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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대학 거부’ 선언 김예슬씨를 만나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김예슬씨(24)

지난달 10일 밤을 꼬박 새운 한 대학생이 눈이 수북이 쌓인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교정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대자보를 붙였다. 정문 앞에서는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아니, 거부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대학 자퇴생 ‘김예슬’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됐다. 대자보는 떼어졌지만 그가 던진 문제 의식은 교정 울타리를 넘어 울려퍼지고 있다. 대학·국가·자본이라는 거대한 탑과 부딪친 작은 돌멩이로.

지난 한 달간 “놀라움과 감동,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는 김예슬씨(24)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2일 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요구하고 싶었던 것은 88만원에서 188만원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격증 시스템을 유지하는 대학·자본·국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용히 그만둘 수도 있었지만, 언제라도 비겁해질까봐” 대자보를 붙이고 1인 시위를 했다는 그는 15일 출간되는 작은 책 「김예슬 선언」에 대학을 떠나며 대자보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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