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우석훈의 시민운동 몇 어찌](1) 다음 대선, 우린 지지 않는다

우석훈 | 2.1 연구소 소장

살다보니 별꼴을 다 본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내가 딱 그렇다. 지난 수년 동안 입이 닳도록 하던 게 “땅 투기 하지 마라, 부동산 투기 하지 마라” 그런 얘기였다. 그리고 올해 특히 신경 써서 하려는 얘기가 조기 유학 문제와 우리 말로 글 쓰기, 이런 주제이다. 기관 혹은 회사마다 매년 중점추진사업이라는 게 있는데, 자식을 조기 유학 보낸 사람들은 최소한 장관이나 차관 그런 고위 공직에는 나오지 말게 하자, 그런 게 나의 중점추진 과제인 셈이다. 작년 말에 민주당의 개혁특위를 맡은 천정배 의원에게 그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이 양반이 내가 다 민망하게 한숨만 푹푹 쉬면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입이 안 떨어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부터 조기 유학 안 보내겠다는 선언 같은 거 해보라고 말했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좌파인가, 우파인가, 뭔가 뒤집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빡 하고 때리고 갔다. 90년대 미테랑 후반기, 우파들의 총선 승리로 대통령은 좌파, 총리는 우파인 동거정부가 펼쳐진 적이 있다. 사회당의 기세를 뚫고 승기를 잡은 프랑스 우파들이 내각을 잡고 제일 처음 한 조치들이 불어 교육을 강화하고, 라디오에서 프랑스 음악 의무 송출비율을 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네 나라 교육을 강화시키고, 자기 말을 더 쓰도록 하고, 보건을 강화하는 게 기본이라고 알고 있다. 프랑스 보수는 진짜 무서운 보수이고, 기 소르망같이 정말 책 하나는 엄청나게 읽어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그럼 미국 보수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청년들 체력이 약해서 전쟁하느라고 엄청 애먹었다고, 보수주의자들이 나서서 미국의 급식 체계를 만든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도대체 이게 뭐냐? 뭐가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었다.

신라 향가를 해석한 걸로 유명해진 양주동 선생의 ‘몇 어찌’라는 수필에는 기하학을 도저히 한문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하면서, 신학문을 배워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의 기본은 우파들이 지키고, 좌파들은 생기발랄하게 뛰어놀면서 그 권위주의 내에 균열을 만들고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나라, 그런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데, 한국은 뭐가 많이 이상해졌다. 좌파들이 정색을 하고 아이들 밥 먹이자, 조기 유학 그만 보내자, 투기 그만 좀 해라, 이게 뭔 꼴인지 모르겠다. 꼭 시어머니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