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김석종의 잘 차려진 밥상]①벌교 꼬막


‘양념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남도 사람들만 먹던 꼬막은 전남 보성군 벌교 출신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때문에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소설에서 염상구가 외서댁을 겁탈한 뒤 “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꼬막 맛이시…”라고도 했다.

꼬막이 제 맛을 내는 철은 겨울에서 초봄까지. 지금이 제철 꼬막의 끝물이다. 술꾼들은 막걸리 한 잔에 꼬막 한 접시 까는 것으로 겨울을 떠나보낸다. 진득진득하면서도 짭짤 졸깃한 꼬막의 감칠맛….

꼬막은 고막·고막조개·안다미조개라고도 불린다. 사새목 꼬막조개과에 속한다. 참꼬막은 껍데기 길이가 약 5㎝, 높이 약 4㎝, 너비 약 3.5㎝로, 피조개나 새꼬막보다 크기가 작다.

껍데기는 사각형에 가깝고, 두껍다. 표면에 굵은 골이 패여있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는 골의 모양새가 기와지붕을 닮았다 하여 와농자(瓦壟子)라고 부른다고 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전라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벌교 꼬막을 제일로 치는 것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은 기름진 갯벌 때문이다. 2005년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여자만 갯벌이 우리나라에서 상태가 가장 좋은 갯벌로 꼽혔다. 벌교 꼬막은 아낙들이 허리까지 푹푹 빠져드는 갯벌에서 널배에 꼬막 채를 걸어 갯벌을 훑으며 채취한다.

꼬막을 삶는 솜씨에 따라 맛은 천양지차다. 제대로 된 꼬막 맛을 보기 위해서는 물기가 가시지 않게 살짝 데쳐야 한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익어도 입을 잘 벌리지 않는다. 꼬막의 엉덩이(?) 틈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들이밀어 지렛대처럼 젖히면 쉽게 열린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다. 어지간한 경력으로는 꼬막 까기가 만만치 않다. 갓 삶아내 까 먹는 졸깃졸깃한 조갯살은 특별한 간을 하지 않아도 진한 맛이 난다.

벌교에서는 국일식당(061-857-0588), 제일회관(061-857-1672), 갯벌식당(061-858-3322), 종가집꼬막회관(061-858-1717), 벌교태백산맥꼬막맛집(061-858-6100), 외서댁꼬막나라(061-858-3330), 거시기꼬막식당(061-858-2255) 등이 꼬막요리를 잘한다.

서울에서는 영화감독 이미례씨가 운영하는 인사동의 여자만(02-725-9829),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뒤편 서울시교육위원회(옛 기상청) 앞에 있는 곰마루(02-737-3403)에서 육즙이 싱싱한 꼬막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