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애 | 불문학 박사·소설가
맥루한이 ‘핫 미디어’로 분류했던 사진과 함께 또 다른 의미로 ‘핫’한 삶을 살다간 브레송. 그의 예술혼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진집으로, 여러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논한 글들도 함께 실려 있다. 특히 그를 ‘카이로스’에 비유한 장 클레르의 글은 깊은 통찰력이 느껴진다.
사진작가로서의 브레송의 삶은 ‘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로 축약된다. 그는 세계 곳곳을 찾아갔다. 거기서 자신의 ‘연장된 눈’을 통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주의 깊게 주시했다. 어느 한순간, 직관적 판단력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그렇게 찍힌 사진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미지들은 불멸의 예술작품이 되었다.
브레송은 청년시절 미술학도였고,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영화를 만들기도 했으며, 말년에는 다시 그림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역시 보고, 화면을 구성하고, 셔터를 누르는 모든 과정이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사진이다. 완벽한 기하학적 구도와 절제미로 포착해낸 그의 짧고 강렬한 ‘결정적 순간’은 깊은 울림을 가진 영원한 현재이다.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천재적 연금술사. 피사체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을 보는 사람의 영혼까지도 빼앗아버리는 영혼의 사냥꾼. 이것이 내가 만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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