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여행에 정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지가 지중해권의 나라라면 한번쯤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 들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곳은 파리나 로마, 바르셀로나 등의 걸출한 도시와는 또 다르게 소소한 매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30분 떨어진 시체스는 가을에 열리는 국제 공포영화제로 유명한 곳입니다. 도시를 통틀어 존재하는 단 세 개의 작은 극장이 영화제를 위한 시설의 전부입니다. 나머지 역할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변과 오랜 삶의 숨결이 묻어있는 낡은 거리들이 분담합니다. 영화제에는 관심 없다는 듯 역전의 허름한 바에서 대낮부터 취해있는 카탈루냐인 아저씨 몇 명이 동네의 정체성을 내뿜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들은 낙후되었음을 핑계 삼아 자꾸 커다란 도시와 비슷해지려 합니다. 세상사에도 정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도시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 가장 피해야 할 한 가지는 ‘뻔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생뚱맞게 들어선 아파트나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체인점의 진부한 간판으로 차있는 작은 도시는 지루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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