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김다슬·심혜리·백인성·황경상 기자 jeje17@kyunghyang.com
ㆍ창간 65주년 경향신문의 8대 제안
사람들은 시장의 정글에 던져진 채 무한 경쟁의 늪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발버둥친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노동하지만 가장 적게 자고 쉰다.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노인은 가난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그리고 서민들의 저금을 횡령·불법대출한 것으로 드러난 저축은행 비리, 고액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을 빚더미에 빠뜨리는 참담한 현실, 굶주려 우유와 빵 하나를 훔치는 풍요 속의 빈곤, 20년 전보다 네 배 늘어난 50대 남성의 자살률이란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 관련기사 4·5·6면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사회일까. 적색 경보등을 켠 각종 사회·경제 지표는 살 만한 세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숫자보다 먼저 온몸으로 그것을 깨닫고 있었기에 그 숫자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살자고 했었나. 소수를 위해 다수를 패자로 만드는 이 체제는 결코 다수를 위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이 체제 속에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하고 있다. 잘 적응해서 버텨내는 것, 그것이 유일한 생존법인 양,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시장의 정글에 던져진 채 무한 경쟁의 늪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발버둥친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노동하지만 가장 적게 자고 쉰다.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노인은 가난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그리고 서민들의 저금을 횡령·불법대출한 것으로 드러난 저축은행 비리, 고액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을 빚더미에 빠뜨리는 참담한 현실, 굶주려 우유와 빵 하나를 훔치는 풍요 속의 빈곤, 20년 전보다 네 배 늘어난 50대 남성의 자살률이란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 관련기사 4·5·6면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사회일까. 적색 경보등을 켠 각종 사회·경제 지표는 살 만한 세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숫자보다 먼저 온몸으로 그것을 깨닫고 있었기에 그 숫자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살자고 했었나. 소수를 위해 다수를 패자로 만드는 이 체제는 결코 다수를 위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이 체제 속에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하고 있다. 잘 적응해서 버텨내는 것, 그것이 유일한 생존법인 양,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받아들인다.
경향신문은 10월6일 창간 65돌을 맞아 ‘한국사회, 사회계약을 다시 쓰자’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 사회계약은 어떠한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시민들 간의 합의이다. 해방 직후 ‘통일된 민주국가’, 1948년 제헌헌법, 백범 김구가 그렸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하나의 사회계약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60여년이 지난 그 계약은 지금 어디론가 사라졌다. 백범의 새 국가상과 제헌헌법의 밑그림은 분단과 전쟁에 가로막혀 좌절됐다. 1987년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 그리고 그것이 이룩한 성취들도 어느덧 색 바래고 이제 비정상적인 현실들만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우리가 도장 찍어준 적 없는 이 계약은 원천 무효라고 선언해야 한다. 고통스럽고 부조리한 이 사회를 거부해야 한다.
최근 ‘안철수 현상’도 불만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뭔가 변화를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재집권 혹은 정권교체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삶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사회를 규율하는 질서와 가치,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권력의 유지와 교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1987년 이후 수없이 정권교체가 이뤄져 왔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꺾으면 세상이 나아질 것처럼 주장하지만 결코 진실이 아니다. 다른 진영이 집권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회가 올바로 서 있다면, 보수든 진보든 사회계약을 충실히 따르도록 하기만 하면 세상은 살 만할 곳이 될 수 있다. 지금 같은 이분법 구도·흑백 논리로는 안된다. 사회는 다원성의 기초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경쟁을 부정하거나 연대를 무시하지 않는 경쟁과 연대의 조화, 여러 세력 간 균형을 이루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176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인간은 태어날 때는 자유로웠는데, 어디서나 노예가 되어 있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사회계약론>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당시 통념을 거부하면서, 모든 시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주권의 원천인 ‘사회계약’을 내세웠다. 2011년 한국사회에도 통념을 깨는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향신문은 여덟 가지 제안을 한다.
이 제안들이 한국사회의 모든 문제를 다 다룬 것은 아니다. 출발점일 뿐이다. 경향신문은 앞으로 각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복지와 성장의 조화, 금융자본주의가 초래한 세계적 경제위기 문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와 막대한 국방예산 문제, 평화국가의 문제 등을 위한 사회계약 논의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 도움말 주신 분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인 한국외대 석좌교수, 이상돈 중앙대 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박은정 서울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홍종학 경원대 교수, 선학태 전남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인 한국외대 석좌교수, 이상돈 중앙대 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박은정 서울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홍종학 경원대 교수, 선학태 전남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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