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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영성의 뿌리, 유럽 수도원을 가다]수도원 성당 제대 아래 김대건 신부 유해

오틸리엔 | 조운찬 선임기자 sidol@kyunghyang.com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의 성당 제대(祭臺) 아래에는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유해 일부가 안치돼 있다. 제대의 한쪽 귀퉁이에는 김대건의 전신상이 조각돼 있다. 오틸리엔 수도원이 김대건의 유해와 그의 전신상을 모신 것은 베네딕도 수도회와 한국의 밀접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틸리엔 수도원은 1909년 선교사 2명을 한국에
파견, 서울 혜화동에 베네딕도 수도원을 건립했다. 그러나 일제의 탄압으로 수도원 운영이 어렵게 되자 1927년 북한의 함경도 덕원과 중국 연길로 수도원을 옮겨 선교활동을 이어갔다. 한국전쟁 와중에서는 수도원을 경북 칠곡군 왜관으로 다시 옮겼다. 일제의 천주교탄압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에 파견된 베네딕도회 수도사 50여명이 순교했다.

오틸리엔 수도원이 외국 선교를 위해 수도사를 파견한 국가는 20여개국에 달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수도원이 폐쇄되고 수도사들이 대거 희생된 곳은 흔치 않다. 오틸리엔의 블로머 마우루스 수도사는 “한국은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선교사를 파송한 국가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김대건의 유해 일부를 한국에서 모셔왔다”고 말했다.

마우루스 수도사가 오틸리엔 수도원의 성당 제대에 조각된 김대건신부상을 설명하고 있다.


오틸리엔 수도원은 또 수도사들이 선교 당시 수집한 한국의 유물도 소장하고 있다. 수도원 박물관전시 중인 유물은 한국의 고악기, 도자기, 서적, 서화작품, 한복 등 모두 1000여점에 달한다. 일제시대 민간에서 사용되던 민속자료가 대부분이나 ‘곤여지도’와 같은 희귀 유물도 포함돼 있다. 오틸리엔 수도원은 2009년 한국 베네딕도수도원 창립 100주년을 맞아 소장해온 겸재 정선 화첩을 왜관 수도원에 반환하기도 했다.

마우루스 수도사는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유물들은 한국 베네딕도 수도회의 역사를 보여준다”며 “과학적인 보호·전시를 위해 박물관을 확장 개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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