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우 기획에디터 sdw@kyunghyang.com
입력 : 2010-10-18 22:03:00ㅣ수정 : 2010-10-18 22:03:00
ㆍ“전통가요에 재즈의 옷 입혀 새로운 감흥 주고 싶었어요”
이 땅의 상당수 중년 남자들이 ‘동백아가씨’류의 전통가요를 좋아하는 것은 그 노래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어떤 역사성 때문일 터이다. 이때의 역사성이란 무슨 거창한 역사적 사건·현상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상황과 체험이 노래가 주는 애절함과 처연함의 정서에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백아가씨’의 가사를 살펴보자. ‘가신 님’을 그리워하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아파하던 화자(話者)가 가슴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는 내용뿐이다. 그런데 가슴이 동백꽃잎처럼 빨갛게 멍이 든 그 아가씨는 떠나간 정인(情人)과의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자식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다가 호강 한 번 못해 보고 세상을 떠난 한 많은 어머니이자, 동생들 공부시키느라 식모살이·여공·차장 등으로 제 한 몸 희생했던 누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백아가씨’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반백의 남자들에게 단순히 슬픈 연가라기보다는 ‘자모사(慈母詞)’나 ‘사매곡(思妹曲)’으로도 읽힌다. 이들이 술에만 취하면 목이 메어 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슬프디 슬픈 이미자의 오리지널 ‘동백아가씨’가 재즈의 옷을 입고 홀연히 나타났다. 국내 정상급의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39)가 ‘동백아가씨’를 비롯한 11곡의 전통가요를 재즈풍으로 편곡한 스페셜 앨범 <동백아가씨-k 스탠더드>를 펴낸 것이다. 이 앨범에는 ‘빨간 구두 아가씨’ ‘신라의 달밤’ ‘서울 야곡’ ‘목포의 눈물’ 등 이른바 ‘뽕짝’으로 불리는 가요에서부터 김정호 원곡의 ‘하얀 나비’, 김소월 작사의 ‘개여울’ ‘산유화’ 등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들이 오롯하게 수록돼 있다. 말로를 경향신문 옆 프란치스크 교육회관 1층 북카페에서 만나 그의 20년 재즈 인생을 들어 보았다.
<동백아가씨> 앨범은 실로 우연한 계기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말로는 LIG 아트홀에서 가진 공연에서 ‘봄날은 간다’ ‘황성옛터’ ‘희망가’ 등을 불렀는데 관객들, 특히 40·50대 남성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들은 공연이 끝난 뒤 ‘전통가요만을 모아서 앨범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앨범이 나오면 무조건 사겠다’고 약속했다. 그때까지 모두 4개의 앨범을 내면서 우리 가요를 끼워넣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제안을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에 뭔가 번쩍 하는 것이 있었다. 말로는 “공연을 할 때 영어로 부르는 본토 재즈와 우리 가요를 편곡한 한국형 재즈는 관객들의 반응 자체가 다르다”며 “관객들의 염원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대중음악의 뒤편으로 물러나 박제화되고 있는 우리 전통가요를 복권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는 불러도 제 돈 내고 앨범 사는 데는 지극히 인색한 40·50대 남성들이 구매층의 주류를 이루면서 <동백아가씨>는 음반 차트 10위권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말로는 “마침내 대박의 상서로운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원곡의 멜로디는 최대한으로 살리되 사운드를 현대적 재즈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동백아가씨’의 경우 4분의 5박자 변박으로 바꿨지만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원곡의 정조(情調)는 일정하게 유지했다. 술로 비유하면 이미자의 소주 같은 명징함이 안개가 낀 듯한 말로의 허스키 보이스 때문에 위스키의 몽롱함으로 변했지만 식도를 훑고 내려가는 독한 알코올 기운은 유지된 셈이다. 실제로 말로의 ‘동백아가씨’를 들으면 찬 가을바람이 가슴속을 쓸고 간 뒤의 쓸쓸함과 서늘함이 묻어난다. 말로는 “기쁜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 들리는 목소리를 타고 났다”며 “그 슬픔은 본토 재즈가 아니라 모국어로 재즈를 부를 때 더욱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개봉된 영화 <투사부일체>에서 삽입곡 ‘원더풀 월드’를 불렀는데 샘 쿡이 불렀던 원곡의 환희에 찬 분위기는 말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인해 잔잔하게 깔리는 슬픔으로 변했다. 말로는 “내 목소리는 기쁨을 돋우기보다는 슬픔을 어루만지는 쪽”이라며 “한마디로 팔자가 센 것”이라고 말했다.
재즈는 미국 대중문화의 유입과 함께 한국땅에 상륙한 만큼 상당한 역사를 가졌는데도 아직은 우리 대중음악의 비주류로 머물고 있다. 재즈에 입문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운 그에게 ‘재즈란 어떤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재즈는 뮤지션의 현재(現在)”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말로에 따르면 재즈는 즉흥성과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만큼 어떤 가수가 어떤 노래를 ‘지금 이 순간’ 부르는 것이 재즈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즉 노래를 부르기 직전 삶의 진실을 노래를 통해 표현한다면 똑같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어제의 것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재즈 보컬리스트는 스토리 텔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동백아가씨’에서 ‘수많은 밤’을 강조할 것인가, ‘빨간 멍’을 강조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 노래를 해석하는 뮤지션에 달려 있으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확신이 없으면 노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즈는 과연 말로에게 무엇일까. 그는 “재즈는 나에게 소박하면서도 크나큰 삶의 위로”라며 “재즈를 부르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며 그래서 무대에서 내려오기 싫다”고 말했다. 말로는 “이러한 행복감에 취해 5시간 내내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자못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재즈 20단’의 경력에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한 만큼 말로에게는 ‘빵빵한’ 외곽 지지후원세력이 적지 않다. 우선 이외수·박민규·박범신·노희준 등 작가 그룹이 포진하고 있다. 중학교 때 이외수의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을 읽고 천문학자를 꿈꿨을 정도로 이외수에게 깊이 빠진 말로는 재즈에 입문한 뒤 작가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이외수는 말로의 앨범이 나올 때마다 ‘홍보대사’를 자임했는데 이번의 <동백아가씨>가 나온 뒤에도 트위트에 “무심코 들어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목소리. 이 가을, 그대 영혼을 아름답게 물들일 말로의 새 음반을 강추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민규와는 10년 전 잡지사 기자와 취재원으로 알게 됐다. 지난해 박민규는 모 언론사가 주관하는 ‘황순원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말로는 그에게서 시상식 축가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말로가 왕년의 팝그룹 보니엠의 신나는 노래 ‘서니(Sunny)’를 부를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수상자인 박민규가 타이거 마스크를 쓴 채 다른 수상자들을 끌고 나와 단상에서 온몸을 마구 흔들어대며 한바탕 질펀한 군무(群舞)를 연출했던 것이다. 주최 측은 ‘신성한 문학상의 권위를 조롱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말로는 “원래 박민규라는 작가는 엄숙한 것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라며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정계에도 거물급 ‘말사모’가 암약 중인데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최근 말로는 노회찬이 <동백아가씨>를 구입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기자로부터 전해듣고 곧바로 트위트를 통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말로는 노회찬으로부터 “저에게도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이 오다니요. 말로씨의 오랜 팬입니다”라는 내용의 신속한 답신을 받았다. 또 지난 7월 은평을 재보궐 선거 당시 이 지역 유권자인 말로는 야당후보를 지원하러 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5집 앨범 CD를 건넸는데 며칠 뒤 유시민은 “아직도 음반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트에 올렸다. 노회찬과 유시민은 12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앨범 출시 기념 콘서트에도 참가했다. 말로는 “내가 좋아하는 두 분이 직접 콘서트에까지 와 주셔서 참으로 기뻤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연장 입장 시간이 서로 달라 평소 까칠한 관계에 있는 두 말사모 사이의 정치적 충돌은 없었다.
말로는 재즈 이외에는 거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편이었으나 2년 전 촛불집회를 전후해 ‘정치적 각성’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아이의 아토피 증세가 심해 먹거리에 특히 신경을 썼고, 두레 생협에도 참여해 유기농 식품을 구입했는데 ‘쇠고기 파동’을 접하게 되면서 마침내 거리에 나섰다. 영화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남편과 함께 두 살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거의 매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고, 경향신문의 신규 열혈독자가 됐다. 말로는 “모든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의 뜻을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앙드레 말로’에서 빌려온 예명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말로’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말로에게는 언니가 둘 있다. 그의 부친은 큰딸이 태어났을 때 ‘딸이지만 그런대로 좋다’는 뜻에서 ‘대로’라는 아명(兒名) 겸 가명(家名)을 붙였고, 둘째 딸에게는 ‘딸이지만 어떡하겠느냐’며 ‘지만’이라고 명명했다. 부친은 셋째 딸이 태어나자 ‘이번에는 정말로 못 참겠다’며 ‘말로’라고 지었다. 성까지 정씨여서 말로는 데뷔 초기까지 ‘정말로’라는 이름을 썼다. 물론 세 자매의 본명은 따로 있다. 부친은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어 차례로 난초, 구름, 달, 즉 수란(秀蘭)·수운(秀雲)·수월(秀月)이란 멋진 이름을 지었다. 특히 ‘수월’이란 이름은 말로에게 재즈와의 운명적 만남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재즈곡 중에는 ‘Moon River’ ‘Blue Moon’ ‘Fly to the Moon’ ‘Old Devil Moon’ 등 유독 달을 소재로 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말로가 처음 활동한 곳도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이었다. 말로는 “아버지는 결코 남존여비사상에 물든 완고한 분이 아니다”며 “우리 자매의 아명과 본명은 예술 여러 방면에 두루 능통한 아버지의 풍류객 기질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기타 등 여러 악기를 다루었고 노래도 빼어나게 잘 불렀지만 말로의 원래 꿈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문학과 입시에서 실패한 그는 이듬해 그것과 비슷한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재수 시절 그는 이과반이었는데도 이외수의 소설을 탐독하고 이상·기형도·황지우·정호승·이문재의 시를 즐겨 읽었다. 말로는 “그때의 독서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말로는 대학 3학년 때인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자작곡 ‘그루터기’로 은상을 받는 등 음악활동을 계속했는데 어느날 학교 앞 음반가게에서 다이나 워싱턴의 노래를 듣고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워싱턴의 파워 넘치는 노래도 매혹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노래를 악보로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극도의 좌절감에 빠뜨렸다. 그때만 해도 말로는 어떤 노래든지 들으면 곧바로 악보에 옮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그것이 송두리째 무너졌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말로는 “재즈란 도대체 어떤 음악인지 알기 위해”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시절 그는 노래 연습하다 지치면 피아노 밑에서 쪼그려 잠이 든 적도 많다. 가끔씩 꿈에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가 한 손에 트럼펫을 든 채 나타나서 “말로, 넌 할 수 있어”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유학은 1년으로 끝났다. 학비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굳이 학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귀국한 말로는 1998년 1집 앨범에서부터 지금까지 5개의 앨범을 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곡을 붙인 것들이다.
말로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뮤지션은 재즈 보컬리스트 엘라 피츠제럴드와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 두 사람이다. 엘라는 늙어서까지 깊이 있는 목소리와 탁월한 곡 해석능력을 잃지 않았고, 에디트는 실제 공연에서나 연습실에서나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적 장점을 취하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하되 당장 해보고 싶은 일은 이봉조·길옥윤·박춘석 등 작곡자별로, 남인수·이미자·김정호 등 가수별로 명곡을 선별해 재즈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로는 말했다.
말로는 경향신문을 위해 두 번 노래를 불렀다. 우선 그는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경향신문 바로 옆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북카페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며 ‘동백아가씨’를 선보였다. 감기 기운으로 목이 잠기고 손님들의 얘기소리가 끊이지 않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는 얼굴이 ‘빨갛게 멍이 들도록’ 열창했다. 두번째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5일 경향신문이 주최하는 ‘정동문화축제’ 첫날 행사에서 초청가수로 노래를 부른 것이었다. 인터뷰어는 몇몇 뜻있는 편집국 동료들과 ‘경향 말로 응원단’을 구성해 공연장인 서울시립미술관 앞 분수대 광장으로 향했다. 인터뷰이의 열정적인 스캣이 가미된 ‘빨간 구두 아가씨’ ‘서울야곡’ 등이 가을 하늘에 울려퍼질 때마다 응원단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는 5시간 내내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이 땅의 상당수 중년 남자들이 ‘동백아가씨’류의 전통가요를 좋아하는 것은 그 노래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어떤 역사성 때문일 터이다. 이때의 역사성이란 무슨 거창한 역사적 사건·현상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상황과 체험이 노래가 주는 애절함과 처연함의 정서에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백아가씨’의 가사를 살펴보자. ‘가신 님’을 그리워하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아파하던 화자(話者)가 가슴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는 내용뿐이다. 그런데 가슴이 동백꽃잎처럼 빨갛게 멍이 든 그 아가씨는 떠나간 정인(情人)과의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자식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다가 호강 한 번 못해 보고 세상을 떠난 한 많은 어머니이자, 동생들 공부시키느라 식모살이·여공·차장 등으로 제 한 몸 희생했던 누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백아가씨’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반백의 남자들에게 단순히 슬픈 연가라기보다는 ‘자모사(慈母詞)’나 ‘사매곡(思妹曲)’으로도 읽힌다. 이들이 술에만 취하면 목이 메어 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슬프디 슬픈 이미자의 오리지널 ‘동백아가씨’가 재즈의 옷을 입고 홀연히 나타났다. 국내 정상급의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39)가 ‘동백아가씨’를 비롯한 11곡의 전통가요를 재즈풍으로 편곡한 스페셜 앨범 <동백아가씨-k 스탠더드>를 펴낸 것이다. 이 앨범에는 ‘빨간 구두 아가씨’ ‘신라의 달밤’ ‘서울 야곡’ ‘목포의 눈물’ 등 이른바 ‘뽕짝’으로 불리는 가요에서부터 김정호 원곡의 ‘하얀 나비’, 김소월 작사의 ‘개여울’ ‘산유화’ 등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들이 오롯하게 수록돼 있다. 말로를 경향신문 옆 프란치스크 교육회관 1층 북카페에서 만나 그의 20년 재즈 인생을 들어 보았다.
<동백아가씨> 앨범은 실로 우연한 계기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말로는 LIG 아트홀에서 가진 공연에서 ‘봄날은 간다’ ‘황성옛터’ ‘희망가’ 등을 불렀는데 관객들, 특히 40·50대 남성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들은 공연이 끝난 뒤 ‘전통가요만을 모아서 앨범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앨범이 나오면 무조건 사겠다’고 약속했다. 그때까지 모두 4개의 앨범을 내면서 우리 가요를 끼워넣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제안을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에 뭔가 번쩍 하는 것이 있었다. 말로는 “공연을 할 때 영어로 부르는 본토 재즈와 우리 가요를 편곡한 한국형 재즈는 관객들의 반응 자체가 다르다”며 “관객들의 염원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대중음악의 뒤편으로 물러나 박제화되고 있는 우리 전통가요를 복권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는 불러도 제 돈 내고 앨범 사는 데는 지극히 인색한 40·50대 남성들이 구매층의 주류를 이루면서 <동백아가씨>는 음반 차트 10위권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말로는 “마침내 대박의 상서로운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원곡의 멜로디는 최대한으로 살리되 사운드를 현대적 재즈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동백아가씨’의 경우 4분의 5박자 변박으로 바꿨지만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원곡의 정조(情調)는 일정하게 유지했다. 술로 비유하면 이미자의 소주 같은 명징함이 안개가 낀 듯한 말로의 허스키 보이스 때문에 위스키의 몽롱함으로 변했지만 식도를 훑고 내려가는 독한 알코올 기운은 유지된 셈이다. 실제로 말로의 ‘동백아가씨’를 들으면 찬 가을바람이 가슴속을 쓸고 간 뒤의 쓸쓸함과 서늘함이 묻어난다. 말로는 “기쁜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 들리는 목소리를 타고 났다”며 “그 슬픔은 본토 재즈가 아니라 모국어로 재즈를 부를 때 더욱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개봉된 영화 <투사부일체>에서 삽입곡 ‘원더풀 월드’를 불렀는데 샘 쿡이 불렀던 원곡의 환희에 찬 분위기는 말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인해 잔잔하게 깔리는 슬픔으로 변했다. 말로는 “내 목소리는 기쁨을 돋우기보다는 슬픔을 어루만지는 쪽”이라며 “한마디로 팔자가 센 것”이라고 말했다.
재즈는 미국 대중문화의 유입과 함께 한국땅에 상륙한 만큼 상당한 역사를 가졌는데도 아직은 우리 대중음악의 비주류로 머물고 있다. 재즈에 입문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운 그에게 ‘재즈란 어떤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재즈는 뮤지션의 현재(現在)”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말로에 따르면 재즈는 즉흥성과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만큼 어떤 가수가 어떤 노래를 ‘지금 이 순간’ 부르는 것이 재즈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즉 노래를 부르기 직전 삶의 진실을 노래를 통해 표현한다면 똑같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어제의 것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재즈 보컬리스트는 스토리 텔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동백아가씨’에서 ‘수많은 밤’을 강조할 것인가, ‘빨간 멍’을 강조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 노래를 해석하는 뮤지션에 달려 있으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확신이 없으면 노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즈는 과연 말로에게 무엇일까. 그는 “재즈는 나에게 소박하면서도 크나큰 삶의 위로”라며 “재즈를 부르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며 그래서 무대에서 내려오기 싫다”고 말했다. 말로는 “이러한 행복감에 취해 5시간 내내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자못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재즈 20단’의 경력에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한 만큼 말로에게는 ‘빵빵한’ 외곽 지지후원세력이 적지 않다. 우선 이외수·박민규·박범신·노희준 등 작가 그룹이 포진하고 있다. 중학교 때 이외수의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을 읽고 천문학자를 꿈꿨을 정도로 이외수에게 깊이 빠진 말로는 재즈에 입문한 뒤 작가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이외수는 말로의 앨범이 나올 때마다 ‘홍보대사’를 자임했는데 이번의 <동백아가씨>가 나온 뒤에도 트위트에 “무심코 들어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목소리. 이 가을, 그대 영혼을 아름답게 물들일 말로의 새 음반을 강추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민규와는 10년 전 잡지사 기자와 취재원으로 알게 됐다. 지난해 박민규는 모 언론사가 주관하는 ‘황순원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말로는 그에게서 시상식 축가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말로가 왕년의 팝그룹 보니엠의 신나는 노래 ‘서니(Sunny)’를 부를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수상자인 박민규가 타이거 마스크를 쓴 채 다른 수상자들을 끌고 나와 단상에서 온몸을 마구 흔들어대며 한바탕 질펀한 군무(群舞)를 연출했던 것이다. 주최 측은 ‘신성한 문학상의 권위를 조롱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말로는 “원래 박민규라는 작가는 엄숙한 것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라며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정계에도 거물급 ‘말사모’가 암약 중인데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최근 말로는 노회찬이 <동백아가씨>를 구입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기자로부터 전해듣고 곧바로 트위트를 통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말로는 노회찬으로부터 “저에게도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이 오다니요. 말로씨의 오랜 팬입니다”라는 내용의 신속한 답신을 받았다. 또 지난 7월 은평을 재보궐 선거 당시 이 지역 유권자인 말로는 야당후보를 지원하러 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5집 앨범 CD를 건넸는데 며칠 뒤 유시민은 “아직도 음반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트에 올렸다. 노회찬과 유시민은 12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앨범 출시 기념 콘서트에도 참가했다. 말로는 “내가 좋아하는 두 분이 직접 콘서트에까지 와 주셔서 참으로 기뻤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연장 입장 시간이 서로 달라 평소 까칠한 관계에 있는 두 말사모 사이의 정치적 충돌은 없었다.
말로는 재즈 이외에는 거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편이었으나 2년 전 촛불집회를 전후해 ‘정치적 각성’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아이의 아토피 증세가 심해 먹거리에 특히 신경을 썼고, 두레 생협에도 참여해 유기농 식품을 구입했는데 ‘쇠고기 파동’을 접하게 되면서 마침내 거리에 나섰다. 영화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남편과 함께 두 살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거의 매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고, 경향신문의 신규 열혈독자가 됐다. 말로는 “모든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의 뜻을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앙드레 말로’에서 빌려온 예명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말로’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말로에게는 언니가 둘 있다. 그의 부친은 큰딸이 태어났을 때 ‘딸이지만 그런대로 좋다’는 뜻에서 ‘대로’라는 아명(兒名) 겸 가명(家名)을 붙였고, 둘째 딸에게는 ‘딸이지만 어떡하겠느냐’며 ‘지만’이라고 명명했다. 부친은 셋째 딸이 태어나자 ‘이번에는 정말로 못 참겠다’며 ‘말로’라고 지었다. 성까지 정씨여서 말로는 데뷔 초기까지 ‘정말로’라는 이름을 썼다. 물론 세 자매의 본명은 따로 있다. 부친은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어 차례로 난초, 구름, 달, 즉 수란(秀蘭)·수운(秀雲)·수월(秀月)이란 멋진 이름을 지었다. 특히 ‘수월’이란 이름은 말로에게 재즈와의 운명적 만남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재즈곡 중에는 ‘Moon River’ ‘Blue Moon’ ‘Fly to the Moon’ ‘Old Devil Moon’ 등 유독 달을 소재로 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말로가 처음 활동한 곳도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이었다. 말로는 “아버지는 결코 남존여비사상에 물든 완고한 분이 아니다”며 “우리 자매의 아명과 본명은 예술 여러 방면에 두루 능통한 아버지의 풍류객 기질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기타 등 여러 악기를 다루었고 노래도 빼어나게 잘 불렀지만 말로의 원래 꿈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문학과 입시에서 실패한 그는 이듬해 그것과 비슷한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재수 시절 그는 이과반이었는데도 이외수의 소설을 탐독하고 이상·기형도·황지우·정호승·이문재의 시를 즐겨 읽었다. 말로는 “그때의 독서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말로는 대학 3학년 때인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자작곡 ‘그루터기’로 은상을 받는 등 음악활동을 계속했는데 어느날 학교 앞 음반가게에서 다이나 워싱턴의 노래를 듣고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워싱턴의 파워 넘치는 노래도 매혹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노래를 악보로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극도의 좌절감에 빠뜨렸다. 그때만 해도 말로는 어떤 노래든지 들으면 곧바로 악보에 옮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그것이 송두리째 무너졌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말로는 “재즈란 도대체 어떤 음악인지 알기 위해”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시절 그는 노래 연습하다 지치면 피아노 밑에서 쪼그려 잠이 든 적도 많다. 가끔씩 꿈에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가 한 손에 트럼펫을 든 채 나타나서 “말로, 넌 할 수 있어”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유학은 1년으로 끝났다. 학비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굳이 학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귀국한 말로는 1998년 1집 앨범
말로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뮤지션은 재즈 보컬리스트 엘라 피츠제럴드와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 두 사람이다. 엘라는 늙어서까지 깊이 있는 목소리와 탁월한 곡 해석능력을 잃지 않았고, 에디트는 실제 공연에서나 연습실에서나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적 장점을 취하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하되 당장 해보고 싶은 일은 이봉조·길옥윤·박춘석 등 작곡자별로, 남인수·이미자·김정호 등 가수별로 명곡을 선별해 재즈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로는 말했다.
말로는 경향신문을 위해 두 번 노래를 불렀다. 우선 그는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경향신문 바로 옆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북카페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며 ‘동백아가씨’를 선보였다. 감기 기운으로 목이 잠기고 손님들의 얘기소리가 끊이지 않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는 얼굴이 ‘빨갛게 멍이 들도록’ 열창했다. 두번째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5일 경향신문이 주최하는 ‘정동문화축제’ 첫날 행사에서 초청가수로 노래를 부른 것이었다. 인터뷰어는 몇몇 뜻있는 편집국 동료들과 ‘경향 말로 응원단’을 구성해 공연장인 서울시립미술관 앞 분수대 광장으로 향했다. 인터뷰이의 열정적인 스캣이 가미된 ‘빨간 구두 아가씨’ ‘서울야곡’ 등이 가을 하늘에 울려퍼질 때마다 응원단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는 5시간 내내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 말로 약력
△1971년 부산 출생(본명 정수월)
△경희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버클리 음대 수학
△ <벚꽃지다> <지금 너에게로> 등 앨범 발표
△영화 <투사부일체> <가족의 탄생> 주제곡
△1971년 부산 출생(본명 정수월)
△경희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버클리 음대 수학
△
△영화 <투사부일체> <가족의 탄생> 주제곡
◇ 알면 2배로 즐길 수 있는 재즈 ‘전문 용어’
재즈가 이 땅에 상륙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아직 보편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할 수 없다. 말로는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인터뷰 내내 ‘전문용어’가 나올 때마다 친절한 설명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의 도움말을 뼈대로 중요한 재즈 용어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재즈(jazz)=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기원한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서 이곳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의 독특한 음악성이 가미됐다. 재즈의 음악적 특성으로는 즉흥연주의 창조성과 활력, 연주의 개성을 많이 살린 사운드 등을 들 수 있다. 재즈는 연주형식이나 리듬에 따라 스윙, 비밥, 부기우기, 펑키, 캄보, 보사노바 등으로 나뉜다.
■스탠더드(standard)=여러 가수나 밴드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연주되고 재해석되는 명맥이 긴 곡을 뜻한다. <동백아가씨>의 부제 ‘k-스탠더드’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한국의 전통음악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스캣(scat)=뜻이 없는 음절로 이어진 소리를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재즈 창법이다. 노래의 도입부나 중간 중간에 ‘뚜바디뚜바디디뚜와뚜와…’ 등으로 흥얼거리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서 즉흥성과 독창성이 생명이다. 말로는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열정적인 스캣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스캣의 여왕’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별칭을 얻었다.
■잼 세션(jam session)=뮤지션들이 모여 즉흥연주로 기량을 겨루는 자유로운 음악회합을 말한다. 커팅 콘테스트(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연주를 겨루는 것)에서 발전한 것으로 1940년대 절정기를 이뤘다. 말로는 지난해 EBS의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서 현지 뮤지션들과 신명나는 한판 대결을 펼쳤다.
■아카펠라(A cappella)=‘교회풍으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중세유럽의 악기 반주 없이 부르던 합창곡에서 나온 말이다. 현재는 악기 반주 없는 노래를 뜻한다. 말로는 <동백아가씨> 음반의 마지막 곡 ‘산유화’를 아카펠라로 편곡해 불렀다.
■보컬리스트/싱어(vocalist/singer)=‘보컬리스트’나 ‘싱어’ 모두 가수를 뜻하지만 재즈에서는 뮤지션의 발성 자체를 하나의 악기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컬리스트’를 선호한다.
재즈가 이 땅에 상륙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아직 보편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할 수 없다. 말로는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인터뷰 내내 ‘전문용어’가 나올 때마다 친절한 설명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의 도움말을 뼈대로 중요한 재즈 용어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재즈(jazz)=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기원한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서 이곳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의 독특한 음악성이 가미됐다. 재즈의 음악적 특성으로는 즉흥연주의 창조성과 활력, 연주의 개성을 많이 살린 사운드 등을 들 수 있다. 재즈는 연주형식이나 리듬에 따라 스윙, 비밥, 부기우기, 펑키, 캄보, 보사노바 등으로 나뉜다.
■스탠더드(standard)=여러 가수나 밴드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연주되고 재해석되는 명맥이 긴 곡을 뜻한다. <동백아가씨>의 부제 ‘k-스탠더드’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한국의 전통음악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스캣(scat)=뜻이 없는 음절로 이어진 소리를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재즈 창법이다. 노래의 도입부나 중간 중간에 ‘뚜바디뚜바디디뚜와뚜와…’ 등으로 흥얼거리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서 즉흥성과 독창성이 생명이다. 말로는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열정적인 스캣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스캣의 여왕’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별칭을 얻었다.
■잼 세션(jam session)=뮤지션들이 모여 즉흥연주로 기량을 겨루는 자유로운 음악회합을 말한다. 커팅 콘테스트(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연주를 겨루는 것)에서 발전한 것으로 1940년대 절정기를 이뤘다. 말로는 지난해 EBS의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서 현지 뮤지션들과 신명나는 한판 대결을 펼쳤다.
■아카펠라(A cappella)=‘교회풍으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중세유럽의 악기 반주 없이 부르던 합창곡에서 나온 말이다. 현재는 악기 반주 없는 노래를 뜻한다. 말로는 <동백아가씨> 음반의 마지막 곡 ‘산유화’를 아카펠라로 편곡해 불렀다.
■보컬리스트/싱어(vocalist/singer)=‘보컬리스트’나 ‘싱어’ 모두 가수를 뜻하지만 재즈에서는 뮤지션의 발성 자체를 하나의 악기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컬리스트’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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