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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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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표절 김태관 논설위원 입력 : 2010-10-25 21:49:53ㅣ수정 : 2010-10-25 21:49:53 몇 년 전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국어선생님이 시를 지어 오라는 숙제를 냈는데, 눈에 확 띄는 시가 있었다.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소문난 학생이 제출한 시였다. 선생님은 감동어린 목소리로 그 시를 낭송했다.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어머님이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선생님은 진지한데 학생들은 자지러졌다. “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하는 대목에선 교실이 뒤집어졌다. 누구나 다 아는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인데, 고지식한 선생님만 몰랐던 것이다. 이런 표절은 장난기 가득한 학생만 저지르는 것이 ..
[전태일 40주기] 버스비 털어 풀빵 사주는 마음, 간절합니다 여든둘 엄마는 추운 옥탑방에서 사십니다 그녀 아들은 40년전 온몸을 살랐던 '전태일'[전태일 40주기] 버스비 털어 풀빵 사주는 마음, 간절합니다10.10.25 14:52 ㅣ최종 업데이트 10.10.25 14:58 오도엽 (odol67) 전태일, 이소선엄마의 방은 옥탑입니다. 여름에는 아래층 순댓국밥 집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고스란히 방바닥을 달궈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쳐야 합니다. 겨울에는 찬바람이 얇은 샌드위치 패널 벽에 꽁꽁 달라붙어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코끝을 얼게 하는 옥탑방. 그곳에서 엄마는 세월을 견디고 있습니다.엄마는 여든둘입니다. 세월은 엄마의 살을 야금야금 갉아먹었습니다. 아니 뼈 마디마디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대여섯 걸음 앞에 있는 화장실 가는 일조차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걸음을 뗄 수..
[환경칼럼]농업과 문명의 종말 황대권| ‘야생초 편지’ 저자 입력 : 2010-10-21 21:30:37ㅣ수정 : 2010-10-21 21:30:41 내가 사는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에 수만평 넓이를 자랑하는 큰 밭이 하나 있다. 오늘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넓은 밭에 그 비싸다는 배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올 겨울 김장감으로 내다 팔 모양이다. 나 역시 산속 농장에 김장거리를 심어놓았다. 아침마다 밭고랑에 들러붙어 벌레를 잡는 나로서는 참으로 편하게도 농사를 짓는구나 싶어 은근히 부아가 난다. 달포 전에 같은 땅에 사료용 옥수수를 수확하고 바로 배추를 심었는데 밭에 풀 하나 없고 배추는 반질반질한 게 구멍 하나 없다. 그 넓은 밭을 이토록 말끔하게 유지하려면 화학비료와 제초제, 살충제를 듬뿍 쳐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
[여적]루쉰 작품 퇴출 김택근 논설위원 입력 : 2010-09-09 21:26:35ㅣ수정 : 2010-09-09 21:26:35 루쉰(魯迅·1881~1936)은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가 병사했을 때 그의 관을 덮은 것은 하얀 천에 쓴 ‘民族魂(민족혼)’이라는 검은 글씨였다. 혁명 동지 마오쩌둥은 그를 ‘위대한 무산계급의 사상가’로 기렸다. 그의 문학세계는 어두웠지만 그 속에는 투쟁, 정열이 들어 있었다. 은 그의 대표작이다. 최하층민 아Q라는 품팔이꾼을 통해 중국인을 구제할 수 없는, 절망적인 민족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Q는 무기력하고 비겁하다. 희롱을 당하고 매를 맞으면서도 정신적으로 승리하면 된다며 위안을 삼는다. 이른바 ‘정신 승리법’이다. 약자에겐 잔인하고, 강자에게는 아첨하며, 스스로의 책임을..
[여적]집시의 수난 김택근 논설위원 입력 : 2010-08-30 21:52:37ㅣ수정 : 2010-08-30 23:01:27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않고 떠도는 사람들. 동방에서 왔지만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사람들. 낮보다는 밤이 더 어울리는, 까만 눈에 별빛을 담고 웃는 사람들. 그 옛날 유목민의 포효는 사라지고 이제 유랑민의 노래로 남은 사람들. 그래서 뿔나팔 대신 현(絃)의 선율에 애환을 싣는 사람들. 집시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인류에게 집시라는 존재는 특이한 영감을 주었다. 그동안 집시족이 보여준 무소유의 삶과 자유로운 영혼은 인류의 자산이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과 무용은 특히 ‘집시풍’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았다. 음악에는 푸른 달빛이 스며들었고, 무용에는 갈망이 배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박자가 ..
[이대근 칼럼]정치라는 악마, 꿈, 그리고 카사블랑카 이대근 논설위원 grt@kyunghyang.com 릭은 어느 날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아메리카’에서 우연히 일자를 만난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카사블랑카는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기항지였고, 이 ‘떠나는 자들의 도시’에 있는 그의 카페는 망명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일자도 반나치 지도자인 남편 리즐로와 함께 그 카페를 찾았다가 옛 사랑과 재회한 것이다. 릭과 일자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지만, 릭은 “이 미친 세상에서 동시에 세 사람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면서 일자를 떠나보낸다. 영화 의 줄거리다. 이 흑백영화는 이제 그 자체로 역사가 되었지만, 주요 등장인물 하나는 오늘의 정치에서도 살아나 ‘정치적 비전이란 무엇인가’ 하는 시효 없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오! 광주여...
[정동 에세이]아이들을 살리는 길 윤구병 | 보리출판사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 ‘교실에 열 시간 앉아 있으면 살아있는 미라가 되지만, 그 시간 절반만이라도 쪼개서 도서관에 가 보고 싶은 책 마음대로 보면 강시나 좀비도 사람으로 되살아난다.’ ‘하루에 세 시간 이하만 학과공부 하면 원하는 대학 갈 수 있지만, 다섯 시간 이상 교과서에 코를 박고 있으면 십중팔구 떨어진다.’ ‘마음껏 뛰어놀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재잘대는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쓰일 곳이 없다.’ ‘부지런히 손발 놀리고 몸 놀리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 나라는 잘사는 나라가 되고, 머리만 굴리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 나라는 골병이 든다.’ ‘내가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학교 수업일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아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