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김석종/고영재 (2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석종의 만인보]정설을 뒤집는 ‘농부 사학자’ 김석종 선임기자 농부 박문기(63·캐리커처)는 전북 정읍시 입암면 진등마을에 산다. 국립공원 내장산에서 이어지는 삼신산 자락이다. 삼만평이나 되는 그의 광활한 들판은 지금 황금색 벼이삭의 물결로 출렁거린다. 평생 고향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토종 농사꾼’이다. 유기농이니, 무공해 친환경 농법이니 하는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농사를 지었다. 그저 하늘과 땅의 절기와 순환에 맞춰 거름을 내고, 써레질을 하는 전래 농법, 전통 방식대로 씨 뿌리고 거뒀다. 그는 “사람과 뭇생명이 먹는 농산물에 농약 같은 독을 뿌리는 것은 천지만물에 죄짓는 짓”이라고 했다. 그의 농업은 ‘뿌리 깊은’ 민족의 첫 농사, 조선상고사와 깊이 연결돼 있다. 등 상고사 관련 연구서와 역사소설을 .. [김종철의 수하한화]FTA, 농사 안짓고 살 수 있다는 환상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벼들이 익어가는 논 가운데로 5대의 APC 전차대가 마구잡이로 진격하고 있었다. 베기를 기다리는 익은 벼들은 종횡으로 질주해 들어오는 무한궤도 전차에 유린되고 짓이겨졌다. 앞의 전차가 지나간 자리를 다음 전차가 통과하는 식의 배려도 없었다. 묘판도, 모심기가 막 끝난 논도 무시되었다. 스포츠카라도 된 듯이 전차들은 제멋대로 논에 새로운 길들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아메리카 병사들의 심중에는 아시아 농경민족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인자가 결여돼 있었다.” 이것은 1967년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베트남전쟁 르포기사 중의 한 대목이다. 당시 큰 주목을 받은 이 르포의 필자는 혼다 가쓰이치(本多勝一)라는 젊은 기자였다. 그는 이후 일본의 양심적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쌀의 눈물 고영재|언론인 들녘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그 황금빛 벌판은 언제나 넉넉하다. 농민들은 금빛 물결 앞에서 고단한 삶을 잠시 잊는다. 풍성한 가을은 농민들에게 보람이자 축복이다. 가을은 무서운 자연의 섭리 앞에 농민들이 고개 숙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연은 결코 인간의 정성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농민들은 안도한다. 자연은 언제나 정직하다. 콩 심은 데는 콩이, 팥 심은 데는 팥이 어김없이 움튼다. 정성은 어김없이 알찬 수확의 기쁨으로 되돌아온다. 땅은 허황된 꿈을 허용하는 법도 없다. 그 무서웠던 비바람도 자연의 가르침이자 채찍이었음을 농민들은 잊지 않는다. 특히 수천년 민족의 생명줄을 지켜온 금빛 벼의 파도 앞에서 농민들의 가슴은 절로 벅차오른다. 예전엔 저승길에도 쌀을 뿌렸다. 이승을 떠.. [김석종의 만인보]20년 지리산 약초꾼이 사는 법 김석종 선임기자지리산 산촌의 밤이 깊다. 집주인과 마주 앉아 더덕술인지, 천삼술인지 오래 묵은 약초술을 마신다. 별들은 초롱초롱 하늘을 수놓고, 바람소리·물소리·벌레소리 하염없다. 그날, 장작불의 온기와 취기가 한꺼번에 올라온 탓에 아주 기분좋게 기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신새벽 여명에 거짓말처럼 잠이 깼다. 이미 가부좌 틀고 명상을 끝낸 집주인은 능숙한 손길로 또록또록 차를 따랐다. 지리산 석간수로 우려낸 은은한 차향이 산방 가득 번졌다. 숙취는커녕, 깨끗한 산 공기와 싱그럽고 그윽한 차향에 정신이 명경처럼 맑았다. 새파란 계곡수에 눈을 씻고 보니 층암절벽 기암괴석 너머로 아득한 지리능선이 끝간 데 없다. 집주인 문상희(54)는 약초꾼이면서 다인(茶人)이다. 지리산 능선과 계곡을 그저 뒷동산 마실가듯.. [김석종의 잘 차려진 밥상]②주꾸미 문화에디터 서해 바닷가에 동백꽃 피면 주꾸미가 제철이다. 주꾸미가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낙지의 사촌 쯤으로 치부됐을 뿐, 제대로 음식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서해안·남해안 어촌에서도 서민들이나 먹던 음식이다. 그런 주꾸미가 지금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로 통용될 만큼 신분이 급상승했다. 원래의 속담은 ‘봄 도다리, 가을 광어’, 혹은 ‘봄 도다리, 가을 낙지’였다. 요즘은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고도 한다. 밥상에서는 전어도 주꾸미와 마찬가지로 최근에야 ‘떴다’. 주꾸미는 낙지 문어와 함께 다리가 여덟개인 문어과에 속한다. 오징어 갑오징어 꼴뚜기는 다리 열 개짜리 꼴뚜기과다. 강원도에서는 오징어, 경상도에서는 문어, 충남 서해안에서는 주꾸미, 호남 서남해안에서는 낙지가 ..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