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짓기 전에 팔고, 지으면서 폭리 ‘건설불패’ 천국
사례1. 2008년 4월 대한주택공사는 경기 고양 풍동 2·3블록과 화성 봉담지구 5·6블록에서 분양한 주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주민들이 낸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서 대법원이 “입주민들의 원가공개 요구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사상 첫 공개였다. 결과는 건설사들이 그동안 분양원가 공개를 꺼려온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주공은 풍동2블록에서 원가(1310억원)보다 500억원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38%의 수익을 거뒀다. 3블록에서는 원가보다 23.3% 높은 분양가를 받았다. 2·3블록 전체로 치면 가구당 평균 5120만원의 폭리를 취한 셈이었다.
사례2. 한화그룹은 화약 공장부지인 인천 소래-논현지구가 2004년 도시개발사업지로 지정되자 ‘꿈에 그린’ 아파트 1만2000여가구를 지어 분양에 나섰다. 수도권에서 민간기업이 이처럼 대규모 아파트 분양사업을 하는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다. 국정감사에서도 특혜 논란이 불거졌으나 한화 측은 “개발수익은 3500억원에 불과하며 모두 공장이전과 기반시설 조성에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실련 분석(2007년) 결과 지가 상승, 건축비 거품 등으로 개발이익은 2조1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작 한화는 법률 미비로 개발부담금은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업과 부동산은 ‘불패 신화’를 거듭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100% 분양에 성공했다. 소비자들도 청약에 당첨되기만 하면 집값이 뛰어 마치 ‘로또’라도 맞은 듯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 건설 불패 신화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 등록된 건설업체는 1만2228개. 이 중 5281개사가 주택사업 면허를 갖고 있다. 대기업들도 최소 하나씩은 건설사를 계열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한라건설, 현대엠코, KCC건설 등을 고(故) 정주영 회장의 친인척 일가가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에서 주택·토목사업을 한다. 포스코·SK·GS·롯데·두산·금호·한화그룹 등도 예외없이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효성그룹은 효성건설을 두고도 2008년 중견 건설사인 진흥기업까지 인수했다. 이들은 모두 주택사업을 한다.
건설사들은 택지비와 건축비, 간접비용(설계·감리비, 보상비 등)을 부풀려 분양가를 높이고, 이윤을 축소 신고하는 행위를 버젓이 해왔다. 경실련이 2006년 화성 동탄신도시의 건설비용과 이윤을 분석해보니 건설업체들은 택지비를 거짓 신고하고 건축비와 간접비를 부풀려 숨김으로써 얻은 이익 규모가 1조2229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가도 원가보다 20% 높게 책정했다.<왼쪽 표 참조> 건설업은 이처럼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비자금을 조성하기 쉽다. 관료와 정치인의 뇌물 통로로 활용하는 등 유착 고리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어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장부상일 뿐이지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감안하면 비공식적으로는 남는 돈이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면서 “재개발 사업 수주 전에 대형 건설사들이 돈 봉투를 뿌려가며 덤벼드는 것도 분양가로 모두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각종 정책 지원을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자 정부는 규제 완화와 재정 조기집행에 나섰다. 대한주택보증이 2조원을 들여 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사들이게 하고, 토지공사를 통해 민간건설사들이 분양받은 공공택지를 되사주도록 했다. 미분양 사태는 비싼 분양가, 과잉 공급 등으로 건설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정부가 재정을 풀어 떠안은 것이다. 이 외에도 건설사를 위한 대책이 줄을 이었다. 수도권 투기지역의 단계적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 기업 보유의 비업무용 토지 매입, 분양가 자율인하시 대출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은 건설 측면에서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격담합과 로비에 취약한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되면서 상위권 업체들이 공사를 독식, 대기업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4대강사업 등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함에 따라 지난해 공공부문의 토목 수주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건설사들의 담합 혐의를 의심하고도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데 급급하고 있다.
70~80년대 개발경제 시대에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었다. 당시에는 별다른 산업이 없었고 사회간접자본(SOC)도 확충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나 SOC 확충 등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건설사업에 중장비가 많이 동원되는 바람에 예전처럼 고용창출효과도 크지 않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9만1000명) 부문은 제조업(-12만6000명)과 숙박·음식점업(-10만7000명)에 이어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960년대 20.0%를 웃돌기도 했으나 외환위기 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최근에는 15.0% 안팎으로 떨어졌다. 10년 뒤에는 11.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리한 건설경기 부양은 부동산 거품을 키우면서 결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부채 급증이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351조2000억원으로 2008년 말에 비해 43조4000억원 늘었다. 비싼 아파트 분양가가 통하는 것은 시중은행들이 개인을 상대로 계약금부터 중도금, 잔금까지 무분별하게 부동산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급등할 경우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도 거품이 잔뜩 낀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터다.
국가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자산 총액(6939조6000억원)의 70.4%를 부동산 자산(4885억3000조원)이 차지한다. 우리나라 명목 GDP(2009년 1050조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 소유의 편중 역시 위험 수준이다. 전국 사유지의 57%를 상위 1%가 소유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설업계에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중소형 건설사들이 자금난으로 부도설에 휩싸였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각종 옵션을 붙여도 분양이 안되고 입주율도 낮다보니 요즘은 하루종일 대출 알아보러 다니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지금 당장의 고통을 감수하고 거품을 꺼뜨릴지, 아니면 거품을 방치하며 환부를 더 키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사례1. 2008년 4월 대한주택공사는 경기 고양 풍동 2·3블록과 화성 봉담지구 5·6블록에서 분양한 주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주민들이 낸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서 대법원이 “입주민들의 원가공개 요구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사상 첫 공개였다. 결과는 건설사들이 그동안 분양원가 공개를 꺼려온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주공은 풍동2블록에서 원가(1310억원)보다 500억원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38%의 수익을 거뒀다. 3블록에서는 원가보다 23.3% 높은 분양가를 받았다. 2·3블록 전체로 치면 가구당 평균 5120만원의 폭리를 취한 셈이었다.
사례2. 한화그룹은 화약 공장부지인 인천 소래-논현지구가 2004년 도시개발사업지로 지정되자 ‘꿈에 그린’ 아파트 1만2000여가구를 지어 분양에 나섰다. 수도권에서 민간기업이 이처럼 대규모 아파트 분양사업을 하는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다. 국정감사에서도 특혜 논란이 불거졌으나 한화 측은 “개발수익은 3500억원에 불과하며 모두 공장이전과 기반시설 조성에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실련 분석(2007년) 결과 지가 상승, 건축비 거품 등으로 개발이익은 2조1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작 한화는 법률 미비로 개발부담금은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업과 부동산은 ‘불패 신화’를 거듭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100% 분양에 성공했다. 소비자들도 청약에 당첨되기만 하면 집값이 뛰어 마치 ‘로또’라도 맞은 듯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 건설 불패 신화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 등록된 건설업체는 1만2228개. 이 중 5281개사가 주택사업 면허를 갖고 있다. 대기업들도 최소 하나씩은 건설사를 계열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한라건설, 현대엠코, KCC건설 등을 고(故) 정주영 회장의 친인척 일가가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에서 주택·토목사업을 한다. 포스코·SK·GS·롯데·두산·금호·한화그룹 등도 예외없이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효성그룹은 효성건설을 두고도 2008년 중견 건설사인 진흥기업까지 인수했다. 이들은 모두 주택사업을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들은 아파트를 팔아 내수로 돈을 벌었다. 특히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제도인 아파트 선분양제를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남겨왔다. 아파트를 다 짓기도 전에 분양하면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수익을 남긴다. 택지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구입하고, 건축비는 분양대금을 미리 받아 충당한다. 여기에다 공사기간 발생하는 세금과 이자는 모두 분양가에 반영한다. 선분양제는 원래 ‘분양가 규제’와 맞물려야 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2000년 분양가를 완전 자율화하면서도 선분양제를 그대로 유지시켜 건설사들만 이중삼중의 특혜를 누리는 기형적인 제도가 됐다.
건설사들은 택지비와 건축비, 간접비용(설계·감리비, 보상비 등)을 부풀려 분양가를 높이고, 이윤을 축소 신고하는 행위를 버젓이 해왔다. 경실련이 2006년 화성 동탄신도시의 건설비용과 이윤을 분석해보니 건설업체들은 택지비를 거짓 신고하고 건축비와 간접비를 부풀려 숨김으로써 얻은 이익 규모가 1조2229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가도 원가보다 20% 높게 책정했다.<왼쪽 표 참조> 건설업은 이처럼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비자금을 조성하기 쉽다. 관료와 정치인의 뇌물 통로로 활용하는 등 유착 고리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어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장부상일 뿐이지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감안하면 비공식적으로는 남는 돈이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면서 “재개발 사업 수주 전에 대형 건설사들이 돈 봉투를 뿌려가며 덤벼드는 것도 분양가로 모두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각종 정책 지원을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자 정부는 규제 완화와 재정 조기집행에 나섰다. 대한주택보증이 2조원을 들여 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사들이게 하고, 토지공사를 통해 민간건설사들이 분양받은 공공택지를 되사주도록 했다. 미분양 사태는 비싼 분양가, 과잉 공급 등으로 건설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정부가 재정을 풀어 떠안은 것이다. 이 외에도 건설사를 위한 대책이 줄을 이었다. 수도권 투기지역의 단계적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 기업 보유의 비업무용 토지 매입, 분양가 자율인하시 대출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은 건설 측면에서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격담합과 로비에 취약한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되면서 상위권 업체들이 공사를 독식, 대기업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4대강사업 등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함에 따라 지난해 공공부문의 토목 수주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건설사들의 담합 혐의를 의심하고도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데 급급하고 있다.
70~80년대 개발경제 시대에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었다. 당시에는 별다른 산업이 없었고 사회간접자본(SOC)도 확충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나 SOC 확충 등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건설사업에 중장비가 많이 동원되는 바람에 예전처럼 고용창출효과도 크지 않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9만1000명) 부문은 제조업(-12만6000명)과 숙박·음식점업(-10만7000명)에 이어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960년대 20.0%를 웃돌기도 했으나 외환위기 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최근에는 15.0% 안팎으로 떨어졌다. 10년 뒤에는 11.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리한 건설경기 부양은 부동산 거품을 키우면서 결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부채 급증이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351조2000억원으로 2008년 말에 비해 43조4000억원 늘었다. 비싼 아파트 분양가가 통하는 것은 시중은행들이 개인을 상대로 계약금부터 중도금, 잔금까지 무분별하게 부동산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급등할 경우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도 거품이 잔뜩 낀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터다.
국가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자산 총액(6939조6000억원)의 70.4%를 부동산 자산(4885억3000조원)이 차지한다. 우리나라 명목 GDP(2009년 1050조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 소유의 편중 역시 위험 수준이다. 전국 사유지의 57%를 상위 1%가 소유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설업계에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중소형 건설사들이 자금난으로 부도설에 휩싸였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각종 옵션을 붙여도 분양이 안되고 입주율도 낮다보니 요즘은 하루종일 대출 알아보러 다니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지금 당장의 고통을 감수하고 거품을 꺼뜨릴지, 아니면 거품을 방치하며 환부를 더 키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 공식 블로그 = http://whereliv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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