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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기억의 건축 - 로마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7년 전의 일입니다. 나는 로마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긴 여행은 1년을 넘어서고 있었지요. 로마는 오래 머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첫인상을 지우려면 일단 적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도시에 익숙해지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찬란한 낡은 것들이 심장을 뛰게 합니다. 서구문물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요즘이기에, 모든 서양 역사의 기원이 되는 것들을 실물로 만나는 경험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캄피돌리오 광장의 공간감도 좋았지만, 가만히 그곳에 앉아 로마의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일도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의 세상이 기원한 곳.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를 찾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2009년 말부터 시작한 여행기의 연재를 마칠 때가 됐습니다. 마지막 장소를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곳이 로마입니다. 그때의 기억들을 모아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라는 첫 책을 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계속 긴 여행을 하고, 책을 더 내고, 지금의 건축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족한 것투성이임에도 지면을 허락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여행지와 더불어 로마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 최종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