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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여행](2) KTX 부산·거제·외도 봄맞이 여행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꽃 피는 동백섬 찍고, 외도의 봄과 데이트
ㆍ남녘의 바다와 함께하는 1박2일


남녘에는 벌써 봄이 와 있다. 남쪽 바다는 봄빛으로 물들고, 동백과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렸다. 부산과 거제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곳. 그러나 여행길이 너무 멀다는 것이 흠이다. 그렇지만 고속열차(KTX)가 있다. 서울에서 2시간30여분이면 부산에 닿는다. 거제도까지는 새로 뚫린 거가대교를 타면 된다.

서울에서 오전 8시 기차에 올랐다. 책 한 권 다 읽지 못했는데 벌써 부산이다. KTX는 오전 10시33분 부산역에 정확하게 멈춰선다. 2시간30여분 만에 한반도의 절반을 종단한 것이다. 마침 부산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눈이 아닌 비, 그것도 따스한 봄비다. 반갑다.

부산역 앞에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준비한 리무진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가이드 없이 현지인솔자가 직접 운전해 목적지에 내려준다.

첫 목적지는 신라 태종무열왕(김춘추)이 해안절경에 반해 활쏘기를 즐겼다는 ‘태종대’다. 매일 전기순환열차인 ‘다누비’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걸어서 태종대유원지와 태종사를 거쳐 등대를 돌아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데 약 2시간 걸린다. 해발 250m 최고봉을 중심으로 해송, 생달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200여 종의 수목이 산책로 주변을 감싸고 있다. 발 아래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탁 트인 대한해협의 풍광이 장관이다.

오후에는 부산의 봄바다를 만끽한다. 먼저 부산 동쪽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를 찾았다. 이름처럼 사찰은 파도와 한판 붙기라도 할 듯 검푸른 바다와 맞닿아 있다. 1376년에 나옹선사가 나라의 가뭄을 멈추기 위해 ‘보문사’로 창건한 절이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가 1930년대 관음도량으로 복원했다. 1974년 정암스님이 용꿈을 꾸고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 영험한 기도처로 소문나 있다.

동백섬에 핀 동백꽃 뒤로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보인다. /이윤정 기자


다음 코스는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 동백섬은 옛날에는 ‘섬’이었지만 육지와 연결됐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제2 정상회의장이 건립된 동백공원에는 이미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동백섬 너머로는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바다와 어우러진다. 부산은 어느덧 홍콩보다 더 화려한 해안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온천·아쿠아리움·벡스코·요트경기장·광안대교 등 볼거리를 뒤로 하고 저녁에는 자갈치시장을 찾았다. 2006년 옥외시장이 현대식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약 500개 점포가 옛 명성을 잇고 있다. 보배상회 박종섭씨(48)는 “요즘은 자갈치 아지매만큼 아재(아저씨)가 늘어났다”고 달라진 풍경을 설명한다.

자갈치시장 인근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념하는 PIFF광장을 비롯해 국제시장, 깡통시장 등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보수동 책방골목을 걷는 것도 좋다. 국제시장을 가로질러 북쪽 골목으로 10여분 걸으면 보수동 책방골목이 나타난다.

보수동 책방골목


여행 이튿날은 새벽 6시부터 바쁘다. 거가대교를 타고 거제도를 찾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버스는 부산 가덕도를 지나 가덕해저터널을 뚫고 거가 2교·1교를 한달음에 달려간다. 부산에서 거제까지 차로 1시간 남짓, 금세 ‘한반도의 남국 거제도’가 봄의 미소를 보내온다.

외도로 가는 배를 타기 전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들렀다. 1950년 9월15일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많은 포로가 생기자 그 해 11월27일 거제도 1180여만㎡(360만평)에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당시 인민군 15만명, 중공군 2만명, 여자 포로와 의용군 3000명 등 17만3000명이 수용됐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당시 수용소를 복원하고 사진·장비·의복 등을 전시해 6·25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외도 봄 풍경


장승포로 자리를 옮겨 외도행 배를 탔다. 봄이 유독 아름답다는 외도다. 친절한 유람선은 해금강의 절경을 선보인 뒤 천천히 외도로 관광객을 안내한다. 바다 속 멸치떼를 쫓아 비행 낚시를 즐기는 괭이갈매기를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외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이다. 봄냄새가 싱그러운 파란색 바다에 둘러싸여 새순을 내놓는 외도의 식물이 봄 교향곡을 연주한다. 2시간 남짓이면 외도 ‘보타니아’를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은 거제도를 거쳐 부산에서 다시 서울행 KTX에 오른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속도로 2시간30여분 만에 서울에 다다른다. 봄 맞으러 다녀온 길이 꿈만 같다.

● 여행상품 : 코레일관광개발이 1박2일짜리 부산~거제~외도 상품을 내놓았다. 오전 8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전 10시33분 부산에 도착한다. 첫날은 부산 명소를 돌아보고 둘째날은 거가대교를 넘어 거제도와 외도를 여행하는 코스다. 가격은 19만9000원(KTX 이용료·현지교통비·숙박비 포함). 거제도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무박2일 상품은 12만9000원. 문의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 1544-7755

태종대유원지 영도등대/ 이윤정 기자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이윤정 기자


외도유람선 주변으로 괭이갈매기가 날고 있다./이윤정 기자


부산역 야경/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