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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사회학

[주거의 사회학]집 때문에 출산 포기 경험 40대 < 30대 < 20대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젊을수록 더 심각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의 무게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설문조사 대상 중 기혼자 746명에게 “전세금이나 주택마련 문제로 2세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중 5명 중 1명꼴인 1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로 볼 때 젊을수록 이에 동의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실제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 중 40대는 20.7%에 불과했으나, 30대와 29세 이하는 각각 29.7%, 36.8%로 높아졌다.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더 큰 사회문제화할 소지다.

“살림이 어려워 출산을 미룬다”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소득수준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최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계층은 22.7%가 집 때문에 출산을 미룬 적이 있다고 응답, 전 소득계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현재의 저임금·비정규직 구조가 악화될 경우 주거 문제는 곧 인구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이지만 주택 점유형태로 볼 때 자가소유(14.3%)보다는 전세임대 23.7%, 월세임대 24.5%에서 집 때문에 아이 갖기를 망설였다고 밝혔다. 이사횟수에 있어서는 3회 이상(27.8%)인 경우에서 2세 계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입자가 이사를 자주하게 될수록 안정된 주거를 마련할 때까지 아이 갖기를 미루리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중산층 역시 ‘집’과 출산의 연계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는 응답자 가운데 월 300만~399만원대가 21.1%, 월 400만~499만원대가 20.5% 순으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중산층도 내집 마련이나 전세금 문제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 경향을 드러낸 것이다.

소득 수준별로 볼 때 출산에 가장 적은 부담을 갖고 있는 계층은 월소득 500만원 이상인 그룹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출산을 미뤄봤다’는 응답자는 9.2%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비교적 고소득에 속하는 이들 역시 비록 소수이긴 하나 출산과 ‘집’을 연계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출산과 집이 갖는 관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자녀의 교육과 ‘집’은 어떤 관계일까. “자녀 교육문제로 강남·목동 등에 거주 중이거나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라는 문항에 11.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현재 강남에 거주하는 응답자 가운데 20.9%도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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