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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김석종/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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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수하한화]녹색정치의 가능성, 언제쯤 열릴까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총선 결과는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선거란 무엇보다 집권세력의 공죄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행위여야 하고, 그 심판은 민주주의의 존속에 불가결하다. 이것은 초보적인 진실이다. 그런데 딴 것은 젖혀두고, 현 정권은 민간인 사찰 문제 하나만으로도 엄중한 정치적 단죄를 받아야 마땅했다. 사찰이란 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가장 비열한 통치 방식이다. 개인적 약점을 캐내 정치적 저항이나 반대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게 ‘사찰’의 동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짓을 끊임없이 자행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의 선거였음에도, 집권세력이 또다시 국회 제일권력을 차지하는 기이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 나라 민주주의의 침체를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번 선거..
[김석종의 만인보]아리랑을 떠받들고 사는 김연갑 김석종 선임기자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그를 볼 때마다 참 딱했다. 30년 넘게 ‘주야장천’ 한우물을 팠는데도, 세상이 그런 성과를 하나도 보듬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아리랑 연구가 김연갑(58) 이야기다. 그는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아리랑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로 젊음을 다 보냈고, 이제 초로에 들었다. 1970년대 최전방 군복무 시절 대남 선전용 확성기를 통해 북한 아리랑을 들었다.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해 뜨고 달 뜨고 별도 뜨네~.’ “가슴 뭉클한 게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따라하게 되더라구….” 제대 후 탄광촌인 사북에서 진폐증 걸린 광부에게 들은 정선 아라리는 곡조나 느낌이 또 달랐다. ‘남양군도 검둥이는 얼굴 손만 검지만, 우리네 탄쟁이는 얼굴 손 가슴까지 검다네~.’ 19..
[김석종의 만인보]‘내비도’ 세상 꿈꾸는 전방위 예술가 김석종 선임기자 ‘새들아/여긴 허공이 아냐/머리를 박지마라. 유리조심.’ 그렇게 써놓았더니 새가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싹 없어졌단다. 전북 무주 적상산 아래, 폐교된 한 초등학교 분교에 사는 ‘아티스트’ 이익태(63)의 유쾌한 ‘구라’다. 이참에 바로잡자면 그가 진짜 ‘내비도’ 교주다. 얼마 전 공지영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지리산 행복학교’(책으로도 나왔다)에서 ‘최도사’라는 사람을 내비도 교주라고 소개했었다. 그런데 그 최도사에게 처음 내비도를 일러준 이가 바로 이익태라는 거다. 최도사 집에 걸린 ‘내비道(도)’는 이익태 글씨다. 분교 작업실 벽에도 그 글씨가 붙어 있다. 누가 교주면 어떻고 신도면 또 어떤가. 그냥 ‘내비두는’ 게 내비도라고 이익태가 말했다. 이익태는 분교에서 두 여자와 함께..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숫자의 마술 세상은, 대중은 진실과 ‘맑음’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사람들은 ‘적당한 자연’ ‘적당한 정의’만을 원한다 요즘 사람들은 숫자의 감옥에 갇혀 산다. 숫자는 현상을 간명하게 설명하는 도구이자 상징이다. 숫자는 현대문명의 밑거름으로 작용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숫자에 울고 웃는다. 가을걷이가 끝났다. 메주콩 600㎏을 거뒀다. 1㎏에 5000원씩, 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농사에 들어간 경비가 꽤 많다. 품삯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홀로 감당하기엔 콩밭이 다소 넓었던 터다. 밭갈이와 김매기, 가을걷이 등 콩 농사 전 과정에 걸쳐 이웃의 도움이 불가피했다. 파종기와 탈곡기, 선별기 등 기계 힘도 빌렸다. 씨앗 값에 비료 대금, 장마철을 전후해 두 차례 뿌린 농약 값을 보태면 경비는 거의 2..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하늘의 섭리 고영재|언론인 yjkoh2@hanmail.net 하늘은 언제나 말없이 가르친다. 사람은 모름지기 순리를 따르라고. 삼척동자인들 어찌 이를 모르랴. 그러나 순리를 짓밟는 게 또한 인간의 삶이다. 그래도 자연은 너그럽다.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에게 간간이 매서운 채찍을 내릴 따름이다. 10월26일,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소리 없는 혁명이었다. 하늘의 뜻이 인간의 옹졸한 다툼에 회초리를 내린 것이다. 거짓 정치에 무서운 철퇴가 떨어졌다. 그 기세 앞에서 기득권세력의 몸부림은 무위로 돌아갔다. 권력을 쥐락펴락하던 정당의 권능은 마비됐다. 언론은 졸아든 자신의 영향력 앞에서 세상의 무서운 변화를 실감했다. 내일의 정치 기상도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정치적 선택의 기준과 문화..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70평 자갈밭 할머니의 ‘天心’ 고영재 언론인 윤씨 할머니 ‘남동댁’은 팔순 고개를 넘어섰다 할머니가 손수 일구는 ‘손바닥 땅’은 고작 70평이다 할머니는 말없이 가르친다. ‘복지’를 놓고 왜 싸워 시골살이 재미는 쏠쏠하다. 이따금 서울 친구들이 전화로 위로의 말을 전해 온다. “스트레스는 없지?” “맑은 공기 마시고 땀 흘리니 건강에 좋겠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찌 재미가 그것뿐이겠는가. 자연과의 교감, 그 가치를 저울대에 올려놓고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동네 아줌마들은 병아리 농투성이를 딱하다는 표정으로 묻곤 한다. “서울에서 편히 사시지, 왜 사서 고생이시오.” 필자는 대꾸한다. “저 천관산 봉우리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제 하루 품삯은 건지고도 남을 겁니다.” 물론 말의 사치다. 그러나 잊고 살아온 자연과의 만남은 정녕코 ..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절망의 땅, 희망의 땅 고영재 | 언론인 워낭소리는 들녘에서 사라졌다. 트랙터의 굉음이 요란할 따름이다. 기계가 사람 일을 척척 대신하는 ‘멋진 세상’이다. 땅 갈아엎기도, 모심기도, 가을걷이도 거대한 ‘쇳덩어리’의 몫이다. 무서운 제초제는 삼복더위 속 김매기의 고통에서 농민을 해방시켰다.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농번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40~50년 전만 해도 머슴을 두지 않으면 열 마지기 농사도 쉽지 않았지.” 칠순의 ‘60년 농부’ 고광호 할아버지(76)도 기계의 효용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세상일 묘하다. 몸은 확실히 편해졌는데 삶은 팍팍해졌다. 할아버지는 ‘현역’이다. 4000평 논밭을 손수 일군다. 경운기 1세대인 그는 지금도 경운기를 직접 몬다. 마을 청년회 회원이기도 하다. 청년회원을 고집하는 뜻이 있다. “늙기도..
[김석종의 만인보]목조각 43년… 시대 최고의 불모(佛母) 김석종 선임기자 허길량(58·그림)은 목(木)조각 장인(匠人)이다. 불상, 사찰 장식 등 이른바 ‘불교 장엄(莊嚴)’의 목공예 전통을 이었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지위를 박탈당한 첫번째 장인이다. 최근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일단 ‘누명’은 벗었는데, 아직 무형문화재 취소라는 ‘불명예 기록’은 바로잡지 못했다. 허길량은 이 사건으로 9년의 세월을 괴로움 속에 보냈다. 그의 작업장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외곽에 있다. 그동안 여기서 망치와 끌, 조각도를 붙잡고 나무 깎는 일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그래도 분심과 원망이 솟을 때는 쉼없이 경전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공방마다 그가 고행하듯 깎아낸 여래상, 보살상, 비천상(飛天像), 사천왕상, 동자상, 목탱화 등 각양각색의 불상과 조각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