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 기억의 건축 ‘아그라’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타지마할로 유명한 아그라에 갔습니다. (본토 발음은 따즈마할에 가깝습니다) 유명한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타지마할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사랑하는 왕비를 기리기 위해, 왕비만큼 아름다운 건축을 세운 것이죠.

하지만 타지마할보다 더 즐거웠던 곳은 타지마할에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그라 포트라는 요새였습니다. 이 무굴제국의 군사용 요새는 나중에 궁전으로 바뀐 곳입니다. 두 가지의 극단적인 기능이 겹치다 보니 이곳은 아름다움과 긴장이 공존합니다.

눈부신 궁전으로 향하는 길은 좁고 긴 경사로인데, 적군이 쳐들어와도 같은 길을 통해야 하는 곳입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설렘을 증가시키는 장소지만, 적병에게는 화살에 맞아 죽기 딱 좋은 공간이 됩니다.

경사로가 끝나면 화려한 정원과 궁전이 나옵니다. 모두들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 데에 열중합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가까이에서 봤을 때보다 더 아련하게 다가오지요.

혼자였기에 카메라는 잠시 가방에 넣어두고 유유히 정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전생에 요새를 지키는 병사였는지, 개인적으로는 고급스러운 정원보다 좁고 긴장감 넘치는 통로가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