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 산업을 기술집약적 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나누던 기억이 납니다. 농업은 대표적 노동집약적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농업은 에너지집약 산업입니다. 기술도 노동도 에너지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시대입니다. 자연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적도 지방이나 사막, 남·북극을 제외하면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과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능력은 거의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식량 생산의 결정적 요인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비의 일차적 원인은 과도한 땅값과 기름값입니다. 전국의 모든 땅이 투기 대상이 되는 문제는 차치하고, 지금처럼 고환율 정책으로 기름값을 높게 유지한다면, 농산물값이 단기적으로는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널뛰기 형태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비의 일차적 원인은 과도한 땅값과 기름값입니다. 전국의 모든 땅이 투기 대상이 되는 문제는 차치하고, 지금처럼 고환율 정책으로 기름값을 높게 유지한다면, 농산물값이 단기적으로는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널뛰기 형태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올 들어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습니다. 갑자기 중동정세가 평화무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상승, 농산물값 상승은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계속 농업을 에너지집약 산업으로 묶어두려는 정책을 편다는 데 있습니다. 규모화, 기업화, 경쟁력 강화는 과도한 에너지 사용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앙기 없이 사람이 손으로 모를 심는다면 과연 몇 평이나 지을 수 있겠습니까? 트랙터 없이 소가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한다면 몇 평이나 지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규모의 경제학을 말합니다. 많은 면적에 농작물을 심으면 생산비가 낮아져 이윤을 더 많이 남길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는데, 이런 논리 역시 농민들이 버틸 수 있는 생산비 한계 수준에서 의미있는 논리입니다. 말하자면 트랙터 하나에 1억원이 넘는데, 1년에 2000만원씩 5년 안에 원금과 이자까지 갚아야 한단 말입니다. 이게 지금의 농산물값 수준에서 가능한 거냐 물으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들에게 면세유가 공급됩니다. 농업 생산비 절감에 기여한 바 큽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만 통합니다. 예를 들어 눈이 펑펑 오는데 10㎝ 내린 것과 20㎝ 내린 것은 차이가 많지만, 50㎝ 온 것과 100㎝ 온 것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차가 다니지 못하는 것은 같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의 관계는 지난 몇 년간 더욱 밀접해졌습니다. 최근 원유값이 오르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옥수수에서 기름을 짜 차에 넣는 바이오에탄올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 원유값이 상승하면서 더욱 이 정책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생산된 옥수수 30%를 차 굴리는 데 쓰고 있습니다. 밀과 함께 인류를 오랫동안 먹여 살려온 옥수수를 사람과 소가 먹지 않고 차가 먹고 있습니다. 비싼 원유로 옥수수를 생산하고 그 옥수수로 차를 굴리고, 사람들이 그 차를 타고 다니며 다시 원유를 생산합니다. 옥수수를 만든 원유는 반환경 공해 원유이고 그 반환경 원유를 먹은 트랙터가 생산한 옥수수는 친환경 청정 원유입니다. 기가 찰 모순입니다. 에너지착취 농업에 대한 근본적 인식전환이 없으면 인류는 그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세계적 식량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질 것입니다. 인류의 약 20%는 지금도 굶고 있습니다. 에너지양극화가 결국 식량양극화를 부른 셈입니다.
미국식 광작 농업정책에서 우리식 또는 동북아시아식 가족 소농 중심으로 무게를 옮길 방법을 지금부터 차근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항시적 위협요인이 되는 에너지 위기가 바로 식량 위기로 현실화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업방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이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사람이 고기를 먹고 방귀를 뀌면 정상이지만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구를 망하게 할 가스를 배출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동차 배출가스보다 축산물 생산 배출가스가 더 많고 위험하다는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은 일면 사실입니다. 가족 소농이 정상적으로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농지정책과 가격정책이 시급하게 개선돼야 합니다. 지금처럼 농업생산물을 완전 시장주의에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우리는 지난해 배추 파동에서, 현재 산지 소값은 떨어져도 소고기 소비자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가족 소농이 공동체적 삶을 아름답게 영위하기 위해, 그들이 생산한 풍부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국가는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세계적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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