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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 공간의 프레임-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게으름은 보통 비난받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게으름은 미덕이 됩니다. 패키지여행으로 떠나지 않는 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밥 먹고 싶을 때 밥을 먹을 자유가 주어집니다. 스노클링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을 일도 없습니다.


그런 자유를 위해선 숙소가 중요합니다. 굳이 시설의 좋고 나쁨을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이 더 우선이지요. 그 공간이 어떤 것들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빈둥거림의 질은 달라집니다. 창 밖으로 수평선이나 산봉우리가 보이면 좋을 겁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는 키나발루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곳입니다. 4101m의 동남아 최고봉은 이곳의 랜드마크입니다.

처음부터 그 산에 오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숙소 정원에서 바라보면 구름에 휩싸인 거대한 산이 잘 보였습니다. 잠시 산을 감상한 후 바다를 바라보기 좋은 정자에 앉아 종일 늘어져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곳을 생각하면 오후 내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그 바다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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