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동네 앞 밭에서 배추는 한 해를 보내지 못하고 얼차려 받는 자세로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추파동에 놀란 정부가 한 포기 더 심기 운동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추를 심은 농민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파, 양파가 흙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가장 어영부영 돈을 까먹는 것이 소입니다. 하는 일 없이 팽팽 놀면서 주는 밥은 어찌 또 그렇게 잘 먹는지 모릅니다.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먹고 있습니다. 한우가 어찌된 일인지 양식만 먹습니다. 사료가 거의 100% 외국산입니다. 사료값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선물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만 30% 정도 올랐습니다.
정부는 떼로 몰려다니는 농민들을 탓합니다. 사실 지금 시골 도처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우축사 건립 공사입니다.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란 기대감을 가지고 짓고 있습니다. 대농은 키운 비용이 아까워 팔지 않고 있습니다. 소농은 보통 8개월 된 송아지를 내다파는데 지금은 어미젖만 떼면 내다팝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매시장에는 지난해 대비 50% 이상 많은 소가 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한우 가격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지어먹을 농사가 한우 농사밖에 없다고 농민 스스로 말했습니다. 그것이 사육두수가 늘어난 이유입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은 비닐하우스로 먹고살고, 나락농사 짓는 사람은 나락농사로 먹고살고 이렇게 분업이 이루어지면 사육두수가 늘어날 일이 없습니다. 배추 키우던 사람이 밭 한 귀퉁이에 축사를 짓고, 나락 키우던 사람이 논 한 귀퉁이에 축사를 짓고, 하우스 농사를 지어온 사람이 하우스를 개조해 축사를 짓고 이렇게 한우 농가가 늘어났습니다. 동네 형님 한 분도 논에 하우스를 개조한 축사를 짓고 소를 넣었습니다. 그 분은 그 축사 앞 비닐하우스에서 오이를 키우는데 지금은 소가 오이를 먹고 있습니다. 사료값을 오이 판 돈으로 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장례식장에서 후배 녀석을 만났습니다. 3000여㎡의 하우스에 장미를 키우며 소도 10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소가 장미를 먹고 있습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주춤하던 수입소 물량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소고기 시장의 60%를 수입소가 점령했습니다. 소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데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습니다. 정부가 가임암소(송아지를 낳을 수 있는 암소)를 도축할 경우 비용 일부분을 지원한다는데 이것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믿는 농민은 없습니다. 사육두수를 조절하는 것을 시장 논리에 맡기면 농민은 거의 파산합니다.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수많은 농민이 벼랑 끝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일단 소를 긴급 수매해야 합니다. 먼저 가임암소 수를 현재 130만마리에서 110만마리 정도로 조정해야 합니다. 20만마리를 정부가 긴급 수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6000억원 정도입니다. 이 물량을 정부가 매입해 군대와 학교 등 대형 급식소에 순차적으로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대북지원도 한 방법입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도 풀고 농민의 생존권도 지킬 수 있습니다. 한우산업은 쌀농사와 더불어 농촌경제를 이끌어 가는 양대축 중 하나입니다. 단순하게 한우산업을 안정시킨다는 차원을 넘어 농촌경제 전체를 안정시킨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육두수를 조정하고 난 다음에는 수입소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어느 나라든 자국 산업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그때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를 반복해선 안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고 거짓말처럼 소값이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사람은 현재 30개월령 미만 수입제한 조치를 폐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제2차 쇠고기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건으로 소고기 협상을 진행하더니 이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의 조건으로 소고기 협상을 하겠다는 겁니다. 한우가 끼워팔기 상품도 아니고,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농민들은 혀를 찹니다.
한 해가 갑니다. 사람도 시간도 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새해 소망은 단 하나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모든 것이 올해의 정반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동네 앞 밭의 배추가 빨리 임자를 만나 우리 식탁에 오르길 기대합니다.
요즘 시골에서 가장 어영부영 돈을 까먹는 것이 소입니다. 하는 일 없이 팽팽 놀면서 주는 밥은 어찌 또 그렇게 잘 먹는지 모릅니다.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먹고 있습니다. 한우가 어찌된 일인지 양식만 먹습니다. 사료가 거의 100% 외국산입니다. 사료값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선물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만 30% 정도 올랐습니다.
내년 초 8% 인상될 요인도 이미 발생했습니다. 5개월 된 암송아지가 50만원에 거래되었습니다. 거의 어미 염소 가격입니다. 소값이 반토막 났습니다. 소값이 이렇게 하염없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육두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정부가 말합니다. 적정 사육두수는 250만마리라 하는데 지금 사육두수는 300만마리입니다.
정부는 떼로 몰려다니는 농민들을 탓합니다. 사실 지금 시골 도처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우축사 건립 공사입니다.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란 기대감을 가지고 짓고 있습니다. 대농은 키운 비용이 아까워 팔지 않고 있습니다. 소농은 보통 8개월 된 송아지를 내다파는데 지금은 어미젖만 떼면 내다팝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매시장에는 지난해 대비 50% 이상 많은 소가 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한우 가격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지어먹을 농사가 한우 농사밖에 없다고 농민 스스로 말했습니다. 그것이 사육두수가 늘어난 이유입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은 비닐하우스로 먹고살고, 나락농사 짓는 사람은 나락농사로 먹고살고 이렇게 분업이 이루어지면 사육두수가 늘어날 일이 없습니다. 배추 키우던 사람이 밭 한 귀퉁이에 축사를 짓고, 나락 키우던 사람이 논 한 귀퉁이에 축사를 짓고, 하우스 농사를 지어온 사람이 하우스를 개조해 축사를 짓고 이렇게 한우 농가가 늘어났습니다. 동네 형님 한 분도 논에 하우스를 개조한 축사를 짓고 소를 넣었습니다. 그 분은 그 축사 앞 비닐하우스에서 오이를 키우는데 지금은 소가 오이를 먹고 있습니다. 사료값을 오이 판 돈으로 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장례식장에서 후배 녀석을 만났습니다. 3000여㎡의 하우스에 장미를 키우며 소도 10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소가 장미를 먹고 있습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주춤하던 수입소 물량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소고기 시장의 60%를 수입소가 점령했습니다. 소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데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습니다. 정부가 가임암소(송아지를 낳을 수 있는 암소)를 도축할 경우 비용 일부분을 지원한다는데 이것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믿는 농민은 없습니다. 사육두수를 조절하는 것을 시장 논리에 맡기면 농민은 거의 파산합니다.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수많은 농민이 벼랑 끝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일단 소를 긴급 수매해야 합니다. 먼저 가임암소 수를 현재 130만마리에서 110만마리 정도로 조정해야 합니다. 20만마리를 정부가 긴급 수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6000억원 정도입니다. 이 물량을 정부가 매입해 군대와 학교 등 대형 급식소에 순차적으로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대북지원도 한 방법입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도 풀고 농민의 생존권도 지킬 수 있습니다. 한우산업은 쌀농사와 더불어 농촌경제를 이끌어 가는 양대축 중 하나입니다. 단순하게 한우산업을 안정시킨다는 차원을 넘어 농촌경제 전체를 안정시킨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육두수를 조정하고 난 다음에는 수입소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어느 나라든 자국 산업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그때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를 반복해선 안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고 거짓말처럼 소값이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사람은 현재 30개월령 미만 수입제한 조치를 폐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제2차 쇠고기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건으로 소고기 협상을 진행하더니 이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의 조건으로 소고기 협상을 하겠다는 겁니다. 한우가 끼워팔기 상품도 아니고,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농민들은 혀를 찹니다.
한 해가 갑니다. 사람도 시간도 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새해 소망은 단 하나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모든 것이 올해의 정반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동네 앞 밭의 배추가 빨리 임자를 만나 우리 식탁에 오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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