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엄 홍 | 비니엄인 아프리카커피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지구상에서 커피는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음료 중 하나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언제부터 마셨을까.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프리카의 북동쪽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의 고원 도시인 카파(KAFFA)에서 ‘커피의 전설’을 발견하게 된다.
‘칼디’라는 소년이 염소를 이끌고 산기슭에 올라 있던 중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을 보고는 이상히 여기게 된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풀과 나뭇잎을 먹고 졸거나 하던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난 후부터는 밤에도 잠을 안 자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목동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음날 염소들이 먹었던 붉은 열매를 따먹어 보았더니 맛이 달콤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부터는 머리가 맑아지고 나른함이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목동은 친분이 있던 이슬람 수도원 원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게 된다.
이렇게 전해진 커피는 수도원 신도들 사이로 급격히 퍼져 나갔다. 수행 중에 오는 잠을 깨우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열매였기 때문이다. 커피는 이렇게 해서 예멘을 거쳐 터키·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멀리는 중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로 전파됐다. 지금은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자신이 커피 맛을 느끼며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고,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인 찰스 드 모리스 탈레랑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며 커피를 자극적으로 표현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는 명언도 그가 커피에 취해 남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가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전해져 커피가 국내에 소개됐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주한미군의 군수물자를 통해 커피가 대량 소개되면서 ‘다방’을 통해 커피문화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세월이 흘러 10여년 전부터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이젠 들고다니는 커피가 흔해졌다. 커피 역시, 석유처럼 100%수입을 한 탓일까, 커피 농사꾼인 필자는 ‘우리만의 커피문화가 과연 있을까’ 하며 골똘히 생각해 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필자가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그들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주변 나라들, 케냐·탄자니아·우간다의 경우 국민의 4% 정도만이 커피를 마시지만 에티오피아는 인구의 95%가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커피 세리머니가 있다. 커피를 마시기 전 모든 과정은 아주 정성스럽게 진행된다.
먼저 손을 씻고 거실 바닥에 ‘사르(SAR)’라는 풀을 깔고 송진을 태워 향을 낸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낙네가 숯을 피운다. 커피 생두를 물에 잘 씻어 놋쇠로 만든 프라이팬에 얹고 숯이 담긴 화덕에서 커피를 볶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포트인 ‘제베나(JEBENA)’라는 토기에 물을 넣고 끓인다. 손님에게 볶은 커피를 가져가 잘 볶아졌는지를 확인받은 후 절구에 넣어 곱게 빻고 분말이 된 커피를 제베나에 넣어 물과 함께 끓여 커피를 완성한다. 이렇게 커피를 준비하는 과정이 마치 종교의식처럼 엄숙하게 진행되지만 이들에겐 정겨운 일상,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아프리카에서 지내며 시간에 얽매이지 않게 생활을 해오다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너무나 다른 세상에 어리둥절해질 때가 많아진다. 그들과 우리들의 생활상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에 미소를 찾아보기 힘든, 경쟁에 찌든 우리들을 보면 진정한 행복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을 멀리서 찾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늘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만 있으면 밝고 명랑한 인사가 절로 나오고, 힘들고 지친 몸과 영혼까지 달래고 있다.
필자가 에티오피아 남부의 오지 마을에서 커피 농사를 하면서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원주민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고된 노동으로 몸이 지칠 법도 하지만 만면에 미소 띤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의 하루 마무리는 커피로 편안한 휴식을 갖는다.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가 생겨났다. 영어의 EXPRESS(초고속의, 빠른)에서 따온 말로 어원대로 간편하고 신속히 커피를 마신다는 장점이 있지만 좋은 커피 성분을 모두 추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요즘은 웰빙바람과 함께 천천히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취지로 ‘SLOW’란 단어가 유행이다. 슬로푸드를 먹고, 슬로시티를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핸드 드립’이라고 간판을 내건 커피집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빨리 빨리’보단 한 잔의 커피를 마셔도 여유를 갖고 제대로 된 커피 맛을 찾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준비가 번거롭지만 탁월한 맛 때문에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에티오피아인들처럼 여유를 갖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삶의 여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이렇게 전해진 커피는 수도원 신도들 사이로 급격히 퍼져 나갔다. 수행 중에 오는 잠을 깨우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열매였기 때문이다. 커피는 이렇게 해서 예멘을 거쳐 터키·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멀리는 중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로 전파됐다. 지금은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자신이 커피 맛을 느끼며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고,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인 찰스 드 모리스 탈레랑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며 커피를 자극적으로 표현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는 명언도 그가 커피에 취해 남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가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전해져 커피가 국내에 소개됐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주한미군의 군수물자를 통해 커피가 대량 소개되면서 ‘다방’을 통해 커피문화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세월이 흘러 10여년 전부터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이젠 들고다니는 커피가 흔해졌다. 커피 역시, 석유처럼 100%수입을 한 탓일까, 커피 농사꾼인 필자는 ‘우리만의 커피문화가 과연 있을까’ 하며 골똘히 생각해 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필자가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그들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주변 나라들, 케냐·탄자니아·우간다의 경우 국민의 4% 정도만이 커피를 마시지만 에티오피아는 인구의 95%가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커피 세리머니가 있다. 커피를 마시기 전 모든 과정은 아주 정성스럽게 진행된다.
먼저 손을 씻고 거실 바닥에 ‘사르(SAR)’라는 풀을 깔고 송진을 태워 향을 낸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낙네가 숯을 피운다. 커피 생두를 물에 잘 씻어 놋쇠로 만든 프라이팬에 얹고 숯이 담긴 화덕에서 커피를 볶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포트인 ‘제베나(JEBENA)’라는 토기에 물을 넣고 끓인다. 손님에게 볶은 커피를 가져가 잘 볶아졌는지를 확인받은 후 절구에 넣어 곱게 빻고 분말이 된 커피를 제베나에 넣어 물과 함께 끓여 커피를 완성한다. 이렇게 커피를 준비하는 과정이 마치 종교의식처럼 엄숙하게 진행되지만 이들에겐 정겨운 일상,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아프리카에서 지내며 시간에 얽매이지 않게 생활을 해오다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너무나 다른 세상에 어리둥절해질 때가 많아진다. 그들과 우리들의 생활상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에 미소를 찾아보기 힘든, 경쟁에 찌든 우리들을 보면 진정한 행복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을 멀리서 찾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늘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만 있으면 밝고 명랑한 인사가 절로 나오고, 힘들고 지친 몸과 영혼까지 달래고 있다.
필자가 에티오피아 남부의 오지 마을에서 커피 농사를 하면서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원주민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고된 노동으로 몸이 지칠 법도 하지만 만면에 미소 띤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의 하루 마무리는 커피로 편안한 휴식을 갖는다.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가 생겨났다. 영어의 EXPRESS(초고속의, 빠른)에서 따온 말로 어원대로 간편하고 신속히 커피를 마신다는 장점이 있지만 좋은 커피 성분을 모두 추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요즘은 웰빙바람과 함께 천천히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취지로 ‘SLOW’란 단어가 유행이다. 슬로푸드를 먹고, 슬로시티를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핸드 드립’이라고 간판을 내건 커피집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빨리 빨리’보단 한 잔의 커피를 마셔도 여유를 갖고 제대로 된 커피 맛을 찾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준비가 번거롭지만 탁월한 맛 때문에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에티오피아인들처럼 여유를 갖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삶의 여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은 목소리로]봄 들녘, 애잔한 황혼 (0) | 2011.05.12 |
---|---|
[낮은 목소리로]인간이 만든 ‘독’에 죽어가는 지구 (0) | 2011.04.15 |
[손홍규의 로그 인]왜 사냐건 (0) | 2011.02.23 |
[이대근칼럼]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2) | 2011.02.17 |
[박영택의 전시장 가는 길]눈 내리는 겨울바다 (0) | 2011.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