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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기억의 건축-뉴욕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을 잘하는 법에 대해 길게 서술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예 중의 하나로 스케치를 들지요. 물론 여행지에서의 여유로운 스케치는 그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그가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가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여행은 두근거리면서도 긴장되고 체력적,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은 일입니다. 여행의 본전을 뽑기 위해선 그 여행을 잘 기억하며 언제든지 빼서 추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여행에는 정도가 있을 리 없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현실이 무료하고 지칠 때 지난 여행을 상기하며 흐뭇하게 웃고 다시 한 번 가슴이 뛰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4년 전 꼭 이맘때쯤에 뉴욕에 갔습니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는 뉴욕 도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들떠 보였습니다. 비록 혼자였지만 낯선 땅의 이방인으로서 기꺼이 그 분위기를 관조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건축 설계 일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현실은 그 시절과 정반대입니다. 나는 영원히 12월1일의 뉴욕을 추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