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논설위원
사찰생태연구가 김재일씨, 그는 지금 폐암 투병 중이다. 아니 병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얼굴은 맑고 표정은 고요하다. 2004년께 이미 말기 판정을 받았지만 그동안 숲의 은혜를 입어 산사의 숲을 찾을 수 있었다. 숲 속에 들면 편안했다. 그러나 이제 병원으로부터 석달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은 숲에서 구원을 얻었고 이제 숲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불교는 숲에서 태어났다. 석가모니는 숲 속의 성자였고 초기 불교의 수행자들은 ‘숲 속에 머무는 이들’이라고 불렸다. 그에게 숲은 종교였다. 숲에서 모든 것을 얻었고 깨달았으니 이제 숲 속에 안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수목장을 원한다. 지난날이 비록 곤했지만 그 끝이 향기로웠으니, 그는 산사의 나무처럼 고울 것이다.
최근 사찰생태연구가 김재일씨(64)가 지은 10권짜리 <산사의 숲>(지성사)이 출간되었다. 들여다볼수록 노작이다. 그런데 독자들에게는 ‘사찰생태연구가’라는 직함이 생소하다. 저자는 우리 생태계가 무참히 무너지던 1990년대 중반 자연의 비명을 듣게 되었다. 곧바로 생태기행에 나섰지만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사찰 숲이 우리 땅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생태 보루임을 확인했다. 사찰생태연구소를 차리고 산사의 숲을 찾아갔다. 사찰생태연구가는 이렇게 탄생했다.
처음에는 무심했으나 갈수록 예사롭지 않았다. 숲은 온갖 생명붙이들을 품고 있으니 또 다른 사찰이었다. 숲 속에 파묻힌 전각들은 건축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였다. 솦 속의 또 다른 숲이었다. 되도록 걸어서, 부처를 뵙듯이 공손하게 숲에 들었다.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해남 땅끝의 미황사와 바다 건너 한라산 관음사까지 찾아갔다. 숲 속의 날고 기는 짐승에서 이끼까지 관찰하여 기록했다. 그렇게 108개 산사의 숲 속을 다녀왔다. 꼬박 7년이 걸려 매듭을 지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의 절집은 산막(山幕)이요, 스님들은 숲지기였다. 저절로 이루어진 숲이든 사람이 심어 가꾼 숲이든, 숲은 거기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 도시의 숲은 시민들을 닮고, 산사의 숲은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을 닮는다.” 숲은 바람까지 정갈하게 빗질하여 사찰로 보내고, 사찰은 말씀을 숲 속으로 내보냈다. 속세와 피안, 고통과 구원, 미망과 깨달음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절과 숲에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동시에 들어 있다.
처음에는 무심했으나 갈수록 예사롭지 않았다. 숲은 온갖 생명붙이들을 품고 있으니 또 다른 사찰이었다. 숲 속에 파묻힌 전각들은 건축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였다. 솦 속의 또 다른 숲이었다. 되도록 걸어서, 부처를 뵙듯이 공손하게 숲에 들었다.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해남 땅끝의 미황사와 바다 건너 한라산 관음사까지 찾아갔다. 숲 속의 날고 기는 짐승에서 이끼까지 관찰하여 기록했다. 그렇게 108개 산사의 숲 속을 다녀왔다. 꼬박 7년이 걸려 매듭을 지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의 절집은 산막(山幕)이요, 스님들은 숲지기였다. 저절로 이루어진 숲이든 사람이 심어 가꾼 숲이든, 숲은 거기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 도시의 숲은 시민들을 닮고, 산사의 숲은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을 닮는다.” 숲은 바람까지 정갈하게 빗질하여 사찰로 보내고, 사찰은 말씀을 숲 속으로 내보냈다. 속세와 피안, 고통과 구원, 미망과 깨달음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절과 숲에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동시에 들어 있다.
![](http://img.khan.co.kr/news/2011/01/27/30_20110127_2110.jpg)
불교는 숲에서 태어났다. 석가모니는 숲 속의 성자였고 초기 불교의 수행자들은 ‘숲 속에 머무는 이들’이라고 불렸다. 그에게 숲은 종교였다. 숲에서 모든 것을 얻었고 깨달았으니 이제 숲 속에 안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수목장을 원한다. 지난날이 비록 곤했지만 그 끝이 향기로웠으니, 그는 산사의 나무처럼 고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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