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10-08-26 21:40:25ㅣ수정 : 2010-08-26 21:40:25
ㆍ볼프강 림의 ‘비문’
오늘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유명한 미라벨 정원,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헨 잘츠부르크성,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대성당, 간판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게트라이데 거리 등 세월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는 옛 시가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박후남 박사를 만나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 관한 귀한 특강도 들었습니다. 박 박사는 독일에서 철학과 문학, 예술역사학을 연구한 자유기고가로 ‘조선황실의 종말과 일제시대’에 관한 책을 스위스와 독일에서 곧 출간할 예정인, 한국 문화에도 조예가 매우 깊은 분입니다.
그 특강내용을 전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참가자로서의 특권을 조금 연장하고 싶기도 하고 그 내용이 이 짧은 편지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여건, 이를 위한 호프만슈탈, 카라얀 등의 헌신, 시민들과 시당국의 진정어린 관심과 지원, 그리고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이 상세하게 소개되었으며, 결론으로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서는 작게 시작해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그렇게 전통을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제안 말씀이 있었다는 것만 밝히고 가겠습니다.
특기할 일은 1920년 호프만슈탈 등이 이 축제를 시작할 때의 중심에 <모든 사람>이라는 연극이 있었다는 것. 잘 아시겠지만 이 극은 중세 대표적인 도덕극으로 근대 연극과는 차원이 다른 계몽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으며 예매가 쉽지 않은 대표적 퍼포먼스라는 것입니다. 그 흔하고 단순한 소재의 우화극이 말입니다.
저녁에는 박 박사와 함께 공연 하나를 관람했습니다. 청중과의 교감을 강조하며 새로운 음악세계를 과감하게 구축해가고 있는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볼프강 림과 독일 최고의 현대무용가로 칭송받는 자샤 발츠의 만남. 음악연주는 국적이 다양한 19명의 솔리스트들이 새로운 연주문화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앙상블 모던’, 춤은 ‘자샤 발츠와 친구들’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좀 벅찼습니다. 떨치기 어려운 졸음이 낮의 피로 탓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관람분위기는 진지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습니다. 끝나자 기립박수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박 박사가 적시하지 않은 잘츠부르크 축제 성공비결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의 상상력 세계를 중시하며 끝까지 진지하게 관람해주는 것. 그래서 그곳의 예술가들은 온갖 창조적 실험을 하면서 그 영역을 계속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취향 아니라고 뒤돌아서거나 무시해버리는 우리 풍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미리 예매를 하고 여유 있게 공연장을 찾아 스스로 관람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도 연주 시작 후 구두 소리 똑똑 거리며 들어서는 우리네 부끄러운 자화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대음악을 등한시하고 무용공연도 찾지 않은 스스로의 무지와 게으름이 부끄러워 오늘 밤은 잠들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 핑계로 인터넷을 뒤지며 볼프강 림의 곡 연주실황을 찾아 뒤늦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아바도 지휘의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교향악단’이 연주한 실황을 하나 보내드립니다. (비문·In-Schrift) 타악기와 관악기의 대화가 묘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곡을 들으시며 “음악은 감성으로 충만해야 하고 감성은 다양함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림의 예술철학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돌아가면 카라얀이 지휘하는 모차르트 곡을 제가 찍은 잘츠부르크 풍광에 실어 동영상으로 올려놓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
저는 지금 모차르트의 고향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에 와 있습니다. 어제 빈을 거쳐 카라얀의 고향 아니프에 위치한 아담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창밖으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상징 산, 우리나라라면 틀림없이 ‘문필봉’으로 불렸을 삼각산이 푸른 풀밭의 배경으로 잡힐 듯 보입니다.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매우 한적하고, 새벽 산책에서 확인한 골목길이 아기자기한, 아름답고 정겨운 곳입니다. 지금 시내는 음악축제가 한창이라 호텔은 초만원. 이곳을 택한 것이 불가피한 일일 터인데 마치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이번 ‘유럽축제 기행’에 참여한 저희 부부를 위한 특별 배려인 것 같아 마냥 흐뭇합니다.
오늘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유명한 미라벨 정원,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헨 잘츠부르크성,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대성당, 간판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게트라이데 거리 등 세월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는 옛 시가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박후남 박사를 만나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 관한 귀한 특강도 들었습니다. 박 박사는 독일에서 철학과 문학, 예술역사학을 연구한 자유기고가로 ‘조선황실의 종말과 일제시대’에 관한 책을 스위스와 독일에서 곧 출간할 예정인, 한국 문화에도 조예가 매우 깊은 분입니다.
특기할 일은 1920년 호프만슈탈 등이 이 축제를 시작할 때의 중심에 <모든 사람>이라는 연극이 있었다는 것. 잘 아시겠지만 이 극은 중세 대표적인 도덕극으로 근대 연극과는 차원이 다른 계몽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으며 예매가 쉽지 않은 대표적 퍼포먼스라는 것입니다. 그 흔하고 단순한 소재의 우화극이 말입니다.
저녁에는 박 박사와 함께 공연 하나를 관람했습니다. 청중과의 교감을 강조하며 새로운 음악세계를 과감하게 구축해가고 있는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볼프강 림과 독일 최고의 현대무용가로 칭송받는 자샤 발츠의 만남. 음악연주는 국적이 다양한 19명의 솔리스트들이 새로운 연주문화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앙상블 모던’, 춤은 ‘자샤 발츠와 친구들’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좀 벅찼습니다. 떨치기 어려운 졸음이 낮의 피로 탓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관람분위기는 진지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습니다. 끝나자 기립박수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박 박사가 적시하지 않은 잘츠부르크 축제 성공비결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의 상상력 세계를 중시하며 끝까지 진지하게 관람해주는 것. 그래서 그곳의 예술가들은 온갖 창조적 실험을 하면서 그 영역을 계속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취향 아니라고 뒤돌아서거나 무시해버리는 우리 풍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미리 예매를 하고 여유 있게 공연장을 찾아 스스로 관람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도 연주 시작 후 구두 소리 똑똑 거리며 들어서는 우리네 부끄러운 자화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대음악을 등한시하고 무용공연도 찾지 않은 스스로의 무지와 게으름이 부끄러워 오늘 밤은 잠들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 핑계로 인터넷을 뒤지며 볼프강 림의 곡 연주실황을 찾아 뒤늦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아바도 지휘의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교향악단’이 연주한 실황을 하나 보내드립니다. (비문·In-Schrift) 타악기와 관악기의 대화가 묘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곡을 들으시며 “음악은 감성으로 충만해야 하고 감성은 다양함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림의 예술철학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돌아가면 카라얀이 지휘하는 모차르트 곡을 제가 찍은 잘츠부르크 풍광에 실어 동영상으로 올려놓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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