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
ㆍ‘숙명가야금연주단’ 강은일·고지연 편곡·연주
때 아니게 눈과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바람도 무섭게 불어댑니다. 한여름 태풍이나 장마를 방불케 합니다. 세상 덮을 게 그렇게 많고, 쓸어낼 것이 또 그렇게 지천이란 뜻인지. 생뚱맞은 3월의 눈(그 느닷없음이 얼마나 상쾌한지!), 그 눈발 흩날리는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추스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봄으로 넘어오면서 왜 바람이 이처럼 성가시게 불어대는 것일까? 겨우내 굳어버린 나무줄기를 뒤흔들어 막힌 물길을 터주기 위한 것인가? 이 봄, 바람이 이처럼 유난을 떠는 것도 그만큼 나뭇가지들이 굳어있다는, 물줄기가 그만큼 막혀있다는 징표는 아닐까?
그런 간절함을 담아 느린 음악 하나 올립니다. 유명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를 25현가야금과 해금을 위해 편곡한 것입니다. ‘숙명가야금연주단’ 제5집 ‘러블리 가야금’에 실려있는 것으로, 실제 연주를 맡은 강은일씨와 고지연씨가 직접 편곡한 것입니다. 이 협주곡은 모차르트 후기 작품으로 그의 무르익은 천재성을 맘껏 맛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는 피아노 부문을 가야금이 담당하고 관현악 부문은 해금이 맡아 ‘슬픈 아름다움’을 참 능숙하게, 아니면 능청맞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모데라토나 안단테에 어울릴 것 같은 해금이 아다지오까지 능란하게 소화하고 있어, 새삼 그 놀라운 적응력을 확인케 해주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세계를 프리메이슨의 이상과 연결하여 그린 소설 <모차르트>에서,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아다지오 악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F샤프 단조의 이 명상적인 아다지오는, 세상에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베풀기까지 (프리메이슨) 입문자들이 부닥쳐야 할 절망과 슬픔, 향수를 저만치 초월하고 있다.” 프리메이슨 입문의식과의 연관성에 동의하든 말든,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이 곡이 “천상의 사랑” “인간의 저열함을 뛰어넘는 정신적 창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 곡이 매우 창조적인 해석에 입각한 편곡과 연주를 통해 해금과 25현 가야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요. 이런 혼융(퓨전)을 통해 우리 음악의 세계화, 더 나아가 세계음악의 한국화 길도 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제가 심은 매실나무에 벌써 꽃이 피었습니다. 기후 변화로 나무도 정신이 없나 봅니다. 저렇게 서두르다가 꽃샘추위에 꽃이 얼어버려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는데…. 서두름이 능사가 아닙니다. 영어조기교육이 그렇고 세종시나 4대강의 성급함이 그렇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발 느림(아다지오)을 연인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여유를 되찾아 가파른 후유증을 피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연주 반복해 들으시며 그런 생각의 연성화(軟性化)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아 바람나고 싶은 봄입니다!
※음악은 경향닷컴(www.khan.co.kr) 또는 http://www.youtube.com/watch?v=Gkt75wvuhag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ㆍ‘숙명가야금연주단’ 강은일·고지연 편곡·연주
때 아니게 눈과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바람도 무섭게 불어댑니다. 한여름 태풍이나 장마를 방불케 합니다. 세상 덮을 게 그렇게 많고, 쓸어낼 것이 또 그렇게 지천이란 뜻인지. 생뚱맞은 3월의 눈(그 느닷없음이 얼마나 상쾌한지!), 그 눈발 흩날리는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추스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봄으로 넘어오면서 왜 바람이 이처럼 성가시게 불어대는 것일까? 겨우내 굳어버린 나무줄기를 뒤흔들어 막힌 물길을 터주기 위한 것인가? 이 봄, 바람이 이처럼 유난을 떠는 것도 그만큼 나뭇가지들이 굳어있다는, 물줄기가 그만큼 막혀있다는 징표는 아닐까?
우리들 사랑의 마음도 그럴 것입니다. 하루하루 사랑의 행위를 통해 부드럽게 해놓지 않으면 이내 굳어져 언젠가 태풍과 같은 몸살을 필요로 하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너무 강한 바람은 나뭇가지 자체를 해칠 수 있습니다. 너무 심한 몸살도 우리들 몸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사랑의 마음을 키워갈 것, 조그만 실천을 통해서라도 사랑의 물줄기를 터놓을 것, 이 봄 두려워 자칫 마음의 빗장마저 걸어 잠그게 할 수 있는 매서운 바람 맞으며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는, 툭하면 욱, 하는 가파른 성정을 우선 다스릴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느린 음악에 자주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람 속에서 당신 목소리를 듣고/ 내 몸 안에서 당신을 느낍니다./ 내 마음과 영혼 안에서/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아다지오.” 라라 파비안처럼 그런 느린 마음가짐을 사랑하는 이에 빗대어 이렇게 간절하게 불러보는 것이 마음의 몸살 예방약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간절함을 담아 느린 음악 하나 올립니다. 유명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를 25현가야금과 해금을 위해 편곡한 것입니다. ‘숙명가야금연주단’ 제5집 ‘러블리 가야금’에 실려있는 것으로, 실제 연주를 맡은 강은일씨와 고지연씨가 직접 편곡한 것입니다. 이 협주곡은 모차르트 후기 작품으로 그의 무르익은 천재성을 맘껏 맛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는 피아노 부문을 가야금이 담당하고 관현악 부문은 해금이 맡아 ‘슬픈 아름다움’을 참 능숙하게, 아니면 능청맞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모데라토나 안단테에 어울릴 것 같은 해금이 아다지오까지 능란하게 소화하고 있어, 새삼 그 놀라운 적응력을 확인케 해주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세계를 프리메이슨의 이상과 연결하여 그린 소설 <모차르트>에서,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아다지오 악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F샤프 단조의 이 명상적인 아다지오는, 세상에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베풀기까지 (프리메이슨) 입문자들이 부닥쳐야 할 절망과 슬픔, 향수를 저만치 초월하고 있다.” 프리메이슨 입문의식과의 연관성에 동의하든 말든,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이 곡이 “천상의 사랑” “인간의 저열함을 뛰어넘는 정신적 창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 곡이 매우 창조적인 해석에 입각한 편곡과 연주를 통해 해금과 25현 가야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요. 이런 혼융(퓨전)을 통해 우리 음악의 세계화, 더 나아가 세계음악의 한국화 길도 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제가 심은 매실나무에 벌써 꽃이 피었습니다. 기후 변화로 나무도 정신이 없나 봅니다. 저렇게 서두르다가 꽃샘추위에 꽃이 얼어버려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는데…. 서두름이 능사가 아닙니다. 영어조기교육이 그렇고 세종시나 4대강의 성급함이 그렇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발 느림(아다지오)을 연인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여유를 되찾아 가파른 후유증을 피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연주 반복해 들으시며 그런 생각의 연성화(軟性化)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아 바람나고 싶은 봄입니다!
※음악은 경향닷컴(www.khan.co.kr) 또는 http://www.youtube.com/watch?v=Gkt75wvuhag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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