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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흔적 남기기/ Photo by Clemensjin

갈비찜, 어렵지 않아요^^

지금껏 사십 몇 년을 살면서 갈비찜이란 것을 먹어 본 게 채 열 번도 안 될 것입니다.

술을 알게 되면서가리는 음식은 없어졌지만 예전, 심한 편식 덕분으로 고기라곤 입에도 못댔었고

사실 잘 먹었어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기에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었습니다.

제가 소지한 한식조리사자격 실기종목에만 있었어도 조금은 알고 이번 온라인 과제에 덤볐을 터인데

이만 얼마의 실기수험비로는국가시험을 치룰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뭏튼 아무 개념없이 설 전전날 마트에 가서 갈비 5Kg를 달라그랬습니다.

눈이 동그래진 종업원, "선물세트요?" 그럽니다. "아뇨, 집에서 먹을거요!"

"한우요, 수입이요?" 또 그럽니다. 그제서야 분위기 파악하고 가격표를 보니

1Kg에 5만원이 넘습니다.선물코너에서는한우 A+++등급 3.6Kg가 30만원이 넘구요.

"그냥 수입으로 주세요.." 이미 5Kg라고 말은 했으니 양은 줄일 수가 없고

6Kg를 계량해도 그냥 낚아 채계산대를 향합니다.

나중에 마눌님 曰, "냉동갈비를샀어도 됐을텐데"하며 혀를 차도 한 번 오버된 예산은 되돌릴 길이 없습니다.

'그래, 갈비찜으로 주위에 인심도 쓰고 우리도 배터지게 한 번 먹어보자' 생각하면서...

우선 레시피대로 찬물에4시간여를 담가 피를 빼고삶았습니다.

(피빼기 전 기름기 제거, 레시피에 없어 저는 모릅니다^^;)

삶은 첫 물은 버리고 갈비양의 1.5배, 양을 계량할 수가 없어 집에 있는 체중계를 사용했고

거기에 간장, 맛술, 물엿, 후추가루, 참기름, 다진마늘, 다진생강과 갈비를 넣어 졸이기 시작!

(역시나 레시피에 없어 기름기를 계속 걷어내 가며 졸이는 것도 모릅니다^^;)

그 사이 호두, 대추, 깐밤, 청양고추 준비하구요.(마트에 싼 것이 아무것도 없더군요, 귀하신 넘들..)

은행도 프라이팬에서 볶아 속껍질 제거 (그냥 맥주에 안주삼아 먹고 싶어도참아야 합니다^^)

당근도잘라일일이 모서리제거, 이건 한식조리사하면서 해봤응께 쉽더라는~^^


세시간 정도를 졸였는데 확실히 국물이 많이 줄었습니다.(여전히 기름제거는 모릅니다^^;)


집에 큰 솥이 없어 두군데로 나눠서 졸이는데 시간이 벌써 새벽 2시, 오늘은 여기 까지만 하고 가스불 껐습니다.

담배 한 대 피러 밖으로 나갔더니 우리 동 복도 전체가 갈비찜 냄새로 진동을 합니다.

(옆 집 저희 본당신부님은 많이 괴로우셨을 듯^^;)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리 손질한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또 졸입니다. 맛은 어떨지 몰라도 색궁합은 환상입니다.

(신의 물방울에 잘 등장하는 표현대로 오오~~ 판타스티코!!)


드디어 완성! 지난 마눌님 생일 때의 장미잎도 꺼내고 마눌님은 어디선가 시금치 잎 두 장을 들고 왔습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기분이었을까?)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마눌님은 꼭 처음 한 것 치고는 잘했다며 말을 아낍니다,

여러분이 보시기는 어떻습니까?

다음 날, 이렇게 만든 갈비찜을 돌아가신 부모님의 차례상에도 올리고 이렇게 설연휴가 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