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 이로사 기자 ro@kyunghyang.com
ㆍ옛 7번국도 따라 떠난 ‘삼척 바다여행’
옛 7번국도를 따라 삼척을 달렸다. 이 길엔 지금 ‘낭만 가도’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어있다. 길 따라 크고 작은 항·포구와 해변들이 빽빽하다. 8월 둘째주 휴가의 절정기인데, 사람들은 전부 해운대나 경포대에만 모여있는 걸까. 자그마한 해변들은 한적했다. 바다 위론 기암괴석 갯바위가, 바위 위론 암석을 뚫은 낮은 소나무가 고고했다. 이 중 고포·신남·갈남·부남 네 곳의 해변을 추천한다. 혹 해변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옛 7번국도로 내달리다 내키는 데로 들어가 좋은 곳에 눌러 앉으면 될 일이다.
시작은 삼척 맨 아래 끄트머리에 매달린 고포해변. 여기부터 삼척항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포해변은 강원도 삼척 쪽에서 경북 울진 방향으로 달려오는 해안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돌연 나타난다. 크기가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만하다. 해변엔 서너 가족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민박집마다 돌미역을 판다는 팻말을 붙여놨다. 고포 자연산 돌미역은 유명하다. 이 지역은 물이 맑은데다 수심이 얕다. 햇빛이 물 속 깊이까지 닿아 좋은 돌미역이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다.
재미있는 건 해변을 품은 고포마을이 두 개의 도(道)로 나뉜다는 사실. 마을의 한 민박집 할머니가 말한다. “저기 골목 있지요. 거기서 이쪽은 삼척이고, 저쪽은 울진이고. 그래도 동네 사람들끼리는 사이좋게 잘 지내지.” 마을의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북쪽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2리, 남쪽은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6리다. 문패 주소도, 전화 국번도 다르다. 바로 앞집 이웃에게 전화를 걸 때도 시외 전화를 해야 한다.
옛 7번국도를 따라 삼척을 달렸다. 이 길엔 지금 ‘낭만 가도’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어있다. 길 따라 크고 작은 항·포구와 해변들이 빽빽하다. 8월 둘째주 휴가의 절정기인데, 사람들은 전부 해운대나 경포대에만 모여있는 걸까. 자그마한 해변들은 한적했다. 바다 위론 기암괴석 갯바위가, 바위 위론 암석을 뚫은 낮은 소나무가 고고했다. 이 중 고포·신남·갈남·부남 네 곳의 해변을 추천한다. 혹 해변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옛 7번국도로 내달리다 내키는 데로 들어가 좋은 곳에 눌러 앉으면 될 일이다.
시작은 삼척 맨 아래 끄트머리에 매달린 고포해변. 여기부터 삼척항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포해변은 강원도 삼척 쪽에서 경북 울진 방향으로 달려오는 해안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돌연 나타난다. 크기가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만하다. 해변엔 서너 가족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민박집마다 돌미역을 판다는 팻말을 붙여놨다. 고포 자연산 돌미역은 유명하다. 이 지역은 물이 맑은데다 수심이 얕다. 햇빛이 물 속 깊이까지 닿아 좋은 돌미역이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다.
재미있는 건 해변을 품은 고포마을이 두 개의 도(道)로 나뉜다는 사실. 마을의 한 민박집 할머니가 말한다. “저기 골목 있지요. 거기서 이쪽은 삼척이고, 저쪽은 울진이고. 그래도 동네 사람들끼리는 사이좋게 잘 지내지.” 마을의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북쪽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2리, 남쪽은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6리다. 문패 주소도, 전화 국번도 다르다. 바로 앞집 이웃에게 전화를 걸 때도 시외 전화를 해야 한다.
신남항 해신당 공원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해변. 동이 트며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로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간다. 멀리 집어등을 끄고 항으로 돌아오는 고깃배가 보인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고포해변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5분 거리에 월천항과 월천해변이 있다. 달빛이 아름다워 월천(月川)인데, 달빛보다 유명한 것이 솔섬이다. 2007년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가 찍은 사진으로 유명세를 탔다. 호산천과 동해가 만나면서 이룬 작은 섬 위에 소나무들이 단정하게 줄지어 서 있는 풍경. 사진의 고즈넉한 풍광과 달리 지금은 거대한 크레인들이 배경을 잠식했다. 한국가스공사 LNG 생산기지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공사로 위쪽 호산 해변은 아예 없어졌다. 월천 해변 역시 없어진 거나 다름없다. 크레인과 포클레인을 보면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마이클 케냐의 사진 덕분에 솔섬만은 살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예전의 솔섬이 아니었다. 황량한 미래에 잘못 도착한 장옷을 두른 아낙같다.
고깃배가 들어오는 아침의 삼척항은 분주하다. 즉석경매가 이뤄지고 구경꾼이 모여든다.
‘신남의 명물 남근 팝니다.’
대체 무엇을 파는 걸까. 아주머니가 가게 뒤편에서 빨갛고 조그마한 상자를 가져온다. 주름진 손이 비밀의 뚜껑을 연다. 그 안엔 은으로 만든 남근 모양의 작은 열쇠고리가 담겨있다. “기념품으로 많이들 사가요. 이게 복을 상징한다고.”
공원 안엔 크고 작은 남근이 가득하다. 1999년 남근조각대회를 연 모양인데 36명이 만든 18개 작품이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다. 신남마을에는 동해안 유일의 남근숭배 민속이 전해져내려온다. 옛날 신남마을에 애랑이라는 처녀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애바위에서 해초를 캐다가 거센 풍랑으로 바다에 빠져 죽었다. 애랑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이후 고기가 잡히지 않자 나무로 남근 모형을 깎아 처녀의 원혼을 달랬다 한다. ‘애바위 전설’이다. 해신당 공원의 절벽 바위 위엔 지금도 매년 제사를 지내는 해신당이 있다.
남근 조각에 정신을 빼앗길 무렵, 아름다운 해변이 나타난다. 해신당 공원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해변이다. 소나무 숲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고, 그 앞 바다엔 바위산 봉우리들을 축소해놓은 듯한 크고 작은 갯바위들이 솟아있다. 많은 이들이 조각들만 보고 웃으며 돌아간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는 많지 않다. 물놀이는 힘들지만, 바위 사이 숨은 곳에 자리를 잘 잡으면 ‘나만의 해변’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위치한 고포해변.
갈남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바다 속 암석이 그대로 비친다. 삐죽삐죽한 윗부분만 수면 위로 튀어 나와있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갈매기가 사는, 해송으로 뒤덮인 바위섬 ‘월미도’도 보인다. 전망대는 해돋이와 해넘이 풍광이 예뻐 많은 사진쟁이들이 몰리는 곳이다.
마음 속 하이라이트는 부남해변. 부남해변은 일단 들어가는 길이 기대를 증폭시킨다. 7번국도 바로 곁에 붙어있는 다른 해변과 달리 이곳은 마을길을 한참 달려 산길을 넘어야 닿을 수 있다. 예전에는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고 간판도 없는, 말 그대로 ‘숨은’ 해변이었다는데 지금은 도로 변에 새로 만든 ‘부남 해변’ 표지가 세워져있다.
표지를 따라 들어가 마을 논길을 지나 시멘트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 가다보면 ‘부남 해수욕장’이라는 손글씨 간판이 보인다. 산속 작은 오솔길을 따라 5분 정도 더 가면 막다른 길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좁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비로소 해변이 빼꼼히 보인다.
철조망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해변은 여전히 ‘숨은 느낌’으로 가득하다. 뒤쪽으로 철조망과 초소가 이어지고, 바닷가 갯바위 위엔 성황당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지금도 이곳에서 3월과 10월 초하루 일년에 두 차례 제사를 올린다고 한다. 모래는 흰 규사로, 다른 곳에 비해 곱다. 수심이 얕아 물놀이 하기도 좋다. 백사장엔 먹을거리를 팔고 그늘막과 튜브도 빌려주는 천막 하나와 간이 샤워장이 있을 뿐이다. 17가구 남짓한 부남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이곳을 지킨다.
“예전엔 인근 마을 사람들이 땀나면 멱 감으러 오는 마을 해변이었죠. 동막 초등학교, 근덕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때마다 소풍 오는 곳이기도 했고요. 지금은 입소문이 나서 외지에서도 많이들 와요.”
곧 퇴근하려고 그날 벌어들인 돈을 세고 있던 한 마을 주민이 말했다. 한적한 해변엔 주민들이 미리 쳐 놓은 그늘막이 즐비했는데 “1시간만 빌려도 1만원, 하루 종일 있어도 1만원”이라고 했다.
-길잡이-
●보통 영동고속도로가 빠르지만 휴가철엔 교통체증이 심하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IC로 빠진다. 38번국도를 타고 영월과 태백을 지나 울진, 삼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옛 7번국도(낭만가도)와 만난다. 이 길은 덕풍계곡 등 절경을 지나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새로 난 7번국도는 운전하기엔 편하고 좋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해변마다 민박집 찾기는 어렵지 않다. 성수기라 가격이 비싸다. 삼척 시내로 나오면 보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을 찾을 수 있다.
●삼척에선 곰치국이 유명하다. 항·포구마다 곰치국집들이 즐비하다. 곰치는 아귀만큼 못생긴 생선으로, 삼척에선 ‘곰치’, 강릉과 속초에선 ‘물곰’이라 불리는 ‘물메기’를 가리킨다. 순두부처럼 살이 연해 입에서 녹는다. 삼척항의 동아식당(033-574-5870), 바다횟집(033-574-3543), 삼척해변의 바다마을(033-572-5559) 등이 유명하다. 김치를 풀어 시원하게 끓여낸다.
●고포해변과 부남해변은 여름 동안만, 오는 21일까지 개장한다. 이용시간은 오전 6시~오후 10시. 야영 불가. 고포마을운영협의회 (033)572-6399 부남마을운영협의회 (033)572-0742
●신남항 내 해신당공원은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한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어촌민속전시관 관광안내소 (033)572-4429
●문의 삼척시 관광정책과 (033)570-3545
●보통 영동고속도로가 빠르지만 휴가철엔 교통체증이 심하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IC로 빠진다. 38번국도를 타고 영월과 태백을 지나 울진, 삼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옛 7번국도(낭만가도)와 만난다. 이 길은 덕풍계곡 등 절경을 지나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새로 난 7번국도는 운전하기엔 편하고 좋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해변마다 민박집 찾기는 어렵지 않다. 성수기라 가격이 비싸다. 삼척 시내로 나오면 보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을 찾을 수 있다.
●삼척에선 곰치국이 유명하다. 항·포구마다 곰치국집들이 즐비하다. 곰치는 아귀만큼 못생긴 생선으로, 삼척에선 ‘곰치’, 강릉과 속초에선 ‘물곰’이라 불리는 ‘물메기’를 가리킨다. 순두부처럼 살이 연해 입에서 녹는다. 삼척항의 동아식당(033-574-5870), 바다횟집(033-574-3543), 삼척해변의 바다마을(033-572-5559) 등이 유명하다. 김치를 풀어 시원하게 끓여낸다.
●고포해변과 부남해변은 여름 동안만, 오는 21일까지 개장한다. 이용시간은 오전 6시~오후 10시. 야영 불가. 고포마을운영협의회 (033)572-6399 부남마을운영협의회 (033)572-0742
●신남항 내 해신당공원은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한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어촌민속전시관 관광안내소 (033)572-4429
●문의 삼척시 관광정책과 (033)570-3545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우를 말한다]‘로맨틱 크라운’의 톰 행크스 (0) | 2011.08.19 |
---|---|
[오늘]‘58년 개띠’와 드라마 (0) | 2011.08.19 |
[낮은 목소리로]농산물은 공공재다 (0) | 2011.08.11 |
여름 하동에 오시려거든, 푸른 들판 가득 담으러 오시라 (0) | 2011.08.03 |
[농촌진흥청 선정 ‘가볼만한 농촌마을’](5) 뗏목·황토구들 체험 “더위야 가라” (0) | 2011.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