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 | 경기대 교수·미술평론가
한국전쟁기에 자신의 고향으로 피란을 가서 그린 장욱진(張旭鎭, 1918~90)의 자화상이다. 너무도 열악했던 피란시절에 그린 그림임에도 포연과 피비린내와 가난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지옥 같은 현실과 무관하게 고고하고 이상적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선명하게 표출되어 있다. 누렇게 익은 논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좁은 길 위에 연미복을 입고 우산을 든 영국형 신사와 같은 작가의 모습은 좀 이질적이다. 개 한 마리가 뒤를 따르고 하늘에는 새가 날아갈 뿐이다. 땅에는 벼가 가득하다. 자연은 여전히 풍성하고 싱싱하다.
자화상(갤러리현대, 1·1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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