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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가나자와(일본)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가나자와는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아직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곳은 아니지만,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아 옛 흔적이 많이 남아있지요. 물론 전후 일본에 불어닥친 개발붐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일본 내에서 옛 가옥의 재개발을 가장 먼저 억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겁니다. 이 조용한 도시에서 인상적인 장소 중 하나는 21세기미술관입니다. 최근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설계하고 2004년 완공된 곳입니다. 형태는 단순하고 깔끔합니다. 건물은 새하얀 벽과 바닥, 그리고 투명한 유리로 지어졌습니다. 특히 도시와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원통형으로 된 미술관의 테두리는 투명한 유리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널리 알려져서 많은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그곳을 찾습니다.

가나자와를 거닐며 북촌 한옥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이 떠오른 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의 한옥을 장려하고 보존하는 것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다만 그 한옥들을 가치있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일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전통과 공존할 수 있는 현대의 ‘작품’을 동시에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22세기에는 전통적인 한옥도, 그리고 21세기의 멋진 건축물도 모두 훌륭한 유산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