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10-09-30 21:46:47ㅣ수정 : 2010-09-30 21:46:48
ㆍ닷새간의 잔치마당, 전주소리축제를 기다리며
시인도 아니고 아직 단풍도 불붙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월 탓이겠지요, 어쩌면. 언제냐 싶게 햇살은 부드러워졌고 바람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봄바람 같은 큰 아량’(春風大雅)과 ‘가을 맑은 물과 같은 문장’(秋水文章)! 분명 버거운 꿈이지요. 더구나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물난리에 이 꿈이 자기 꿈인 줄도 모르고 허둥댔으니 뒤돌아보는 뒤끝이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시월입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뒤돌아볼 마음이라도 챙겼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잔치 분위기 망치지 말아야지. 새벽산책을 하며 혼자 구시렁구시렁 재무장을 해봅니다. 붉은 열매나 화사한 단풍으로 우려낼 만큼 치열하게 살지 못했다는 점 개운하게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오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시작됩니다. 이달 하순이면 한국방문의 해에 발맞춘 2010한국음식관광축제가 발효엑스포와 더불어 천년고도 전주에서 펼쳐집니다. 비빔밥축제를 겸한 이 잔치가 끝나면 바로 태조어진전주봉안600주년 기념행사가 이어집니다. ‘나날이 축제!’가 ‘시월의 마지막 밤’을 넘어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둘러 마음 추슬러야겠지요.
당장 오늘 저녁 소리축제 개막공연 ‘천년의 사랑여행’ 챙기는 일이 급합니다. 연극인 김명곤 전 장관이 연출을 맡고 안숙선 명창 등이 출연하는 10주년 기념 창작기획물이라니 더 마음이 끌립니다. 옛 백제가요와 캄보디아, 인도, 중국 등 신비로운 해외전통가무악과의 조화, 국악관현악단과 심포니오케스트라로 구성된 특별연주단의 연주와 어우러질 장대한 합창, 과연 해묵은 소리축제 정체성 시비를 잠재울 만한 작품인지, 어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21세기 살아 있는 전설’ 조상현, 성창순, 최승희 명창이 함께 펼칠 ‘천하명창전’ 또한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임진택과 이자람의 창작판소리나 ‘몸으로 부르는 소리 춤극’ ‘타고 남은 적벽’, 그리고 젊은 기획 ‘소리오작교’ 등이 판소리의 영역을 얼마나 풍성하게 확장시켜줄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이 밖에도 꼭 챙기고 싶은 공연이 여럿입니다. 7년 만에 다시 찾는 ‘천상의 목소리’ 이네사 갈란테나 프랑스의 집시기타리스트 티티 로빈의 한국 최초 연주도 지나칠 수 없겠지요. 아프리카와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선보일 다양한 퓨전음악 세계는 변변찮은 음악편지의 소재를 얻기 위해서라도 찾아가고 싶습니다. 특히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소리 프론티어’ 밤샘공연! 한국음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젊은 열정을 쏟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악퓨전연주단들이 경연을 벌이는데 야외에서 맥주 등 음료를 마시며 즐길 수 있답니다. 다만 그날 일기가 어떨지 걱정인데, 모처럼 많은 학생들과 함께 보기로 했으니 하늘도 무심치만은 않겠지요? ‘함께 부르는 노래’ 폐막 야외공연 때에도 친구들과 매실주 한잔 나누며 즐길 준비 확실하게 해두었습니다.
그 뒤로도 축제가 계속될 터인데 너무 놀 계획만 세운 것 아닌가, 염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옛 성현 말씀에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귀하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좋다 하였으니 어찌 잔치마당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 삶이 온통 축제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밀린 숙제하듯 살 수는 없는 일. ‘사철가’에서 권하는 것처럼 바쁠 때 일하고 한가할 때 틈내서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며 놀아보세” 하는 것도 이 계절에 놓칠 수 없는 정취이겠지요.
그런 마음을 담아 이번 잔치에 초청된 아프리카 차드 출신 가족밴드 ‘아싸오’의 연주실황 하나 보내드립니다. 현재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그룹은 아프리카 특유의 아카펠라 화성 및 서구 대중음악과의 앙상블도 함께 선보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진실로 사랑하리’ 들으시며 놀 준비 야무지게 해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이루지 못한 꿈’의 아쉬움도 달래시고요.
“마침내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인가.” 김명인 시인이 “불붙은 가을 산”을 바라보며 되뇌는 말입니다.
시인도 아니고 아직 단풍도 불붙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월 탓이겠지요, 어쩌면. 언제냐 싶게 햇살은 부드러워졌고 바람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봄바람 같은 큰 아량’(春風大雅)과 ‘가을 맑은 물과 같은 문장’(秋水文章)! 분명 버거운 꿈이지요. 더구나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물난리에 이 꿈이 자기 꿈인 줄도 모르고 허둥댔으니 뒤돌아보는 뒤끝이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시월입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뒤돌아볼 마음이라도 챙겼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잔치 분위기 망치지 말아야지. 새벽산책을 하며 혼자 구시렁구시렁 재무장을 해봅니다. 붉은 열매나 화사한 단풍으로 우려낼 만큼 치열하게 살지 못했다는 점 개운하게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오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시작됩니다. 이달 하순이면 한국방문의 해에 발맞춘 2010한국음식관광축제가 발효엑스포와 더불어 천년고도 전주에서 펼쳐집니다. 비빔밥축제를 겸한 이 잔치가 끝나면 바로 태조어진전주봉안600주년 기념행사가 이어집니다. ‘나날이 축제!’가 ‘시월의 마지막 밤’을 넘어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둘러 마음 추슬러야겠지요.
당장 오늘 저녁 소리축제 개막공연 ‘천년의 사랑여행’ 챙기는 일이 급합니다. 연극인 김명곤 전 장관이 연출을 맡고 안숙선 명창 등이 출연하는 10주년 기념 창작기획물이라니 더 마음이 끌립니다. 옛 백제가요와 캄보디아, 인도, 중국 등 신비로운 해외전통가무악과의 조화, 국악관현악단과 심포니오케스트라로 구성된 특별연주단의 연주와 어우러질 장대한 합창, 과연 해묵은 소리축제 정체성 시비를 잠재울 만한 작품인지, 어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21세기 살아 있는 전설’ 조상현, 성창순, 최승희 명창이 함께 펼칠 ‘천하명창전’ 또한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임진택과 이자람의 창작판소리나 ‘몸으로 부르는 소리 춤극’ ‘타고 남은 적벽’, 그리고 젊은 기획 ‘소리오작교’ 등이 판소리의 영역을 얼마나 풍성하게 확장시켜줄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이 밖에도 꼭 챙기고 싶은 공연이 여럿입니다. 7년 만에 다시 찾는 ‘천상의 목소리’ 이네사 갈란테나 프랑스의 집시기타리스트 티티 로빈의 한국 최초 연주도 지나칠 수 없겠지요. 아프리카와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선보일 다양한 퓨전음악 세계는 변변찮은 음악편지의 소재를 얻기 위해서라도 찾아가고 싶습니다. 특히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소리 프론티어’ 밤샘공연! 한국음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젊은 열정을 쏟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악퓨전연주단들이 경연을 벌이는데 야외에서 맥주 등 음료를 마시며 즐길 수 있답니다. 다만 그날 일기가 어떨지 걱정인데, 모처럼 많은 학생들과 함께 보기로 했으니 하늘도 무심치만은 않겠지요? ‘함께 부르는 노래’ 폐막 야외공연 때에도 친구들과 매실주 한잔 나누며 즐길 준비 확실하게 해두었습니다.
그 뒤로도 축제가 계속될 터인데 너무 놀 계획만 세운 것 아닌가, 염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옛 성현 말씀에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귀하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좋다 하였으니 어찌 잔치마당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 삶이 온통 축제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밀린 숙제하듯 살 수는 없는 일. ‘사철가’에서 권하는 것처럼 바쁠 때 일하고 한가할 때 틈내서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며 놀아보세” 하는 것도 이 계절에 놓칠 수 없는 정취이겠지요.
그런 마음을 담아 이번 잔치에 초청된 아프리카 차드 출신 가족밴드 ‘아싸오’의 연주실황 하나 보내드립니다. 현재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그룹은 아프리카 특유의 아카펠라 화성 및 서구 대중음악과의 앙상블도 함께 선보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진실로 사랑하리’ 들으시며 놀 준비 야무지게 해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이루지 못한 꿈’의 아쉬움도 달래시고요.
ⓒ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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