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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자동차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길이 먼저 생기며 자동차를 고려하다보니 길은 으레 넓어지고 반듯해집니다. 차창 밖을 보고 있으면 가끔 우리의 도시는 자동차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느낍니다. 가령 간판들은 보행자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달리는 차 안에서 인식되기 쉽도록 매달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끝나버렸지만 영암에서 열렸던 F1의 모습을 그려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 극단의 속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지 상상해 봅니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무서워하는 소시민인 나는 꿈도 꾸지 못할 세상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세상의 길들은 보통 막혀 있습니다. 속도 제한과 정체 현상 덕분에 우리의 도시는 그래도 조금은 더 인간적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