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당장 내일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질문을 받습니다.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르지만 나는 대개 “라스베이거스요”라고 합니다. 도박중독자여서는 아닙니다. 감춰둔 추억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그곳엔 100달러짜리 카지노 칩보다 더 즐거운 것이 숨어있기 때문이지요.
그 즐거움은 다름 아닌 욕망의 관찰입니다. 평소라면 겉으로 드러내기 쉽지 않은 마음 속 욕망들로 도시는 구축되어 있습니다. 세계 그 어떤 도시도 라스베이거스처럼 적나라하고 키치적이며 천박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소들로 가득차 있지만 그중 어느 곳도 깊이를 논하지 않습니다. 재료만 콘크리트와 벽돌과 대리석일 뿐, 실제 건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온갖 종류의 욕망이 표출된 이미지들입니다. 여행객들은 이미지로 지어진 건축 속에서 먹고 자고 놉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는 뉴욕의 건물들을 유치하게 복제해놓은 ‘호텔 뉴욕뉴욕’입니다. 카지노 내부의 가짜 뉴욕 거리를 걸으며 라테 한 잔과 양파 베이글을 먹습니다. 진짜가 아니면 뭐 어떤가요. 어차피 난 뉴욕을 충분히 느낍니다. 거지도 없을뿐더러 날씨는 항상 쾌적합니다. 긴장이 넘치는 카지노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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