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전 세계적으로 쇼핑몰이 유행입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미국식 쇼핑몰이지요. 다국적 유통자본과 미국의 설계사무소들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구 이곳저곳에 많은 쇼핑몰을 세웠습니다.
거대 자본의 침투에는 마땅히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당장 우리의 예를 보더라도 대형 할인점의 손짓을 마다하며 재래시장과 구멍가게만 고집하는 소비자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는 비슷하게 흘러가는 중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곳에 머무를 땐 으레 재래시장을 찾고는 했습니다. 그곳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모습이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여행에선 쇼핑몰의 유혹을 견뎌내기 힘듭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비슷비슷한 상업공간이지만 어쨌든 현지인들로 가득합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이 너무 많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변화에 순응하듯 푸껫까지 가서 익숙하게 생긴 쇼핑몰의 낯익은 커피가게에 앉아 오후 한나절을 보냈습니다. 창밖으로는 전형적인 태국의 낡은 도시가 여행객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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