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입력 : 2010-10-07 21:38:15ㅣ수정 : 2010-10-07 21:38:15
한 거리에 여러 시대의 건물이 뒤섞인 모습이 좋습니다. 그 길엔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을 천 년 전의 사람이 걸었을 거라고 상상하면 마냥 두근거립니다.
이탈리아 베로나도 그런 곳 중 하나였습니다. 한눈에 2000살은 먹은 도시란 걸 알 수 있었지요. 도시 중심에 위치한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 덕분입니다.
적당히 관광지를 기웃거리다 어느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고대의 경기장과 르네상스 이후의 건물들이 이루는 길가였습니다. 카페라테 한잔을 시켜두고 세 시간 동안 세월을 느낍니다. 마침 경기장 안에서는 밤에 열릴 오페라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2000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도시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 여유가 마냥 부럽습니다. 로마제국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조금 시끄러운 이탈리아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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