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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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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로]농촌 토박이와 젊은 귀농자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강진의 한 마을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20호 조금 넘는 마을에서 이장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경선이었습니다. 개혁적인 젊은 후보는 그 마을 출신이 아니고, 연륜과 안정감 있는 환갑이 넘은 후보는 그 마을 출신입니다. 아직도 농촌마을에는 전통적으로 형성된 씨족사회의 모습이 남아있고 대소사를 집안 차원에서 함께 책임집니다. 집안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공동체에서 70~80년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은 나름의 연대의식으로 뭉쳐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화 시기 이농과 2000년대 이후 귀농이 늘고 마을 간 인구이동이 잦아지면서 본토박이가 갈수록 줄고 이른바 ‘굴러온 돌’들이 많아지면서 마을에 세력관계가 형성됩니다. 본토박이 입장에서 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자신들이 그..
한 해가 지납니다...
[이종탁이 만난 사람]대담집 ‘진보집권플랜’ 펴낸 서울대 조국 교수 이종탁 사회에디터 ㆍ“근친성 있는 정당끼리 소통합… 나중에 연정 방식 현실적” 외모가 빼어난 연기자나 가수, 스포츠 선수들이 언론과 인터뷰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실력으로 승부할래요.” 드라마나 영화, 노래, 혹은 운동경기 그 자체를 보고 평가하기보다 주인공의 외모에 더 관심을 두는 팬들의 성화를 지적하는 말이다. 겉치레로 하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타고난 신체가 아니라 땀 흘려 이룬 성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다. 서울대 조국 교수가 교내 연구실에서 진보진영의 차기 집권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들어, 강남에 살며 서울대 교수인 자신에 대해 좌파 부르주아라고 비판한다면 항변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
[이종탁이 만난 사람]노르웨이 거주 10년 박노자 교수 이종탁|사회에디터 쥐 그렸다고 영장 청구, 유신독재 시절과 같아” 박노자 교수는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귀화 한국인이다.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고, 인연을 맺고, 거주한 기간까지 모두 합쳐도 십수년밖에 안되는 외부인이지만 이 땅에서 평생 살아온 내부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예리하게 꿰뚫어본다. 한국말과 글에 능숙한 것은 물론 한국 역사, 정치체제, 문화, 한국인의 고정관념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고 지적한다. 그의 진단은 송곳처럼 날카롭고 통렬하다. 그의 이념, 그의 해법에 견해를 달리할 수는 있어도 진단 그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박 교수는 10년 전 “산유화의 저자는 누구인가”와 같은, 여느 외국인에게는 엄청나게 어렵지만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와도 같은 귀화 시험을 쳐 공식적..
[여적]첫눈 김태관 논설위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첫눈이 지나갔다고 한다. 올 첫눈은 누구의 가슴도 적시지 않고 도둑처럼 왔다 갔다. 지난 8일 밤에 내렸다고 하는 서울의 첫눈은 작년보다 7일, 예년보다는 14일이나 이르다. 그러나 첫눈은 그렇게 쉽게 와서는 안 된다. 단풍이 미처 지기도 전에 느닷없이 내려서는 안 된다. 가을이 미처 떠나기도 전에 겨울을 알리는 고지서처럼 무심히 첫눈이 배달돼서는 안 된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최영미 시인에게 첫눈은 치한과도 같다. 미처 피할 새..
[이종탁이 만난 사람]‘IT 한국의 미래’ 안철수 교수에게 묻다 이종탁 사회에디터 입력 : 2010-10-25 21:51:41ㅣ수정 : 2010-11-01 21:02:58 ㆍ “소셜 네트워크 갈수록 강화…개인이 사회구조 바꾸는 토대 될 것” 꼭 1년 전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경향신문 자매지인 위클리경향 845호(2009년 10월13일 발행)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때 안 교수와의 묻고 답하기에서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혹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단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제와 알고 보니 안 교수는 당시에도 외국에서 진행되는 그 흐름을 좇아가고 있었지만 질문자가 나라밖 세상물정을 몰라 물어보지 못한 것이다. 질문이 없었으니 얘기가 나올 리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TGIF 혹은 SNS는 우리 사회 화두가 돼 있다...
[손동우가 만난 사람]제10회 고바우만화상 받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손동우 | 기획에디터 sdw@kyunghyang.com 입력 : 2010-11-08 21:31:08ㅣ수정 : 2010-11-09 18:47:59 ㆍ“권력이 대중을 억압할수록 시사만화는 더욱 강력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의나 연대의식은 무슨 거창한 세계관이나 정치노선의 일치 따위로 인해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믿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마찬가지로 만화·당구·바둑을 좋아하고, ‘애수의 소야곡’ ‘사랑밖에 난 몰라’ ‘망향’ ‘Five Hundred Miles’ 등 대중가요·가곡·팝송을 가리지 않고 즐겨 부르며, 고향에 정 많은 당숙모가 계신다면 그와 나는 직접 대면하기도 전에 지기가 된 듯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58·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
[손동우가 만난 사람]‘동백아가씨-k 스탠더드’ 펴낸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손동우 기획에디터 sdw@kyunghyang.com 입력 : 2010-10-18 22:03:00ㅣ수정 : 2010-10-18 22:03:00 ㆍ“전통가요에 재즈의 옷 입혀 새로운 감흥 주고 싶었어요” 이 땅의 상당수 중년 남자들이 ‘동백아가씨’류의 전통가요를 좋아하는 것은 그 노래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어떤 역사성 때문일 터이다. 이때의 역사성이란 무슨 거창한 역사적 사건·현상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상황과 체험이 노래가 주는 애절함과 처연함의 정서에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백아가씨’의 가사를 살펴보자. ‘가신 님’을 그리워하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아파하던 화자(話者)가 가슴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는 내용뿐이다. 그런데 가슴이 동백꽃잎처럼 빨갛게 멍이 든 그 아가씨는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