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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렌보임 27년 만에 내한… 광복절 임진각서 ‘베토벤 합창’ 지휘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인간은 모두 형제, 서로 포옹하라”

‘클래식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69·사진)이 내한 연주회를 연다. 1984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방문한 지 27년 만이다.

이번에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DO)와 함께다. WEDO는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1999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여러 중동지역에서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동서양의 소통을 지향하며 쓴 ‘서동시집’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지역 출신의 젊은 음악인들의 조합이기에 ‘기적의 오케스트라’ ‘평화의 오케스트라’라고도 불린다.

특히 2005년 바렌보임이 WEDO와 함께 중동의 가장 첨예한 대립지역인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펼친 공연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했다. 바렌보임은 2008년에도 같은 곳에서 또 공연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음악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 평화를 지키려는 바렌보임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는 유엔 평화대사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모두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바렌보임은 8월 10~14일까지 나흘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9곡을 전부 연주한다. 10일(베토벤 고향곡 1, 8, 5번), 11일(4, 3번), 12일(6, 7번), 14일(2, 9번) 등 날짜에 따라 연주곡에 차이가 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광복절인 15일 임진각 공연이다. 세계적으로 큰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의 젊은 연주자들이 지구상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한국의 DMZ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바렌보임의 지휘로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한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백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의 가사로 이루어진 곡이다.

이번 서울공연과 임진각 공연에는 소프라노 조수미,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헌이 협연한다. 바렌보임은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공연하고 싶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남한에서만 공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단된 한국의 갈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며 “독일이 통일된 것처럼 남북한도 통일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1942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바렌보임은 5살 때부터 러시아계 유대인 부모 밑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52년 이스라엘로 이사했고 그해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천재형 피아니스트로 피아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으며 현재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 겸 종신 지휘자이자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이다. 1954년 첫 음반 발매 후 현재까지 웨스트민스터, EMI, DG, 필립스, 소니, BMG 등을 통해 발매한 음반만 수백장에 이른다. 10~14일 서울 공연 5만~15만원. 15일 임진각 공연 3만5000원.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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