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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선정 ‘가볼 만한 농촌마을’](4)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과거로의 여행’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 경북 경주 세심마을

청산(靑山)이 빙 둘러 서 있다. 유수(流水)가 쉼없이 노래한다. 마음의 묵은 때가 홀연히 씻기는 듯하다. 구름처럼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다. 경북 경주의 세심(洗心)마을이다.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 선생은 경치가 빼어난 세심마을 주변을 사산오대(四山五臺)라고 불렀다. 사산은 마을을 둘러싸고 우뚝 솟은 화개산·자옥산·무학산·도덕산 등 4개의 산을, 오대는 마을 앞 옥계천 주변의 세심대·관어대·탁영대·징심대·영귀대 등 경관이 수려한 곳을 말한다.

경북 경주시 세심마을 체험프로그램의 하나인 과거시험 무과에 응시한 어린이들이 활쏘기를 겨루고 있다. | 경주시 제공

세심마을 주변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옥산서원과 독락당(獨樂堂), 한국 정자의 본보기인 계정(溪亭), 정혜사지 13층 석탑 등 국보와 보물 같은 국가지정 문화재가 150점이나 있다.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전통마을에서 마음을 비우고 ‘과거로의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새 선비의 기품이 몸에 가득 묻어난다. 옥산서원의 정문은 용추폭포 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정갈하지 않으면 건널 수 없고, 외길을 걷는 선비정신도 느낄 수 있다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옥산서원 주변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역사문화탐방에서부터 널뛰기 같은 전통놀이와 충효사상을 새롭게 되새기는 예절교실도 마련돼 있다. 한밤중 고요의 시간에 촛불을 들고 탑돌이를 하면서 마음의 때를 벗길 수 있다. 조선 정조 때 실제로 과거시험이 열린 옥산서원에서 문과와 무과시험에 응시해 보는 것도 묘미다. 문과는 시제를 받아 사행시 짓기를, 무과는 제기차기·활쏘기·투호 등으로 구성된다. 장원급제한 어린이에게는 어사화와 함께 문화상품권도 선물로 준다.

지게지기·고추따기·감자캐기·고기잡이·밤과 고구마 구워먹기 같은 농촌생활 체험과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예약 등은 홈페이지(http://sesim.go2vil.org)를 참조하면 된다.

■ 경남 산청 남사예담촌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의 돌담을 둘러싼 담쟁이와 고목들이 고풍스러운 멋을 연출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에 위치한 남사예담촌(http://yedam.go2vil.org)은 담쟁이를 두른 돌담이 고풍스럽다. 길이가 총 3㎞를 넘는다. 이상택 고가(古家)와 최재기 고가 같은 양반 고택과 서당, 다양한 비석과 정자 등에서 선비의 고고함이 살아숨쉰다. 옛 선비들이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 심은 편백나무회화나무가 쏟아내는 피톤치드는 마음의 편안함을 준다.

여러 가지 예절·서당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한옥 민박체험이야말로 이 마을 방문객의 필수 코스다. 전통 물레방앗간 체험과 돌무덤에 불을 지펴 감자 구워먹기, 회화나무 염색·한방족욕 등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주변에 동의보감촌·지리산·경호강·대원사 계곡 등과 연계한 여행코스로 좋다.

■ 경북 영덕 나라골보리말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 위치한 나라골보리말마을(http://narabori.go2vil.org)은 12종택이 터를 잡고 있는 양반 집성촌이다. 마을 뒷산이 날개를 활짝 펼친 학의 형상이고, 1970년대 보리 생산량이 많다 해서 ‘나라골보리말’이란 이름이 붙었다.

전통 양반가옥 탐방을 위한 ‘마차체험’이 이색적이다. 체험학교로 이용되는 폐교의 운동장에서 비석치기·땅따먹기·깡통치기 같은 추억의 마당놀이도 해 볼 만하다. 여치잡기와 피라미드 모양의 여치집만들기도 재밌다.

여치를 여치집에 넣고 잠들기 전 머리맡에 놓아 여치울음 소리를 들으며 한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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