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서해 주꾸미, 지진에 놀라 도망갔나

정혁수 기자 overall@kyunghyang.com

ㆍ수온 낮아 도다리 등 안잡혀… 무창포 축제 내달초로 연기

‘잔칫상에 올려놓을 게 있어야지.’

주꾸미 축제 등 서해안 수산물 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상한파 등의 영향으로 바다 수온이 낮아지면서 봄철 어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꾸미와 도다리의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축제 일정이 1~2주 연기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보령시와 무창포축제위원회는 25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열기로 했던 무창포 주꾸미·도다리 축제를 예년 기온이 회복되는 4월 초로 연기했다고 23일 밝혔다.

바닷물 저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어획량이 급감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관광객으로 넘쳤던 보령수산물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보령시 제공

바다 수온이 지난해보다 0.7~1도가량 떨어진 이상기온에 놀란 주꾸미가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민 김주협씨(63)의 한숨에 땅이 꺼진다.

“나가면 뭘 혀. 바짝 엎드려 있는지 도통 잡히질 않어. 주꾸미는 산란기인 3월이 지 맛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판장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 보령수협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주꾸미는 작년보다 16~20%, 도다리는 50~60% 감소했다. 보령수협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면 하루에도 몇 백㎏씩 잡아 올려야 하는데 요즘은 해봤자 몇 십㎏이 고작”이라며 “빨리 날씨가 예년기온을 되찾아 주꾸미·도다리를 예년같이 잡아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까지 무창포 위판장에서 판매된 주꾸미는 6t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었다. 도다리도 지난해보다 절반가량이 감소하면서 1.5t 정도만 판매됐다.

무창포축제위원회 관계자는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축제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잔치는 좀 늦게 열리지만 주꾸미 맛은 변치 않는 만큼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2일부터 주꾸미 축제를 여는 서천군도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30%가량 줄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꽃게의 경우도 어장이 형성되지 않아 지난 1월만 해도 어민들은 거의 손을 놓아야 했다.

서산수협 판매과 정남희씨는 “1월이 원래 꽃게철이어서 항마다 꽃게가 넘쳐나야 할 판인데 올해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며 “며칠에 한 번씩 10~30㎏ 정도 잡아올 뿐 어획량이 예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어획량 감소와 고유가가 겹치면서 어민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어민 이기준씨(58)는 “어획량이 예년의 20~30%에 불과해 선원 월급조차 못주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이상 현상이 계속되면 두세달 후엔 조업을 포기한 어선들이 항·포구에 가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