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ㆍ“풀꽃 한송이, 들녘에 봄물결 일으키듯 이웃의 빛이 되어주는 게 아름다운 삶”
ㆍ“부처님 말씀 듣고 이해했다면 그대로 일상에서 실천해야 진정한 불자”
“누구의 글이든 객관적으로만 읽고 지나치지 마십시오. 자기 자신의 삶을 그 거울에 비춰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글을 읽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읽는 것입니다.”
불교계 대표적 문필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법정 스님은 2008년 길상사에서 열린 가을 정기법회에서 글 읽기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정리했다. 발표될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온 스님의 글은 조계산 송광사 불일암, 문명의 이기가 없는 강원도 산골 오지의 오두막에서 한 자 한 자 홀로 원고지를 메운 것이다. 치열한 수행과 방대한 독서를 통해 빚어낸 글은 맑고 깨끗한 샘물이자 죽비였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허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고, 또 경책했다. 스님이 남긴 법문집 <일기일회>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산문집 <무소유> <아름다운 마무리> 등에서 스님이 설파한 행복론, 바람직한 신앙생활, 나눔의 중요성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스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비춰보고, 읽어내기 위함이다.
- 바람직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집안 살림도 제쳐놓은 채 절이나 교회를 자주 다니는 신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절,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도 마음 씀이 훨씬 못한 경우가 많아요. 절에서 부처님 법문을 듣고 가르침을 이해했다면 그대로 일상의 삶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순간순간 그대로 실천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진정한 불자인지, 가짜 불자인지 판명됩니다.”
스님은 2007년 3월 동안거 해제 법회에서 “이상적인 도량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그대가 있는 바로 그 자리”라고 강조했다.
- 종교간 갈등도 가끔 있습니다만.
“인류는 각기 다른 종교와 국가, 혹은 이념의 집단을 만들어 왔습니다. 각자 자기가 속한 것만이 최고이며 진리라 믿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만을 절대시하기 때문에 너와 나의 분리가 생깁니다. 적대 의식과 벽이 생기는 것이죠. 같은 시대, 한 장소에 살면서도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립니다. 이는 신앙의 본질, 종교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종파적인 곁가지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람을 갈라 놓는 종교는 좋은 종교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종교가 아닙니다.”
- 모두가 행복하길 원합니다. 진정 행복을 누리기 위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그다지 많은 물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분수에 만족치 않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허욕을 부리기 때문에 결국은 불행해지죠.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욕망은 때로 사람을 더 나은 길로 이끄는 추진력이 되고, 삶에 탄력을 주기도 하죠. 그러나 탐욕은 인간을 옴짝못하게 얽어매고 병들게 합니다.”
- 글을 쓰시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해인사 선방에서 수행하던 시절에 팔만대장경을 모셔둔 장경각 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려오시면서 ‘팔만대장경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려오신 곳에 있습니다’ 했죠. 그랬더니 할머니는 ‘아, 그 빨래판 같은 거요’라고 합디다. 우리 불교가 옛것만 답습하고 제도권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팔만대장경 말씀도 한낱 ‘빨래판 같은 것’에 불과할 뿐임을 알았죠. 살아있는 언어로 불교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 죽음은 무엇입니까.
“죽음을 두려워 마십시오. 죽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생각자체가 괴로운 것입니다.”
“죽음은 하나의 삶의 모습입니다. 그것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육체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육체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도 삶의 한 모습이기에 거부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죠.”
- 스님은 평소 거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일상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십니다.
“집에 단풍잎 몇 장 따다가 수반 같은 곳에 띄워보세요.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고 가을의 정취가 집안까지 들어옵니다. 그런 것이 없으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그것이 하나의 삶의 운치이고 물기입니다. 아름다움을 가꿔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삶이 아름다워집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둘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삶을 꽃피워야 합니다.”
- 파장을 낳은 사회적 발언도 하셨는데….
“한반도 대운하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입니다. 어떤 정책과 권력으로도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 국토는 오랜 역사 속에서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영혼이고 살이고 뼈입니다. 후손에게까지 물려줄 신성한 땅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를 파고, 강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놓으면 결코 살아있는 강이 아닙니다.”
- 나눔의 중요성도 늘 강조하셨는데요.
“좋아하는 영어문장에 ‘One for All, All for One’이란 말이 있어요.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의미로 화엄경 법성게에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가르침입니다.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진정한 깨달음이고 진리의 세계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웃에게 빛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그 자신만 아름다움을 지니지 말고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빛이 되라는 말입니다. 메마른 들녘에 한송이 풀꽃이 피어남으로 해서 온 들녘에 봄 물결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부유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그 부와 지위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단지 내가 노력해서 번 것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 어떤 사람은 피나게 노력해도 축적이 안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게 노력을 안해도 축적이 됩니까. 그 배후의 소식을 알아야 합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ㆍ“부처님 말씀 듣고 이해했다면 그대로 일상에서 실천해야 진정한 불자”
“누구의 글이든 객관적으로만 읽고 지나치지 마십시오. 자기 자신의 삶을 그 거울에 비춰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글을 읽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읽는 것입니다.”
2005년 길상사 법회를 마치고 합장하고 있는 법정 스님.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바람직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집안 살림도 제쳐놓은 채 절이나 교회를 자주 다니는 신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절,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도 마음 씀이 훨씬 못한 경우가 많아요. 절에서 부처님 법문을 듣고 가르침을 이해했다면 그대로 일상의 삶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순간순간 그대로 실천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진정한 불자인지, 가짜 불자인지 판명됩니다.”
스님은 2007년 3월 동안거 해제 법회에서 “이상적인 도량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그대가 있는 바로 그 자리”라고 강조했다.
- 종교간 갈등도 가끔 있습니다만.
“인류는 각기 다른 종교와 국가, 혹은 이념의 집단을 만들어 왔습니다. 각자 자기가 속한 것만이 최고이며 진리라 믿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만을 절대시하기 때문에 너와 나의 분리가 생깁니다. 적대 의식과 벽이 생기는 것이죠. 같은 시대, 한 장소에 살면서도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립니다. 이는 신앙의 본질, 종교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종파적인 곁가지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람을 갈라 놓는 종교는 좋은 종교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종교가 아닙니다.”
- 모두가 행복하길 원합니다. 진정 행복을 누리기 위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그다지 많은 물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분수에 만족치 않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허욕을 부리기 때문에 결국은 불행해지죠.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욕망은 때로 사람을 더 나은 길로 이끄는 추진력이 되고, 삶에 탄력을 주기도 하죠. 그러나 탐욕은 인간을 옴짝못하게 얽어매고 병들게 합니다.”
- 글을 쓰시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해인사 선방에서 수행하던 시절에 팔만대장경을 모셔둔 장경각 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려오시면서 ‘팔만대장경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려오신 곳에 있습니다’ 했죠. 그랬더니 할머니는 ‘아, 그 빨래판 같은 거요’라고 합디다. 우리 불교가 옛것만 답습하고 제도권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팔만대장경 말씀도 한낱 ‘빨래판 같은 것’에 불과할 뿐임을 알았죠. 살아있는 언어로 불교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 죽음은 무엇입니까.
“죽음을 두려워 마십시오. 죽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생각자체가 괴로운 것입니다.”
“죽음은 하나의 삶의 모습입니다. 그것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육체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육체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도 삶의 한 모습이기에 거부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죠.”
- 스님은 평소 거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일상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십니다.
“집에 단풍잎 몇 장 따다가 수반 같은 곳에 띄워보세요.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고 가을의 정취가 집안까지 들어옵니다. 그런 것이 없으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그것이 하나의 삶의 운치이고 물기입니다. 아름다움을 가꿔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삶이 아름다워집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둘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삶을 꽃피워야 합니다.”
- 파장을 낳은 사회적 발언도 하셨는데….
“한반도 대운하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입니다. 어떤 정책과 권력으로도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 국토는 오랜 역사 속에서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영혼이고 살이고 뼈입니다. 후손에게까지 물려줄 신성한 땅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를 파고, 강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놓으면 결코 살아있는 강이 아닙니다.”
- 나눔의 중요성도 늘 강조하셨는데요.
“좋아하는 영어문장에 ‘One for All, All for One’이란 말이 있어요.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의미로 화엄경 법성게에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가르침입니다.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진정한 깨달음이고 진리의 세계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웃에게 빛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그 자신만 아름다움을 지니지 말고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빛이 되라는 말입니다. 메마른 들녘에 한송이 풀꽃이 피어남으로 해서 온 들녘에 봄 물결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부유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그 부와 지위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단지 내가 노력해서 번 것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 어떤 사람은 피나게 노력해도 축적이 안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게 노력을 안해도 축적이 됩니까. 그 배후의 소식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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