울시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일을 시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재능 나눔으로 꾸려가려 합니다. 전주시는 예산도 열악하지만 요즘 관광객이 넘쳐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관광에 취해 문화 가꾸기를 게을리하면 문화도 관광도 하룻밤 꿈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시민들이라도 나서야겠지요. 그렇게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강건한 뿌리를 키워가고 싶은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주민은 물론 전통문화를 아끼는 많은 이들의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내세우지 못하고 건배주도 미국산 포도주를 선택하는 이 미몽의 정부에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그렇다고 전주나 전통문화의 부름에만 응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여러분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 있습니다. 이 곡을 들으시며 그런 곳 찾아 나서보라는 것입니다. 이 곡을 주문(呪文)으로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벗어던지고.

작곡자 마이클 호페나 알토 플루트의 팀 웨더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별도의 소개를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하는 뉴에이지 음악가들이라는 점만 밝히겠습니다.

개인주의가 판치는 미국사회를 지탱해주는 것이 봉사와 기부문화랍니다. 너무도 미국을 좋아하는 우리들, 이런 점도 본받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다짐으로 새달 새로운 삶의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음악은 경향닷컴(www.khan.co.kr)과 이종민 교수 홈페이지(http://leecm.chonbuk.ac.kr/~leecm/index.php)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