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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프라하(체코)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여행지에서 카페에 들어갔다면 모름지기 창가에 앉아야 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창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여행자는 커피 한 잔 값을 담보로 잠시 낯선 세상을 관조합니다.

비를 맞으며 걷다 들어간 프라하의 카페에서도 창가에 앉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젖는 사람이었다가 젖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몸은 따뜻해지고 맘은 편안해집니다.

서서히 프라하 시민들의 상세한 모습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와 잘 어울렸고, 도시의 정취는 비와 잘 어울렸습니다. 우산을 잘 쓰지 않는 유럽인들이라지만 우산을 든 행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창가 자리는 한정적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창을 포기해야 합니다.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었지만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는 혼자였고, 이방인이었습니다. 프라하 시민들은 그들이 사는 아름다운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수다를 떨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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